방통위가 재벌·케이블에 주는 첫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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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방송진출 문 열어… MSO 문어발식 사업 확장도 가능

방통위가 추진 중인 이번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둘러싸고 케이블을 위한 특혜 법안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개정안은 그동안 대폭적인 규제 완화로 방송법의 기본적인 골격을 유지했던 대기업의 방송진출 역시 용이하게 했다. 이에 〈PD저널〉은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각계 의견을 들어봤다.

■ 대기업의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 진출 =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되는 조항은 대기업의 방송진출 허용 범위를 3조원 이상에서 10조원 이상으로 완화한 것이다.

방통위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출자총액 제한 기업집단’을 준용해 20위에 해당하는 기업의 자산규모 10조원을 기준으로 삼았다.

하지만 이대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확정되면 자산규모 10조 미만의 기업은 1인 지분 소유한도 30% 안에서 지상파를 비롯해 종합편성, 보도전문채널에 진출이 가능해진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4월 발표한 ‘2008년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등 지정내용’ 따르면 현대(9조원), GM대우(8조원), 현대백화점(5.6조원), 태광산업(3.8조원), 대성(3.3조) 등이 모두 이 같은 기준에 부합해 이들 기업의 종합편성, 보도전문채널 진출이 가능하다.

더군다나 이명박 정부가 미디어정책 전반에 걸친 규제완화를 검토하고 있어 이번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될 경우 대기업의 방송진출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아졌다.


■ 4대 MSO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 예고 = 이번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은 현행 방송법에 막혀 더 이상의 사업 확장을 할 수 없었던 MSO의 확장을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현행 방송법은 ‘전체 종합유선방송사업(SO) 매출액 기준 33% 초과 할 수 없고 전체 77개 권역의 5분의 1(15개 권역) 초과 금지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가입자의 3분의 1 이상만 넘지 않으면 SO의 사업을 확장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조항은 IPTV 서비스를 앞두고 경쟁관계에 있는 CJ케이블넷, 티브로드, 씨앤앰, HCN 등 거대 MSO가 꾸준히 요구했던 내용이다. 만약 관련 조항이 통과되면 MSO의 문어발식 확장이 가능해진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케이블TV 가입자 수는 약 1400만 명으로 티브로드(14개 권역)가 270만 명으로 가장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그 다음으로 CJ케이블넷(13개 권역)이 242만 명, 씨앤앰(15개 권역) 191만 명 순으로 이들 사업자들이 전체 케이블 가입자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미 상위 3개 MSO의 가입자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전체 가입자의 3분의 1(약 470만 명)로 규제를 완화하게 되면 자본력을 가진 SO들 중심으로 케이블 업계가 재편될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잇따라 논란이 된 케이블업계의 요금 인상과 채널 변경 등 횡포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구 방송위원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요금인상 등 케이블과 관련된 시청자 불만이 MSO에 치중됐다. 지난해 초 MSO들이 저가의 단체 계약을 거부하는 등 시청자와의 분쟁이 커지자 구 방송위원회는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 매체 간 비대칭 규제 부를 수 있어 =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가운데 종합유선방송사업 및 중계유선방송사업 등의 허가 또는 승인 유효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대폭 확대한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그동안 재허가 제도와 관련해 정비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전문가 토론회 등 공개적인 논의가 전혀 되지 않다가 느닷없이 개정이 추진된 것이다. 그동안 제도 정비가 시급하게 제기돼 왔던 지상파방송사의 재허가 기간은 법 개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지상파 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케이블 규제완화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비대칭적인 규제규범을 가져올 것이며 지상파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케이블업계는 그동안 사업자의 요구에 따라 수차례 규제완화를 통해 매출액을 증대시키고 사업을 확장시켜왔다. 외국지분 제한을 비롯해 대기업의 진출 허가 그리고 유선방송(RO)과의 통합유도 등 케이블업계의 주장을 받아들인 규제책들이 쏟아졌다.

언론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시청자의 이익보다 기업의 이익에 편향될 우려가 있다”며 “대자본이 방송을 통해 여론을 주도하고 왜곡할 때 민주주의의 기본질서는 무너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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