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보며 대화하고 글로 남겨라...미디어교육의 A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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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우의 미디어 리터러시]⑫
  • 고승우 박사 (전 한성대 겸임교수)
  • 승인 2008.05.22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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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승우 박사

국내에서 TV 미디어 교육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는 언론 학자가 거의 없다. 왜 그럴까? TV 미디어 교육은 품이 많이 든다는 점이 그 이유 가운데 하나다. TV를 이해하는 정도가 연령에 따라 다르고, TV가 미치는 영향 또한 연령에 따라 다르다. 이런 이유 때문에 TV 미디어 교육은 연령별로 당연히 달라야 한다.

모든 연령층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이론이나 방법론이 존재치 않는다. 이것만이 아니다. TV가 미치는 영향이 연령에 따라 다르다는 점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동 연령별로 인식 발달 정도나 정서적 차이 등을 같이 파악해야 한다. 이런 점 때문에 TV 미디어 교육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연구하는 언론 학자가 거의 없다.

국내 언론학자들은 적게 품을 들이고 크게 폼 나는 일을 많이 찾는다. 물론 민주화 투쟁의 한 방식으로 언론자유 운동에 헌신적인 사람도 꽤 있다. 지난 십 여 년 동안 그런 학자들이 우리 사회에 크게 기여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오늘날 언론민주화가 성큼 달성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과거와 같은 언론운동에 매달리는 언론학자들이 눈에 띈다.

그러나 메이저 신문들이 언론시장을 좌우하는 깊은 이유 등에 대한 관심은 별로 없다. 언론학자들은 수용자를 미디어가 전하는 정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존재로 전제한다. 미디어 문맹이 현실을 지배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미디어 교육을 받아서 적극적으로 미디어를 선택, 비판적으로 정보를 수용하는 그런 존재를 가상치 않는다. 언론학자들이 부지불식간에 저지르는 실수가 하나 더 있다. 그들은 미디어 교육을 적극적으로 실시해서 모두 미디어에 눈을 뜨게 만드는 일에도 여전히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언론 학계 탓만은 아니겠으나 사실 우리 현실은 미디어 문맹이 자심하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미디어를 대하는 태도가 매우 수동적이다. 적극적으로 미디어를 판단하고 분석, 비판하는 자세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예를 들면 노동자 권익을 심하게 짓밟는 신문이 노동자 집단 거주지에서 가장 많이 팔린다. 이런 미디어 문맹 현상이 메이저 신문의 시장 독과점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이런 부조리는 미디어 교육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 언론이 진정 민주화되어 시민사회에 봉사하려면 이제 미디어 교육을 전면적으로 실시하는 쪽으로 가야한다. 언론운동의 영역을 넓혀야 하는 것이다.

미디어 교육이 거의 전무한 우리사회라 해도 TV는 생활필수품 가운데 최상위에 위치한다. 남녀노소를 가릴 것 없이 하루 생활에서 TV는 빼놓을 수 없다. TV는 필요한 정보를 주고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오락을 선사한다. 극중 주인공과 함께 눈물을 흘리면서 감정을 삭여낼 연속극을 감상할 수 있게 한다. TV는 선생님, 가정교사의 역할을 한다. EBS의 교육 방송은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상당한 수준급에 이르렀다.

TV 과외를 빼놓고 부모가 가정에서 자녀 교육에 TV를 적극 활용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TV 교육 방송 외에 가정에서 TV는 ‘심심풀이 땅콩’ 이거나 ‘뉴스 제공자’정도로 인식된다. TV가 처음 도입될 때의 TV 기능에 대한 인식이 굳어진 탓일까? TV가 좀 더 적극적으로 교육에 활용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중매체에 대해 언제나 수동적인 우리의 고정관념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실감하게 된다.

발상의 전환을 하면 부모의 지도로 TV를 가정에서 교육용으로 적극 활용할 수 있다. TV를 중심으로 가족이 한데 모여 교육의 효과를 높이면서 유대감을 증진시킬 수 있다. 그 방법은 간단하다. 부모와 자녀가 공동으로 TV를 시청하고 대화하면서 토론하는 것이다. 그 다음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작업으로 연결시킨다. 그것을 글로 정리하게 하는 것을 습관으로 하면 그 교육적 효과가 가장 높다.

TV같은 영상매체는 그것을 켜고 채널을 선택하는 것이 매우 간편하다. 어린이들도 아무 생각 없이 채널을 돌리면서 ‘시간을 죽이는 일’이 많다. 머릿속은 텅 비운 채 영상의 흐름을 쫒아 시간을 마냥 보낼 수 있다. 그러나 인쇄매체인 책은 그렇지 않다. 단어 하나하나에 정신을 집중해 읽어야 한다. 문장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렇게 해야 책에 담긴 한 페이지, 나아가 전체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인쇄매체는 영상매체처럼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같이 보낼 수 있는 매체가 아니다. TV와 책의 이 같은 차이 때문에 TV에 대한 미디어 교육이 더 필요하다. 그리고 TV를 적극 교육에 활용할 방법을 익혀야 한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와 자녀가 같이 TV를 시청하면서 대화하고 토론한다면 자녀의 지적 능력이 크게 향상되고 부모에 대한 신뢰가 커진다. 부모와 자녀가 동시에 시청하면서 교육 목적으로 삼을 TV 프로는 오락, 스포츠, 뉴스, 다큐 물 등 다양하다. 자녀의 사고력과 비판력을 길러주는 프로라면 성인용 프로를 제외하고 교육용으로 모두 다 활용할 수 있다.

TV는 활용하기 따라서 매우 유용해서 가정에서 TV를 자녀 교육용 교재로 활용할 때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가정에서 자녀의 TV 시청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 가정환경의 주요한 일부인 TV를 교재로 활용하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자녀들이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연습을 TV를 통해 하게 되면 학교 성적 관리에 도움이 된다. 논술이 대입시에 중요한 과목이 되고 고교 때까지 학내 시험이 서술형, 논술 형이 되면서 자녀들의 관찰력, 이해력, 자기 표현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대입 논술도 결국 자기의 주장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전개하느냐에 좌우된다. 부모가 자녀와 함께 TV를 학습 자료로 삼을 때 논술 형 사고방식이 어렸을 때부터 길러진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TV를 시청하면서 대화하고 토론하다 보면 아동은 적극적으로 TV프로를 활용하는 습관을 지니게 된다. 심심할 때나 공부가 하기 싫을 때 습관적으로 TV를 켜놓고 아무 생각 없이 TV를 시청하는 버릇을 고칠 수 있다. 부모들은 자녀의 TV 시청 지도에 필요한 가이드라인을 정해 아이에게 알려주고 실천 토록하면 아이들의 TV 시청 태도는 크게 개선된다. 부모가 TV나 인터넷을 자녀가 적절히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아이들의 판단력, 추리력, 상상력 발달에 크게 기여한다. 외국에서 이런 방식으로 가정과 학교에서 TV, 인터넷을 활용토록 노력한다.

부모가 자녀의 TV 시청을 적극 도와주면서 자녀의 지적 발달을 도울 수 있는 방식은 미국 PBS(Public Broadcasting Service)의 연령별 미디어 교육 지침 자료 등이 대표적이다. PBS는 본부가 버지니아 주 알링톤에 있는 비영리 단체로 미국의 348개 공공 방송이 설립해 운영하는 기구다. PBS는 비영리 TV와 인터넷, 기타 미디어를 합리적으로 이용해 시청자 등의 생활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교육프로 제공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PBS의 혜택을 받는 미국인은 9천만 명에 이른다.

PBS 등이 제시한 TV를 통한 자녀 교육 방식을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가감하면 매우 유용하다. 그 방법은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부모가 자녀와 함께 TV를 시청하고 대화하면서 자녀에게 TV 내용에 대해 여러 가지 질문하고 글을 쓰게 하는 것이다. 자녀가 한글을 깨우친 만 4살 전후해서 시작해 고교 입학 전후까지 이 방식을 활용할 수 있다.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말처럼 부모가 자녀의 TV 시청에서 반드시 챙겨야 할 사항이 하나 있다. 그것은 자녀가 TV를 가급적 적은 시간 시청하면서 필요한 것만 시청하는 습관을 지니도록 하는 것이다. 즉 어린이가 TV는 아무 생각 없이, 심심하면 언제나 켜는 매체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케 하는 것이 중요하다. TV에 수동적으로 매일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TV를 활용한다는 것을 몸에 익히도록 한다. 자녀가 이런 태도를 생활화하면 부모는 TV로 논술 과외를 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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