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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에도 촛불들이 KBS를 둘러쌌다. 지난주 수요일(6월 11일) 처음 KBS에 촛불이 켜진 지 7일째다. 첫날 100여명, 둘째 날 700여명, 셋째 날 2만여 명, 그리고 주말과 휴일에도 수백 명의 시민들이 공영방송 KBS를 지키겠다고 촛불을 들었다. 어제는 숫자가 좀 줄긴 했지만 촛불의 위력은 여전했다. 과연 촛불이 공영방송 KBS를 지킬 수 있을 것인가?

KBS 정연주 사장을 퇴진시키기 위한 정권의 노골적인 전방위 압박이 진행 중이다. 검찰, 감사원, 국세청, 교육과학기술부, KBS 이사회 등 동원 가능한 국가 기구들을 총동원하고 있다.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KBS로 달려 온 날은 바로 KBS에 대한 특별 감사가 시작된 날이었다. 이날 오후 인터넷(다음 아고라)에서 ‘KBS를 촛불 인간 띠로 지키자’는 한 네티즌의 제안이 도화선이 되었다. 요즘 ‘전자 민주주의’의 구현체로 주목받는 사이버 토론 광장의 위력이 다시금 입증되었다.

그런데, 짧은 기간에 그렇게 많은 남녀노소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KBS를 찾아 온 배경에는 정권의 무리수에 있다. 이명박 정권은 출범을 전후해서부터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다. 계속 되는 실정과 독선적이고 오만한 국정 운영에 분노한 국민들은 정부가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에서 또다시 국민을 무시하자 마침내 들고 일어났다. 시민들은 비폭력 평화의 상징인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지난 6월 10에는 전국에서 100만 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정권은 10%대로 떨어진 대통령 지지율에 놀라 ‘국정 쇄신책 마련’, ‘국민과의 소통’ 운운하며 앞으로 잘 하겠다고 머리를 숙였다.

하지만 말뿐이었다. 그 이후에도 정권의 행보에는 진정성이 보이지 않았다. 쇠고기 파문 와중에서도 정권은 YTN 사장과 코바코 사장에 대통령의 측근들을 요식행위를 거쳐 사장으로 앉혔고 EBS 사장도 비슷한 인물을 사장으로 앉히려 하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현 KBS 사장을 퇴진시키고 대선 캠프 출신 인사를 사장으로 앉히기 위한 공작을 노골적으로 진행 중이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40일째 촛불이 계속 켜지고 있는데. 시민들은 또다시 무시당했다. 지난 10년 시민들의 의식은 높아지고 민주주의는 꾸준히 발전해 왔다. 하지만 정권 담당자들은 모르고 있었든지 무시한 것이다. 시민들은 분노했다. 시민들은 KBS가 장악되면 MBC도 장악되고 결국 공영방송 시스템이 붕괴된다는 것은 직감적으로 알아챈 것이다.

 지금 40여일 째 계속 켜져 있는 촛불은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사회 나아가 언론까지 바꿀 힘을 갖고 있다. 견고한 아성이었던 조중동의 막강한 힘도 촛불 앞에서는 맥을 못 추고 있다. 대통령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고 국회가 바뀌지 않으면 앞으로 촛불은 꺼지지 않을 것이다. KBS를 둘러싼 촛불도 마찬가지다. 정권이 공영방송 KBS를 장악하려는 생각을 버리지 않는다면 촛불은 계속 켜질 것이다.

 사실 KBS의 독립은 내부 구성원들이 스스로 지켜야 한다. 지금 KBS를 시민들이 지켜주는 것에 대해 KBS 구성원들은 부끄러워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87년 이후 KBS 구성원들은 방송 민주화와 독립성 쟁취 투쟁의 기억들을 갖고 있다. 언제부턴가 그 기억이 약해졌지만. 다행히도 이번에 시민들이 KBS를 둘러싸고 든 촛불들은 KBS 내부구성원들을 각성시킬 것이다. 그들은 지난 20년 방송 민주화의 여정에서의 기억들을 되살리게 될 것이다. 그래서 촛불은 마침내 KBS를 변화시키고 지키는 상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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