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노트 제출 요구, 상식 밖의 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라디오 뉴스메이커] 우희종 서울대 교수,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우희종 서울대 교수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손숙미 한나라당 의원의 실험노트 제출 요구와 관련해 23일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냐는 식의 표적이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손 의원의 실험노트 제출 요구가 광우병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드러낸 것에 대한 탄압으로 느껴지냐는 질문에 이 같이 답하며 “(손 의원이) 내 연구서를 인터넷에 올린 뒤 과학자들로 하여금 검토 의견을 보내 달라 할 것이라고 하는데, 이는 마치 공개석상에 올려놓고 모든 사람이 비판하라는 식인 것 같다”고 불쾌감을 표현했다.

우 교수는 “교수 출신의 의원이 이런 걸 한다는 게 진짜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30년 동안 대학에 있었지만 이런 사례는 국내외적으로 듣도 보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실험노트 등의 제출 요구는 어떤 허위나 조작이 있을 때 조사위원회에서 요구하는 사항이지, 이렇게 전후사정 없이 요구한다는 것은 절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거듭 힘주어 말했다. 우 교수는 그러나 “정당한 근거와 필요한 절차에 따라 요청이 오면 받아들일 의사가 있다”고 덧붙였다.

손 의원 외 인사들에게 “(광우병에 대한 문제제기를) 그만 좀 해라”는 식의 압박을 받는 일이 있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우 교수는 “직·간접적으로 저를 염려해서 그런 말씀을 해주는 분들은 있다. 정부에 대해 너무 반대의견을 내면 좋을 건 없지 않겠나. 그래서 손 의원이 이렇게까지 하는 것도 일종의 그런 맥락 속에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이 든다”고 답했다.

한편, 손 의원이 실험노트 제출 이유로 우 교수의 ‘광우병 생체조기진단기법개발’ 연구가 연구 목적에 부합한 결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란 주장을 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그는 “해당 주장을 담아 (손 의원이) 낸 보도자료 말미 제가 제출한 연구 내용이 연구 목적에 부합한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청 주관 부서의 검토 내용이 있다. 그래서 더 손 의원의 주장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인터뷰

서울대 수의학과 우희종 교수, 쇠고기 협상에 대해서 앞장서서 문제제기를 해온 분입니다. 그런데 한나라당의 손숙미 의원이 우희종 교수가 식약청의 수주를 받아서 진행해온 연구의 실험 노트, 또 연구비 사용 증명 서류를 제출하라, 이렇게 요구를 하면서 지금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일종의 보복을 하는 게 아니냐, 이런 논란인데요. 서울대학교의 우희종 교수, 직접 연결해 보겠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이번에 실험 노트 제출하라, 또 연구비 사용 내역 제출하라, 라고 요구를 받은 연구 용역, 어떤 연구인가요?

◆ 우희종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교수

저희가 광우병에 대해 검토할 때 뇌나 척수 같은 것에서 검출하거든요. 거기에 고농도로 변형 프리온이 있기 때문에 수혈로도 감염된 사람이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기존의 과학으로는 검출이 안 되지만 실제로 병원성 프리온이 있다고 의심되는 것에서 검출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는 겁니다.

◇ 김현정 / 진행

저는 지금 전문가가 아니라서 들어도 확실하게는 안 잡힙니다만, 광우병과 관련된, 광우병생체 조기진단기법개발, 이런 연구 용역이군요.

◆ 우희종

네.

◇ 김현정 / 진행

그런데 한나라당 손숙미 의원이 이렇게 주장합니다. 정부 기관으로부터 용역을 받아서 진행해 온 연구이면, 자료 제출 요청했을 때 제출하는 건 당연한 건 아니냐, 식약청 규정에 실험 노트나 일체의 관련자료 요구할 때는 반드시 제출하도록 규정이 되어 있다, 이렇게 말씀하세요?

◆ 우희종

보통 상임위 소속의 국회의원이 주관 부서에 연구 보고서나 관련 자료 요청은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이번 자료요청에서 비상식적인 것은 과정과 범위의 문제인데요. 분명히 규정에 관련 자료라는 것은 있지만, 실험노트라는 말은 없습니다. 이 실험 노트라는 것은 해당 연구가 조작되었다든지, 허위라는 증거가 있을 경우에 정식 조사위원회가 만들어졌을 때 요구되는 사항이죠.

◇ 김현정 / 진행

실험노트에는 뭐가 적혀 있는데요?

◆ 우희종

연구를 진행하면서 구체적인 사항 하나 하나를 기록한 실험일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것은 어떻게 보면 고유의, 실험을 한 측에 속한다는 규정은 이미 있고요. 당연히 그런 것은 그 실험실의 노하우나 특허나 다 모든 것이 관계되는 부분이죠.

◇ 김현정 / 진행

그런데 손숙미 의원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실험노트까지 제출하라고 한 이유는 광우병 생체조기진단기법개발이라는 연구가 연구 목적에 부합한 결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서 연구가 제 목적을 달성 못했으니까 도대체 어떻게 연구했는지 우리가 노트를 보겠다, 이런 말씀이세요?

◆ 우희종

먼저 손 의원님께서 내신 보도자료를 보면 그런 주장의 근거로 어느 분인지는 모르지만 전문가 의견이 있었다고 하고. 또 해당 부처인 국립독성과학원장이 그 점을 인정하였다, 라는 자료를 공표했거든요. 그러나 그 보도자료 끝에 첨부된 자료를 보면 제가 제출한 연구 내용은 연구 목적에 부합된다는 식약청 주관 부서의 검토 의견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식약청 주관 부서에서도 국회의원님께 드린 문서에, 의원님의 문제 제기에 근거가 없음을 이미 밝히고 있는데도요. 그렇게 일방적인 내용으로 주장하는 것이 저는 이해하기 어렵고요.

◇ 김현정 / 진행

식약청에서 문제가 없다고 얘기한 것은 언제 나온?

◆ 우희종

손 의원님이...

◇ 김현정 / 진행

문제제기한 이후에요?

◆ 우희종

아뇨. 손 의원님이 그 보도자료를 낸 문서에 있습니다. 그러니까 아마 착각하신 것 같아요. 맨 마지막 장에 있습니다, 주관부서 의견서에.

◇ 김현정 / 진행

주관부서 의견서를 첨부하셨는데 거기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나와 있다고요?

◆ 우희종

거기 보면 주관부서의 의견에는 일치한다고 돼 있습니다. 그래서 전 차라리 오히려 손 의원님이 소위 전문가 의견에 따라서 이번 주장을 하시게 됐다고 했는데, 그 전문가 의견이 어떻게 어떤 내용이고 누가 그런 얘기를 했는지 밝혀주는 것이 차라리 검토하기에 좋다고 봅니다.

◇ 김현정 / 진행

우 교수님 말씀을 듣다보니까, 그러면 손숙미 의원이 무슨 다른 의도가 있어서 이렇게 실험노트 내놔라, 연구비 어떻게 썼는지 내놔라, 이렇게 요구한다고 보시는 건가요?

◆ 우희종

보통은 만약에 이런 것이 잘못됐다고 생각된다면, 당연히 그러한 내용을 해당 대학이나 저에게 보내서, 제 의견을 듣고, 그래도 문제가 있다면, 어떤 조사위원회를 열어서 그때에 실험노트 등을 체크하는 거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절차가 완전히 무시된 채 더욱이 주관 부서의 의견서에 보면, 이건 손 의원님이 직접 나눠주신 자료에 봐도, 식약청도 일치 한다, 이런 의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런 주장을 하신다는 것이 저는 이해하기 어렵죠.

◇ 김현정 / 진행

교수님께서는 그러면 그동안 광우병에 대해서 비판적인 견해를 언론을 통해서 여러 번 내셨잖아요. 그것에 대한 일종의 탄압 내지 보복인 것 같다, 이런 생각도 드시는 겁니까?

◆ 우희종

일반적인 관례에 따라 영수증 자료나 실험노트를, 이렇게 전후 사정없이 요구하는 걸 보면, 쉽게 말하면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냐는 식의 표적이라는 느낌도 들고요. 또, 필요하다면 당연히 제가 드려야 되는 것이지만 의원님의 향후 계획을 들어보면, 제 연구서를 인터넷상에 올리고 모든 과학자가 검토해서 의견을 보내달라고 하셨더라고요. 이런 건 좀 굉장히 무슨 공개 석상에 올려놓고 모든 사람이 비판하라는 식의

◇ 김현정 / 진행

재판하듯이?

◆ 우희종

네. 이것은 교수 출신의 의원님이 이런 걸 하신다는 게 진짜 전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거죠.

◇ 김현정 / 진행

과거에 이런 사례가 없었습니까, 이 연구가 좀 이상하다, 같이 검토하자?

◆ 우희종

전혀 없었습니다. 제가 대학 졸업 후 30년 동안 대학에 있었습니다만, 듣도 보도 못했어요, 국내외적으로도.

◇ 김현정 / 진행

실험노트를 내놔라, 이런 적도 전에는 없었나요?

◆ 우희종

그럼요. 제가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어떤 허위나 조작이 있을 때 조사위원회에서 요구하는 사항이지, 이런 전후사정 없이 요구한다는 것은 절대로 이해 못하는 거죠. 당연히 정당한 근거에 따라 필요한 절차에 따라 요청에 오면 받아 들여야죠. 그건 뭐 언제고 저는 공개할 의사가 있습니다. 사실 이것은 손 의원님에게 제가 메일로도 그런 말씀 드렸고요.

◇ 김현정 / 진행

그럼 어떻게 자료 제출을 안 하실 생각인가요?

◆ 우희종

정당한 절차에 따라 근거가 있고 요구가 온다면 당연히 저는 제출할 겁니다.

◇ 김현정 / 진행

이런 요청이 있으면 학자들에게 많이 부담이 되나요, 어떻습니까?

◆ 우희종

아뇨. 제가 성실히 수행하지 않았거나 연구비 관리를 개인이 했다면 모르지만, 연구를 충실히 했고, 또 요즘 연구비 관리는 다 대학에서 하니까요. 본부에서 했기 때문에 그렇게 부담될 것은 없습니다. 제가 말하는 것은 정당한 근거가 있고 그것을 정당한 절차에 의해서 요구해 달라는 것뿐이지,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지금과 같은 상황은 그렇게 흔하지 않죠.

◇ 김현정 / 진행

알겠습니다. 이 연구는 언제부터 해 오신 연구세요?

◆ 우희종

2005년과 2006년인데요. 실질적으로 제가 한 것은 2006도 이고요. 제가 전에는 미국으로 간 책임연구원이 하던 연구를 마무리 했던 겁니다.

◇ 김현정 / 진행

지금 마무리가 끝난 상태입니까, 좀 남아 있나요?

◆ 우희종

마무리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 진행

끝났으면 제출을 해도 되지 않겠느냐, 이런 얘기가 나오면, 어쨌든 절차를 밟아라, 이렇게 대답하실 거고.

◆ 우희종

보고서는 제출했고요.

◇ 김현정 / 진행

혹시 손숙미 의원 말고 다른 분들이 이런 식으로 그만 좀 해라, 이런 압박 받으신 적 있으세요, 개인적으로?

◆ 우희종

직간접적으로 저를 염려해서 오히려 그런 말씀을 주시는 분들은 있죠. 너무 정부에 대해서 반대 의견을 내면 어쨌든 좋을 건 없겠죠. 그래서 아마 이번 상황도 손 의원님이 이렇게까지 하는 것도 일종의 그런 맥락 속에 있지 않나, 이런 느낌 자꾸 드는 거죠.

◇ 김현정 / 진행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