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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개혁 발목 잡는 언론
  • 승인 2000.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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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운동은 발상 자체가 신선했다. 낙천낙선운동은 정치에 등돌린 듯 보였던 수많은 시민들을 순식간에 돌아 앉혔고 정치개혁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이 결코 식어버리거나 사라진 것이 아님을 한 "큐"에 증명했다. 나 역시 총선시민연대의 등장에 마음이 들뜨긴 마찬가지였으나 그러면서도 "정말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 한구석의 불안감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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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5|imf 체제 직후 수많은 실직자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기업들이 문을 닫고, 놀란 시민들이 아이 돌반지를 싸들고 나라살리기에 애를 태울 때에도 나는 이 위기가 왜곡된 우리 사회의 질서를 재편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순진한 상상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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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7|이 기회에 아예 판을 새로 짤 수만 있다면…. 아무리 구제불능이라고 하지만 지들도 인간인데…. 이 정도 나라를 망쳐놨으면 나름대로 반성하고 개혁입법에도 관심을 쏟을 테지…. 최소한 나아지려는 시늉이라도 하겠지…. 그후 이 년. 모두 알다시피 국회는 정말 대책 없는 구제불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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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2|다들 한숨만 쉬고 있을 즈음, 총선시민연대가 부패, 무능력 정치인 퇴출 운동을 들고 나왔다. 우리사회의 모든 개혁과제가 국회라는 병목지점에서 막혀있다고 맹 비난하며 시작된 이 운동은 두 달 남짓의 활동기간동안 두 차례에 걸쳐 공천반대인사 100여명을 발표했고, 선거법 개정운동, 공천철회운동, 지역감정과의 전쟁선포 등 숨가쁜 일정으로 계속되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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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4|처음엔 모든 것이 이상할 만큼 순조롭게 진행됐다. 압도적인 국민여론의 지지가 있었기에 낙천낙선대상자들의 퇴출은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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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9|오랜만에 가슴이 후련해지면서도 여전히 떨칠 수 없었던 애초의 불안감. 이렇게 싱겁게 승부가 날 수 있을까? 집요한 권력욕, 이미 비대할 대로 비대해진, 바퀴벌레보다도 무서운 생명력을 가진 이 부패한 정치권력이 시민비판에 고개 숙이고 스스로 퇴장한다? 솔직히 어려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워낙 시민 여론의 압도적 열기가 있었기에 만만찮은 저항이 있겠지만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도도한 흐름"이라고 믿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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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4|부끄럽게도 이 도도한 역사의 물줄기를 틀어막고 되돌리고자 발 벗고 나선 것은 당사자인 부패한 정치권력이 먼저가 아니라 바로 언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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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6|낙천낙선 대상자로 지목된 거물급 정치인들이 생전 처음 당하는 유권자의 저항에 당황해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 퇴출자들의 구원투수를 자임하고 나선 족벌언론은 이 거대한 역사의 물줄기를 왜곡하고 폄하하기 위해 치졸한 사실왜곡과 의혹 덧씌우기를 서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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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8|낙천낙선운동이 불법선거와 혼탁을 부채질한다는 "불법론". 근거도 대지 못하면서 제기한 "음모론"과 그것의 확대재생산이 이어졌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색깔론의 냄새까지 나는 "홍위병론"까지 나오면서 "정권의 시민단체 이용론", "시민단체의 권력화 우려" 등 가능한 모든 억지성 여론조작을 일삼았고, 놀랍게도 그런 여론조작은 상당한 성과를 거두어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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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0|그 결과 애초 시민운동진영과 국민의 기대와는 달리 다수의 낙천대상자들이 각 당의 공천을 받아 살아남았고, 일부 탈락한 정치인들은 새로 당을 급조해 망국적인 지역감정에 기대 유권자를 다시 한번 혼란스럽게 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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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5|지겨운 정치얘기를 길게 하는 뜻은 다른데 있지 않다. 정치판과 족벌언론은 그렇다 치고 이 과정에서 방송 현업인들의 태도는 어땠을까를 되돌아보자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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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7|무엇보다 무관심 아니었나? "그건 기자나 시사프로그램 담당자의 얘기지. 나는 관련없어…" 라는 영역회피에서부터 "방송이 그런 문제 정면으로 다룰 수 있나?" 라는 태생적 한계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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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2|그 결과 심하게 뒤틀린 일부 신문의 칼럼이나 사설의 여론조작을 보고도 맘속으로나 입으로는 욕을 하면서 정작 tv와 라디오 프로그램에는 반영이 안 되는 속 터지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최소한 음모론과 홍위병론처럼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부정적인 이미지 조작을 하는 경우 그 즉시 반박과 비판을 충실히 해 국민의 판단에 도움을 줬어야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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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4|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은 이 문제를 외면했고 일부 프로그램은 단순한 중재수준에 머물렀고, 심지어 무비판적으로 확대증폭 해내는 경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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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9|지금 우리는 우리 역사의 향방을 좌우하는 아주 중요한 순간에 와있다. 만약 이번과 같은 유권자운동으로도 정치개혁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우리 정치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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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51|더욱 무서운 것은 시민들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더욱 굳어지게 하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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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56|현재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운동은 족벌언론의 무차별 공세로 대세상승기에 있던 처음과는 달리 상당히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민단체들은 "언론개혁 없이 정치개혁 없다"는 뼈아픈 교훈을 얻고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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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58|이러한 시기에 공영방송이 세 개나 되는 나라의 방송인으로서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과연 사회적 공기로서 "공익"에 충실하고 있는지, 심각하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논리에서 보자면 요즘 방송은 너무 한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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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63|※ 본 시평의 의견은 pd연합회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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