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정치보복’이 치졸하기 짝이 없는 방식으로 지속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안전성을 점검한 <PD수첩>이 4월 29일 처음 방송된 뒤, 미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고 전면재협상을 요구하는 여론이 분출하기 시작할 때부터 시작된 정부의 ‘방송탓’이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 반복되고 있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검찰까지 동원해 <PD수첩>의 숨통을 죄고 있다. 검찰이 방송 프로그램의 내용을 수사한다는 것 자체가 귀를 의심할 사안인데, 하물며 공영방송의 일개 시사고발 프로그램 한 편을 검사 5명이 전담 배치돼 수사한다니 어안이 벙벙할 노릇이다.
6월 26일 이명박 대통령이 주관한 긴급 관계장관회의에서 참석자들이 <PD수첩>을 두고 ‘공영방송이 의도적인 편파왜곡을 해 국민을 혼란시켰다면 심각한 문제’라고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아무래도 검찰까지 동원한 <PD수첩>과 MBC에 대한 정권 차원의 대대적인 보복이 이명박 대통령의 진두지휘 아래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밖에 판단되지 않는다.
우리는 이처럼 이명박 정부가 <PD수첩>에 대해 언론탄압과 정치보복의 서슬 퍼런 칼날을 맘껏 휘두르는 이때, 방송통신심의위원회까지 <PD수첩>의 공정성을 심의하겠다고 나서는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발단은 ‘이명박 식 언론통제’의 원흉이자 최전선에 서 있는 최시중 씨다. 최 씨는 지난 5월 6일 이명박 정부의 국무회의에 방송통신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해 총리 이하 장관들이 국민들의 분노를 <PD수첩> 탓으로 돌리며 너나없이 성토하자, “방송심의위원회가 제대로 구성되지 못했었는데 최근에야 구성돼서 앞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거들었다.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을 높’여야 할 책임이 있는 자가 정부의 ‘방송탓’에 부화뇌동한 것 자체가 부적절할 뿐 아니라, 독립적인 민간심의기구의 업무를 두고 ‘대처’ 운운한 것은 제 분수도 모르는 주제넘은 짓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어처구니없게도 최 씨의 이 같은 발언은 점차 현실화되었다. 방통심의위가 5월 15일 출범한 뒤 박명진 방통심의위원장은 첫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련 방송 프로그램에 대해 “다음 주 내로 안건이 올라오면 공정성과 객관성 기준에 입각해 심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심의가 방통심의위의 고유업무이긴 하나, 이번 <PD수첩>에 대한 심의가 최시중 씨의 ‘대처’ 발언과 정권 차원의 보복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PD수첩>은 국민 알권리 위해 최선 다한 ‘공영방송다운 프로그램’ <PD수첩>을 통해 미국의 소 도축 시스템이 광우병으로부터 얼마나 취약한지 드러났다.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맞춰 협상을 졸속으로 타결함으로써 국민의 건강권과 검역주권을 미국에 송두리째 내주었다는 점이 밝혀졌다. <PD수첩> 방송 이후 정부 역시 협상에 부족함이 있었음을 실토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명박 대통령은 두 차례에 걸친 ‘대국민담화’에서 몇 번이나 국민 앞에 머리를 숙여야 했다. <PD수첩> 방송 이후 30개월 이상 쇠고기에 대해서는 정부조차 ‘절대 수입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하며 ‘추가협의’, ‘추가협상’을 하게 되었다. <PD수첩> 방송을 통해 정부가 졸속적으로 잘못된 협상을 한 것이 드러나게 됐음은 부인할 수 없는 실체적 진실이다.
<PD수첩>이야말로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최선을 다한 ‘공영방송다운 프로그램’으로 평가를 받아도 부족한 마당에, 얼토당토않게 ‘심의’ 대상이 되고 나아가 ‘제재’까지 받게 된다면 이는 그야말로 비극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이제와 조중동 등 일부 신문과 정부가 전체 방송 가운데 대단히 지엽적이고 사소한 꼬투리를 붙잡고 <PD수첩>이 ‘조작방송’을 한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보복’을 위한 ‘정치공세’에 불과한 것이다. 방통심의위, 정부의 정치보복에 들러리선다면 전면적인 저항 피할 수 없을 것 박명진 위원장은 첫 기자간담회에서 “방통심의위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산하기관이 아니라 명백한 독립기관”이라며 “현재 방통위가 갖고 있는 사업자의 심의 불복시 재심 권한과 실질적인 행정처분권 등을 가져와 방통심의위의 독립성과 집행권을 확립하겠다”고 ‘독립성’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방통심의위는 이미 ‘안티 이명박’ 인터넷 카페에 대해 ‘언어순화 및 과장된 표현의 자제권고’를 내림으로써 ‘독립성’에 대한 의문을 품게 했다.
만약 방통심의위가 이번 <PD수첩> 관련 건에 대해서도 정권의 입맛에 맞는 결정을 내린다면 우리는 결코 현재의 방통심의위를 ‘독립기구’로 인정할 수 없다. 위원장 이하 방통심의위원들은 어떤 판단이 “방송 내용의 공공성 및 공정성을 보장”하고, ‘독립성’을 확립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심사숙고하길 바란다. 방통심의위가 끝내 방송에 대한 정권의 정치보복에 들러리를 서게 된다면 언론현업과 시민사회, 시청자와 국민으로부터 전면적인 저항을 피할 수 없게 됨을 분명히 경고한다.
아울러 우리는 검찰에게 사상유래 없는 방송탄압인 <PD수첩>에 대한 표적수사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최선을 다한 방송을 검찰이 수사하는 것 자체가 독재정권 시절에도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검찰은 이미 이명박 정부 하에서 ‘권력의 시녀’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더 이상 검찰은 스스로 자기 무덤을 파지 말라. 2008년 7월 1일 언론사유화저지 및 미디어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미디어행동)
※ 미디어행동 참가단체 : 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녹색연합,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 동아언론자유수호투쟁위원회, 문화연대, 미디어수용자주권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언론시민연합, 바른지역언론연대, 부산민주언론운동협의회, 불교언론대책위원회, 새언론포럼,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사)언론인권센터,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지키기천주교모임, 자주평화통일민족회의, 장애인정보문화누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북민언련, 전국언론노동조합, 진보네트워크센터,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학술단체협의회, 한국기자협회,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한국방송기술인총연합회, 한국PD연합회, 한국언론정보학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청년연합회, 환경운동연합, YMCA전국연맹, 미디어기독연대, 미디어연대, 인터넷기자협회, 전국신문판매연대, 참언론을위한모임,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인터넷언론네트워크, 경기미디어시민연대, 민주개혁을위한인천시민연대, 경기 민언련, 방송기자연합회 (이상 48개 단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