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위는 정부의 정치보복에 앞장서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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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총연합회 등 ‘PD수첩’ ‘뉴스 9’ 심의 규탄 기자회견

“<PD수첩>·KBS <뉴스9> 부당심의, 심의위는 각성하라”
“정치보복 앞장서는 심의위를 규탄한다”
“방송장악 앞장서는 심의위를 심판하자”


16일 오후 3시 MBC <PD수첩> 광우병 방송과 KBS <뉴스9>의 KBS 특별감사 보도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명진, 이하 방통심의위) 심의에 앞서 방송인총연합회와 이명박정권 방송장악 저지행동은 기자회견을 열고 방통심의위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자리에는 언론·시민단체 대표뿐 아니라 <PD수첩> 김보슬, 오동운 PD, 손관수 KBS 기자 등 현업 PD와 기자 등 60여 명이 참석해 방통심의위의 부당한 심의를 규탄했다.

▲ 16일 오후 2시 서울 목동 방송회관 1층에서 MBC < PD수첩>, KBS <뉴스9>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방송을 장악하고 언론을 탄압하려는 이명박 정권의 수족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민간 독립기구’라는 허울이라도 쓰고 있는 방통심의위만큼은 이 정권의 시대착오적인 언론탄압과 정치보복에 ‘들러리’ 서는 일이 없길 간절히 바랐지만 방통심의위는 이 같은 바람을 산산이 부수려 하고 있다”며 “방통심의위원들에게 일말의 양심과 영혼이 살아있다면 이명박 정권의 수족이 되기를 단호히 거부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어 “방송계 안팎과 시민사회, 그리고 시청자들의 우려를 깡그리 외면한 채 방통심의위가 끝내 이명박 정권이 자행하고 있는 방송탄압의 도구임을 자처하겠다면 우리는 더 이상 방통심의위의 존재가치와 역할을 인정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선언했다.

▲ MBC < PD수첩>과 KBS <뉴스9>에 대한 심의를 진행하고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양승동 한국PD연합회장은 “지난 2일 열린 <PD수첩> 관련 심의 전체회의 방청을 했는데 이것이 과연 제대로 된 심의인지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다”며 “<PD수첩> 방송 내용에 대한 심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한 시간이 지나자 시간에 쫓기듯 정파성을 드러내며 6대 3의 표결로 제재조치를 전제로 한 제작진 의견진술 결정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통심의위가 과연 독립기구인가” 되물은 뒤 “방통심의위는 정권의 하수인, 정권의 시녀라는 모욕을 당하기 전에 오늘 심의를 공정하고 분명하게 해주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순기 전국언론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KBS, MBC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영향력, 신뢰도 1, 2위를 다투고 있는 언론사로 국민들은 KBS와 MBC에 대해 무한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며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자신의 모든 잘못을 방송 때문이라고 덤터기를 씌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언론의 존재이유는 단 한 가지”라며 “정부를 비판하고 사회의 잘못된 부분을 감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KBS <뉴스9>, MBC <PD수첩>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며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조중동과 검찰, 방통심의위를 총동원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KBS, MBC를 탄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업 기자로서 기자회견에 참석한 KBS <뉴스9> 편집팀의 손관수 기자는 방통심의위가 KBS <뉴스9>를 심의하려는 것에 대해 “강도가 집에 침입해서 주인이 ‘강도야’라고 소리쳤는데 ‘강도야’라고 소리친 주인을 잡아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지금 상황은 언론의 자유를 넘어 우리 양심의 자유와 연결된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는 취재 현장에 있는 모든 기자와 PD들의 양심과 사상을 점검하겠다고 나서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당장 방통심의위의 잘못된 심의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MBC <PD수첩> 오동운 PD도 “방송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는데도 조중동과 정부·여당이 <PD수첩> 방송에 대해 흠집내기를 시작했고 심의위는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여 심의하겠다고 나섰다”며 “방송을 제대로 봤다면, 언론의 기능을 제대로 안다면 심의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PD수첩>에 대한 공격으로 죄인 아닌 죄인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제재의 형태로 나타나는 심의 결과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는 방송회관 19층 앞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는 언론인들

박성제 MBC 노조위원장은 “방통심의위의 제재 결정을 MBC 노조는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검찰수사를 인정할 수 없듯 정권의 개가 되고, 시녀가 돼서 <PD수첩>을 죽이고, 조중동을 수호하려는 검찰과 방통심의위의 역할을 인정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그는 “지금 상황은 <PD수첩> 보도 내용의 진실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상식과 몰상식, 진리와 거짓, 민주주의와 그것을 거부하는 세력 간의 대리전”이라며 “방통심의위가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이런 경고를 무시하지 말고 상식에 맞게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박 위원장은 현재 방통심의위 위원들의 정파성을 꼬집는 비유를 들기도 했다.

그는 “지금 방통심의위는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보도한 것에 대해 심의를 진행하면서 일본인 6명 대 한국인 3명이 심의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그렇게 심의할 때 제대로 된 심의가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수사와 방통심의위에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석태 SBS 노조위원장은 “<PD수첩>과 KBS <뉴스9> 보도의 공통점은 정부 정책을 비판한 것”이라며 “정부정책 비판에 성역이 있어서는 안 되고, 정부가 보기 불만스럽다고 공공기관을 동원해서 핍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송법 32조의 심의 기준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공익에 부합하느냐’이다”며 “방통심의위는 심의를 즉각 중단하는 것이 헌법 정신에 맞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항의서한을 전달한 후 취재진들에게 내용을 설명하는 양승동 한국PD연합회장
방송회관 1층에서 기자회견을 연 이후 이들은 방통심의위 심의가 열리는 방송회관 19층으로 올라가 공정한 심의를 촉구하는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그러나 방통심의위 측에서 한동안 문을 열어주지 않아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실랑이 끝에 양승동 PD연합회장을 포함한 대표 4명이 박희정 방통심의위 사무총장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양 회장은 “방통심의위 측에 지난 2일 심의가 잘못됐고 오늘도 문제가 심각하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은 항의서한 전달과 함께 19층 복도에서 “9시뉴스 징계는 KBS 기자에 대한 선전포고” “방통심의위는 언론재갈위원회?” “9시뉴스에 PD수첩에 시중드느라 바쁘다 바빠” 등의 피켓을 들고 방통심의위 심의에 대해 항의하는 뜻을 표현했다.

한편 방통심의위는 16일 전체회의에서 <PD수첩> 제작진의 의견진술을 듣고, KBS <뉴스9>에 대한 제재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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