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 가장한 날치기 해임, 의혹 투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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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신태섭 교수 KBS 이사직 박탈 논란 확산…긴급안건, 준비된 각본?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 이하 방통위)가 18일 오전 전체회의에서 긴급 안건으로 신태섭 교수의 KBS 이사 자격을 박탈하고 강성철 부산대 교수를 보궐이사로 추천한 것을 두고  “KBS에 대한 정권 차원의 압박이 가속화되고 있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방통위가 친여 성향의 인사들을 KBS 보궐이사로 잇따라 추천하면서 친 정부 인사들이 추진한 ‘정연주 사장 사퇴권고안’을 의결할 수 있는 정족수가 확보됐고, 신태섭 교수의 이사직 박탈로 정연주 사장의 조기 사퇴를 반대해온 야당 추천 이사가 전체 이사 11명 중 6명에서 4명으로 줄어들게 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방통위가 이날 전체회의에서 신태섭 교수의 이사직 박탈 과정에서도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보여 이 같은 의혹은 짙어 지고 있다.

한나라당 추천 몫 위원들이 발의…“사전에 준비된 시나리오?”

이날 방통위는 송도균 부위원장과 형태근 위원이 주축이 돼 긴급 안건으로 KBS에 대한 보궐이사 선임안을 전격적으로 상정했다. 이날 회의 안건에 대해 당사자인 신태섭 교수는 물론이고 KBS 내부에서 조차 전혀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행 방통위 ‘회의운영 규칙 9조’에 의하면 위원장은 위원회 회의일시, 장소, 의제, 제의안건에 대해 비공개 사항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을 정해  회의 개최 하루 전까지 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공표해야 한다. 

그러나 방통위는 사전 공지를 전혀 하지 않았다. 물론 이 규칙에 따르면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라는 단서조항이 있긴 하지만 이번  ‘KBS이사 선임 건’이 회의 당일 긴급 안건으로 상정될 만큼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하는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특히 방통위의 전신인 방송위원회의 회의 관행과 비교해 볼 때 이번 보궐이사 선임 과정이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 KBS
당시 방송위원회는 보궐이사 선임시 비공개 회의를 진행하긴 했지만 사전에 안건을 공개했다. 또 전체회의 전에 방송위원들이 보궐이사 후보를 추천, 전체회의 과정에서 복수의 후보군들에 대한 자질 검증 절차 등을 통해 최종 결정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방송통신위원회가 진행한 세 차례의 KBS 보궐이사 선임(방석호 이사· 유재천 이사 선임· 강성철 이사 선임) 과정에서는 단 한번도 후보추천 절차가 없었다.  

또 방통위는 그동안 신 교수가 동의대로부터 해임된 이후 KBS 이사직 수행 여부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지만 공개적인 입장 표명 한번 하지 않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날 전체회의에서도 민주당 추천 위원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등 논란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한나라당 추천 방통위원들이 수로 밀어붙여 강성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가 보궐이사로 결정됐다.

“해임이냐 자격 박탈이냐 논란”

신태섭 교수의 이사직 자격 박탈에 대한 법적인 논란의 소지도 있다. 

이날 방통위는 KBS 보궐이사를 추천한 이유를 “신태섭 KBS 이사를 ‘해임’한 것이 아니라 법적으로 자격이 상실됐기 때문에 보궐이사를 추천한 것”이라고 밝혔다.

▲ 신태섭 교수
방통위측은 대변인 브리핑 이후 기자들이 신태섭 KBS이사 ‘해임’이라고 기사를 쓴 부분에 대해 ‘자격 상실’이라고 정정을 요청할 정도로 ‘해임’이라는 표현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는 현행 방송법에 방통위가 ‘KBS 이사’에 대한 추천권은 있지만 해임권 규정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통위의 주장처럼 신 교수가 해임이 아닌 '자격 박탈' 이 됐다고 하더라도 방통위가 제시한 이유들이 애초 이사 선임을 위한 기준일 뿐 임기 중 적용 여부에 대해서는 법적인 다툼의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방통위는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3.7.27. 선고 92다 40587)도 사립학교로부터 해임 처분을 받은 자는 국가공무원법 제33조의 결격사유에 해당된다는 입장이며 법제처의 유권해석도 이와 동일하다”며 “KBS이사의 자격은 상실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정희 부산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은 “방송법에 해임 근거도 없는데 무리하게 해임을 강행했다”며  “변호사에게 문의한 결과 사립학교 해임문제가 이사 임용 시 결격 사유에 해당되지만 , 이미 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임을 할 수는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해임효력정지가처분신청’ 결정 안 났는데도 긴급안건으로 처리

이밖에 신태섭 교수가 부산지방법원에 동의대 교수직 해임에 대해 ‘해임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한 상태에서 교수직 해임에 따라 이사직 박탈 할 수 있냐 여부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해임 가처분에 대한 법원의 최종적인 법원의 판단의 나오지 않은 만큼 방통위가 신태섭 교수의 KBS이사 자격 상실을 판단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신태섭 교수는 “방통위원회가 사법부도 아닌데 어떻게 법리적으로 실효하다는 판단을 어떻게 내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박재문 대변인은 “가처분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더라도 가처분효력 정지일 뿐 해임 무효가 돼 결격사유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또한 방송법에는 KBS이사에 결원이 있을 때에는 결원될 날부터 30일 이내에 보궐이사를 임명하게 돼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했다.

▲ 정연주 KBS 사장 ⓒ연합뉴스

“KBS 장악 시나리오가 예상대로 진행되고 있다”

언론계에서는 이번 신태섭 교수의 부당해임과 방통위의 갑작스런  KBS이사직 박탈이 이명박 정부가 KBS 정연주 사장을 조기 사퇴시키고 공영방송을 장악하기 위한 예정된 수순이 아니냐는 반응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김금수 이사장을 비롯해 친여 이사들이 직간접적인 압박으로 사퇴해 KBS 이사회가 친 한나라당쪽 인사들로 채워져 여야 구도가 뒤집어졌기 때문이다.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는 “KBS 이사회를 한나라당 구도로 짜기 위한 정권의 음모로 밖에 볼 수 없다”며 “KBS 사장 축출을 비롯한 KBS 장악 시나리오가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사회적으로 동의대 교수 해임에도 동의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정권의 이 같은 논리가 어이없을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채백 언론정보학회장(부산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은 “이명박 정부가 구상했던 대로 밀어붙이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신태섭 교수 해임 가처분 소송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나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처럼 해임결정이 빨리 나온 것은 정치적 압력이 개입됐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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