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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채수현 언론노조 정책국장

▲ 채수현 정책국장
얼마 전 “지역방송, 미래를 묻다”라는 제목으로 지역방송정책 대토론회가 있었다.  이날 토론회는 “지역에도 사람이 산다. 그래서 지역민을 위한 지역방송은 꼭 필요하다. 전제로 한국방송광고공사 해체를 반대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노사가 따로 있을 수 없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노사는 따로 놀고 있었다.

노동조합은 지역민방의 유지, 발전을 위해 지역방송과 취약매체를 확고히 지원할 방법이 없는 한 방송광고공사 해체를 분명히 반대하며 지역민을 위한 공적서비스가 영구히 지속되어야 하는 주장에 변함이 없다. 민방 경영자들 또한 이견은 없었다. 그러나 9개 지역 민방으로 구성된 ‘한국지역민영방송협회’가 방송통신위원회에 전달했다는 ‘정책건의서’를 접하면 민방 경영자들의 이중성에 기가 막힌다.

일단은 방송광고공사 해체를 반대했다. 하지만 민영미디어랩 도입 시 보완방안 마련을 위한 시행준비기간 필요, 전파료 인상 방식의 광고요금체계로 전환, 자생능력이 부족한 방송사에 방송발전기금 면제 등을 요구하는 등 이미 이명박 정권의 방송광고공사 해체에 조건부 동조하고 나섰다.

소유제한 규제에도 토를 달았다. 투자재원 확보를 위해 30%로 제한된 1인 주식소유한도를 49%로 완화하고 대기업과 외국인 투자를 허용해 달라고 요구 했다. 소유, 경영 분리를 부정하고 주주 경영참여를 인정해 달라며 자본권력에 대한 방송독립의 뜻도 저버렸다.

무엇보다 지역방송의 존재 이유를 부정했다. 방송법에 보장된 편성의 자유를 보장해 달라며 의무 자체편성비율 제도를 폐지하고 편성비율규제를 순수제작비율 규제 방식으로 전환해 달라고 했다. 지역민방을 SBS의 중계국으로 정리하고 전파료나 받아 챙길 요량이다.

그 외 디지털 전환을 위한 지원책으로 전환비용 무상지원, 10년간 방송발전기금 면제, 법인세 면제 등을 요구했다. 디지털 전환은 방송사와 무관하게 정부가 결정한 만큼 전환비용은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정도껏 요구해야 한다. 지역민방의 주주 배당성향이 20~40%나 된다는 것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 지난 4월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지역방송 정책 정책 수립 촉구 기자회견'
지역성 구현을 위한 최후의 보루로써 방송통신융합 관련법에 방송권역 보호를 명문화할 것도 주문했다. 자신들의 방송권역 보호에만 골몰하여 IPTV법 시행령 제정에 있어 전국을 방송권역으로 하는 보도와 종합편성 PP 사업이 가능한 대기업 기준 완화에는 일언반구도 없는 정책부재를 드러낸 것에 대해서는 무엇으로 설명할지 궁금하다.

마지막으로 오만하게도 재허가 기간을 5년으로 연장해 달라고 때를 썼다. 3년은 기간이 짧아 사업에 방해가 되어 공익적 역할 수행에 부정적이라는 이유와 함께 영국 등 외국 사례를 들었다. 지역민방은 만족할 만큼 방송법을 준수하거나 공적 책임을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에게 실효적인 제제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3년 재허가 심사는 최소한의 제제수단이다. 긴 시간 방송의 공적책임 회피의 피해는 지역민의 피해로 돌아간다.

지역 민방이 전파를 송출한 이래 어느 한해 조용한 때가 없었다. 지역민방의 어려움만 숱하게 들었고 해결책은 한결 같았다. 방송광고공사 지키기, 방송권역 지키기였다. 이명박 정권의 미디어정책이 경쟁과 시장 효율로 강경하게 드러났음에도 구시대 프레임에 갇혀서 해묵은 답안만 뒤적이고 있다.

지역방송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안정된 돈벌이와 지역 권력을 유지해보고자 비밀리에 방통위원회나 접촉하는 경영진에게 지역 민방의 앞날을 맡길 일이 아닌 듯하다. 지역 민방의 살길은 지역민에게 물어 보는 것이 더욱 현명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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