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짓고 심문하듯 추궁 · 조중동 의혹 되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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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PD수첩 심의,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명진)가 지난 16일 MBC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편을 심의하고, ‘시청자에 대한 사과’라는 중징계를 결정했다. 방통심의위는 심의·의결에 앞서 2시간 30분 여 동안 제작진의 의견진술을 진행했으나, 요식행위에 그쳤다는 비판이 높다.

심의에 참석한 청와대와 한나라당 추천의 위원들 6인은 〈PD수첩〉이 “특정 의도나 방향성을 갖고 제작된 것이 아니냐”며 기존에 정부여당과 조·중·동이 제기한 의혹을 되풀이했고, 진행자의 멘트 실수를 의도적인 오류인양 크게 부각시키기도 했다. “안전한 쇠고기를 먹자는 방송의 의도를 큰 틀에서 봐 달라”는 제작진의 당부는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날 회의를 방청했던 한 참석자는 “위원들이 〈PD수첩〉이 공정성을 훼손했다는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질문을 하는 것 같았다”고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상황1. “불순한 의도 있었던 것 아니냐”

이날 위원들의 질문은 〈PD수첩〉의 의도와 방향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다수의 위원들이 “〈PD수첩〉이 미리 방향성을 정하고 제작됐다”며 고의성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박명진 위원장은 “탐사프로그램에 방향성이 있는 게 뭐가 나쁘냐”면서도 “오역에 방향성이 보인다”며 “미국 소는 광우병 소이고, 아레사 빈슨은 광우병으로 죽었다는 방향으로 오역이 일어났다. 이게 단순한 실수인가. 의욕이 넘쳐서 알면서도 그런 것 아니냐”며 제작진을 몰아붙였다. 박정호 위원 역시 “아레사 빈슨의 사인에 대해 일관성 있게 vCJD로만 오역이 되고 있다”며 “단순한 오역이냐”고 재차 물었다.

박천일 위원도 “전제를 깔고 시작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면서 “선정적이고 충격적인 동영상과 한쪽의 입장만을 과잉되게 보여줌으로써 공포감이나 초조감을 불러일으킨 것은 너무나 불순한 것 아니냐”고 질책했다.

이에 대해 정호식 MBC 시사교양국장은 “방향성이나 의도성에 대한 의혹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으며, 논점이 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송일준 PD의 진행상 실수도 집중 공격을 받았다. 박명진 위원장은 “진행자가 ‘아까 그 광우병 걸린 소’라고 지목하면서 ‘아레사씬가요, 죽음도 충격적인데 광우병이 그렇게 무서운 거냐’고 말한 것은 결과적으로 미국에선 광우병에 걸린 소를 무자비하게 일으켜 세워 도축하고, 아레사 빈슨은 광우병으로 죽었다는 의미를 틀 짓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또 “대 공영방송의 대 PD, 대 진행자가 그런 실수를 할 수 있냐”면서 “그 실수가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 생각해봤냐”고 물어 정호식 국장으로부터 “질문의 방향성이 느껴진다”는 핀잔을 들었다. 정 국장은 박 위원장의 격앙된 목소리에 “목소리를 낮춰 달라”며 “다그치듯이 묻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상황2. “충격적·선정적 영상…공영방송 맞나”

〈PD수첩〉의 방송 기법과 내용도 주된 논쟁이었다. 위원들은 MBC의 방송 강령을 난데없이 들고 나와 〈PD수첩〉의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영상과 양적 균형 등을 문제 삼았다.

손태규 부위원장은 “MBC 보도 강령엔 사회적 논란이 있는 경우 음향을 가능하면 넣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다”며 “그런데 〈PD수첩〉은 한승수 총리가 담화문을 발표할 때는 굉음을 넣는 등 전편에 걸쳐 감정에 충동을 일으키는 음악을 끊임없이 사용하더라”고 주장했다.

박정호 위원도 “초반부를 충격적이고 애절한 분위기로 설정하고, 한국인의 인간광우병 발병 확률이 94%라며 공포심을 조장해 시청자들의 이성적 판단을 어렵게 했다”고 지적했고, 박천일 위원은 “너무 충격적이고 선정적이어서 공영방송의 본분을 벗어난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능희 〈PD수첩〉 CP는 “우리가 사용한 자료나 동영상은 국내언론에서 이미 공개됐거나 대부분 오래된 것인데, 불온한 의도를 갖고 과잉정보를 쏟아냈다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박하며 “선정적이라는 것이 심의라는 객관성을 따지는데 있어 마땅한 잣대가 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양적 균형도 논란거리였다. 손태규 부위원장은 또 “정부 입장을 옹호하는 사람은 민동석 차관 한 사람이고 비판하는 사람은 수명”이라고 지적하며 “미국 정부 관계자나 전문가들의 반론, 또 다른 견해를 동시에 다뤄야 균형보도에 맞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호식 국장은 “양적 균형과 공정성에 대해선 상당한 논란이 있다”면서 “기존에 미국은 굉장히 좋은 나라이고, 완전무결하다고 알려졌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렇지 않은 정보를 보여주는 것도 사회적인 균형”이라고 반박했다.

상황3. “빨리 사과했으면 국민이 검찰 수사 지지 안해”

일부 위원들은 방송심의규정과는 무관한 사항을 지적하거나, 앞뒤 맞지 않는 논리를 펼치기도 했다.

김규칠 위원은 “정부는 심각하게 2번이나 사과를 했다. 〈PD수첩〉도 잘못한 게 있으면 5월에 프로그램을 통해 빨리 사과했다면 아마 검찰 수사를 받지 않았을 테고, 받았다 해도 국민 여론이 검찰 수사를 그렇게 지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조능희 CP가 “그러면 지금 국민들이 검찰 수사를 찬성한다는 거냐”고 묻자 “보다 더 찬성하지 않을 거라는 뜻”이라며 “국민들이 지지한다는 의미로 말한 게 아니”라고 항변했다.

또 박명진 위원장은 “휴메인소사이어티의 동영상을 내보내면서 ‘동물학대와 비위생적 고발’이라는 자료명을 밝히지 않았는데, 상당히 중요한 문제”라고 추궁하다가 정호식 국장이 “출처의 제목과 제작자까지 밝히라는 규정은 없다”고 반박하자 “규정엔 안 나와 있지만, 상식이자 윤리”라고 우겼다.

박 위원장은 의견진술을 마무리하면서도 제작진을 향해 “이곳에 불려 다니지 않는 팁(tip)을 알려드릴까요”라며 “공정성을 지키시면 된다. 그러면 우리는 지원하는 기관이 될 것”이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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