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그들의 종착역은 정연주 해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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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들의 종착역은 정연주 해임이었다
[해설] 이사회, 보수언론· 정부 '억지 논리' 내세워 해임 결의
  • 이기수 기자
  • 승인 2008.08.08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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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들의 호위를 받으며 이사회장을 빠져 나가고 있는 유재천 KBS 이사장 ⓒ연합뉴스
KBS 이사 현황 ⓒKBS 인터넷 홈페이지

KBS이사회(이사장 유재천)가 8일 오전 임시이사회를 열고 ‘정연주 사장 해임 제청안’을 의결한 데 대해 KBS안팎에서 “정당성을 잃어버린 초법적 대응”이라는 비판이 들끓고 있다.  

특히 친한나라당측 KBS 이사들은 이사회 개최 전부터 KBS내에 투입된 사복경찰 수백명의 호위를 받고 법률에도 없는 KBS  사장에 대한 해임 제청안 처리를 강행해 사실상 정당성 확보에 실패했다.

▲ 경찰들의 호위를 받으며 이사회장을 빠져 나가고 있는 유재천 KBS 이사장 ⓒ연합뉴스

KBS이사회 요청으로 경찰 무단 불법 난입

KBS이사회는 이사회가 예정됐던 오전 10시 이전에 이미 유재천 이사장의 요청으로 사복 경찰 수백명이 KBS 내부에 투입됐다. KBS 청원 경찰은 실제로 오전 7시 30분부터 KBS본관, 신관의 모든 입구를 비롯해 KBS본관 3층 이사회가 열리는 제1회의실 앞 엘리베이터까지 출입을 제한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원경찰만으로 KBS직원들의 제재를 막기 어렵자, 사복 경찰이 투입됐다. 사복경찰은  KBS 경영진의 허락없이 본관 6층의 임원실을 통해 KBS이사회가 열리는 제1회의실까지 진입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KBS이사회의 정치적 행보를 비판하는 KBS직원 수십여명은 KBS이사회장 앞에서 청원경찰과 사복경찰에 둘러싸여 이사회장에 접근하기 어려웠다. 반면 친여 성향의 이사들은 수백 명의 사복경찰 호위를 받으며 오전 8시 15분쯤 입장을 모두 완료했으며 이사회가 끝난 오전 12시 30분쯤에도 사복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KBS를 유유히 빠져나갔다.

이런 KBS이사회의 강경 대응에 대해 남윤인순 이사는 이사회장에서 “이사회의 사복경찰의 투입은 치욕적”이라며 문제를 제기하며 철회할 것을 요청했지만, 유재천 이사장은 ‘이사들의 신변 보호’라는 이유로 거절해 남윤인순 이사는 중도에 이사회장을 빠져나가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KBS도 경찰 난입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발표하고 유감을 표명했다. KBS는 “회사에 요청하지 않고 경찰이 언론사에 투입된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며 “공권력으로 방송을 통제하던 5공 군사 독재 정권 시대에도 없었던 일”이라고 비판했다.

KBS는 “KBS에 대한 경찰력 투입은 국가 1급보안 시설인 KBS 청사에 계엄령과 같은 비상사태가 벌여졌을 때나, 경영진이 직접 요청할 경우에만 가능하다”며 “이사회는 KBS에 경찰력 투입을 요청할 권한이 없습니다. 경찰도 경찰관직무집행법을 넘어서 불법적으로 경찰력을 투입할 권한이 없다”고 성토했다.

정권·여당 ‘거수기’ 역할하는 이사회

KBS이사회가 마무리된 뒤 발표한 ‘정연주 사장 해임 제청안 의결 사유’도 여당과 정권의 ‘거수기’를 자임했다는 KBS안팎의 비판이 거세다.

KBS이사회가 내세운 정연주 사장 해임 제청 결의안의 사유는 사실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그 동안 여당, 일부 보수단체, 조중동 등이 꾸준히 주장한 내용들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결국 KBS이사회는 “여당과 정권에 ‘거수기’ 노릇을 해왔다”는 언론시민단체들의 비판을 증명한 꼴이 됐다.

KBS이사회는 오전 10시부터 2시간 넘게 진행된 KBS이사회를 마친 뒤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정연주 사장은 최고 경영자로서 마땅히 져야 할 책임을 지기는커녕 실패를 호도하기에 급급했다”며 “지금 KBS는 이와 같은 정연주 사장의 오도된 리더십으로 인해 급변하는 디지털 매체환경에서 성장과 발전을 위한 변화의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에 이사회는 KBS의 밝은 미래를 예비하기 위해 이 결의안을 의결코자 한다”고 밝혔다.

KBS이사회는 정 사장 해임안 결의사유를 △경영수지의 적자 구조화와 관련된 사례 △인사관리의 난맥상과 자의적 인사권 행사 사례 △ 방송의 공정성 훼손 사례 △ 개인 이익을 위한 권한 남용의 사례 △ 관리 부재, 기강해이의 사례 △ 국가 1급 보안시설 보호의무 방기 사례 등 크게 6가지로 꼽았다.

KBS이사회는 “2004년 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적자를 낸 데 이어 2007 회계연도에 이르기까지 1172억 여원의 누적 사업손실을 냈다”며 “2008년 회계연도에는 439억 원에 달하는 초유의 적자 예산을 편성하고도 상반기 광고수입예산에 347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 사장은 6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익잉여금의 경우 사장 취임(2003년 4월) 전 해인 2002년 말 3955억원에서 2007년 4144억원으로 증가했다”며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KBS이사회는 정연주 사장 취임 이후 ‘팀제 도입’에 대해서도 해임 사유로 지적했다. KBS이사회는 “팀제 개혁은 자율권 보장이라는 포장과는 달리 자율권 남용에 따른 부작용을 낳고 조직내부의 업무조정과 통제기능이 상실되는 등의 문제를 노정하고, 실·국·부장 등 중간간부를 팀장만으로 단일화해 인건비를 대폭 절감했다고 자평했다”며 “3차에 걸친 팀제보완으로 간부수가 과거 실국장제 시절로 되돌아가, 결과적으로 팀제로의 인사제도 개혁은 실패로 규정됐다”고 설명했다.

▲ KBS 이사 현황 ⓒKBS 인터넷 홈페이지


권한 없는 ‘프로그램 편향성’도 해임사유?

KBS이사회는 방송법에도 명시하지 않은 KBS프로그램 편향성을 정연주 사장의 해임사유로 드는 초법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과감함을 보이기도 했다.

KBS이사회는 “탄핵방송, 두 차례의 송두율 특집 다큐멘터리 방송, 두 달이 넘는 광우병 촛불시위보도 등에 대해서도 ‘편향방송’”이라는 이유를 들어 해임 사유로 꼽았다.

특히 KBS이사회는 지난 7월 26일 서울 도심 불법 시위 과정에서 시위대가 경찰관 2명을 인질로 잡아 발가벗긴 사례를 들며 “타 언론의 보도태도와는 달리 보도는 물론 취재마저 외명했다”며 “방송의 공정성을 훼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방송법에 따르면 KBS이사회는 KBS 예산권, 사장 제청권 등은 명시하고 있지만 프로그램, 보도에 대해서는 어떤 권한도 명시하지 않고 있다. 기본적으로 KBS이사회의 존재 이유는 언론사로서 투명한 경영을 위한 KBS사장을 견제하기 위한 조직이기 때문이다.

이사회는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직접 얽혀있는 보도에 대해서는 공정성과 관계없이 KBS프로그램의 편향성으로 지적했다. KBS이사회는 지난달 23일 시민들에게 둘러싸여 이사회에 참석하지 못한 박만 이사에 대해서는 “이사회에 참석하는 이사가 불법시위대에 장시간 억류돼 신변을 위협받고 차량을 손괴당하는 등의 폭력과 업무방해행위는 일체 보도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신태섭 이사 사퇴 압력설’ 등의 보도에 대해서는 “이사회의 활동과 관련해 없는 사실을 날조 왜곡해 메인뉴스를 통해 비판했다”고 이중 잣대를 들이대기도 했다.

더욱이 KBS이사회는 KBS 본관 앞에서 ‘공영방송 사수’를 외치며 자발적으로 촛불집회를 한 시민들을 처벌하지 않은 점도 정 사장의 해임 제청안 의결 사유로 들었다.

KBS이사회는 “지난 6월 11일 이후 국가 1급 보안 시설로 지정돼 엄격한 관리 의무가 주어진 KBS 시설 일부가 불법 시위대에 점거돼 두 달 넘게 불법이 자행되고 간부사원을 포함한 일부 사원이 전력 등 편의를 제공했다”며 “이사회가 시정과 필요 조치를 공식 요구했는데도 외면하는 등 시설관리 최고책임자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방기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서도 KBS 내부 구성원의 비판이 거세다. 양승동 KBS PD협회장은 “KBS는 수신료로 운영되는 국민의 방송이다. 이명박 정권에서 방송을 노골적으로 장악하려는 상황에서 KBS에 문제가 있으면 시민들은 언제든지 KBS에 찾아올 수 있다”며 “이런 시민들의 목소리에 대해서도 KBS가 위기라고 표출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냐”고 반박했다. 

KBS의 한 기자는 “그 동안 쌓아왔던 공영방송 KBS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하루 아침에 무너졌다”며 “오늘 해임 제청 결의안에 통과시킨 KBS이사들은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KBS의 한 관계자는 “정말 KBS의 미래를 위한 것이 무엇인지 전혀 생각하지 않고 당장에 보이는 이해관계에 움직이는 것이 KBS이사냐”며 “이제부터 시작이다. KBS 조직원들이 직접 나서서 끝까지 대항할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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