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거리에서 돌팔매를 맞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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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KBS 사원행동 공식 출범…‘이명박 정부 방송장악 저지’ 천명

▲ 11일 낮12시 KBS본관 민주광장에서 열린 KBS사원행동 출범식에는 KBS조합원 700여명이 모였다. ⓒPD저널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이하 KBS사원행동)이 11일 낮12시 KBS 본관 2층 민주광장에서 출범식을 갖고 이명박 정권의 초법적인 언론장악 시도에 대해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오태훈, 고민정 아나운서 사회로 진행된 이날 출범식은 700여명의 사원들이 모여 “KBS인 똘똘 뭉쳐 공영방송 지켜내자! 공영방송 사수투쟁!”을 외쳤다.

KBS사원행동은 출범선언문에서 “2008년 8월 8일은 KBS가 공권력에 의해 무자비하게 탄압된 날로 5공 독재정권에서도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일”이라며 “자유언론의 상징인 KBS 안으로 경찰병력을 끌어들인 자는 유재천 KBS 이사장이다. 그는 자신의 알량한 신변안전을 위해 KBS 안으로 권력을 개들을 풀어놨다”고 개탄했다.

KBS사원행동은 “KBS의 자존심이 갈가리 찢어지던 날. 탄압의 현장에서 개인의 희생을 감수하며 공영방송을 장악하려는 정권의 불의에 맞서 싸웠다”며 “공영방송 사수의 숨결이 배인 이 곳 민주광장에 새 희망의 씨앗을 심는다. 우리의 전진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KBS 사원행동은 지금까지 정연주 사장의 사퇴를 줄곧 주장해온 KBS 노조와는 별개로 기자협회, PD협회, 경영협회 등 각 직능단체들이 주축이 돼 만든 투쟁 조직체다.

KBS사원행동은 △공영방송 장악 음모를 끝까지 사워 막아낼 것 △공영방송 사수를 위해 투쟁하는 사내외 모든 세력과의 강고한 단결과 연대 △공영방송 사수 투쟁의 핵심에 KBS 노조가 선봉에 나설 것 등을 밝혔다.

▲ 11일 낮12시 KBS본관 민주광장에서 열린 KBS사원행동 출범식에는 KBS조합원 700여명이 모였다. ⓒPD저널

KBS 사원행동은 양승동 KBS PD협회장과 이광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청주지부장을 공동대표로 추대했으며 운영위원으로 김현석 기자협회장, 이도영 경영협회장, 김병국 부산지부장, 정재준 경남도지부장, 강동원 대전지부장, 김영진 조명감독협회장, 박기호 7구역 중앙위원, 이내규 6구역 중앙위원, 정일서 5구역 중앙위원, 이형걸 아나운서 등 총 20명이 참여했다.

김현석 기자협회장은 경과보고에서 “보통은 경과보고가 재미가 없는데, 오늘 아침 경과를 정리하다 보니 너무나 참담하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저들이 공영방송을 장악하기 위해 우리 심장을 짓밟고 있다”고 성토했다.

김 회장은 “사원행동을 출범한다고 하니까 분열이 아니냐는 말을 한다”면서 “하지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결코 분열이 아니라 더 큰 통합을 위한 시작이다. KBS 노동조합이 투쟁의 중심으로서 우뚝 서기를 기원한다. 투쟁의 현장에서 모든 분열이 극복이 되길 바란다”고 답했다.

“KBS노조, 시대의 소명과 조합원의 목소리 들어야”

양승동 KBS사원행동 공동대표는 “입사 20년 만에 이렇게 치욕적인 날은 처음이었다. 90년 4월 민주화 투쟁 때 그보다 훨씬 더하다.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라고 개탄했다.

양 대표는 “KBS에 경찰투입을 요청한 유재천 이사장을 비롯해 권혁부, 이춘호, 방석호, 박만, 강성철 등 이사를 6명을 KBS 파괴 6범으로 규정하고 KBS이사 퇴진 투쟁 벌여나갈 것”이라며 “그동안 KBS 너무 쉽게 봤다. KBS 사원 의지를 시험하지 말기를 바란다”며 이명박 정권에게 경고했다.

이광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청주지부장은  “KBS노조가 선봉에 서야한다. 노조는 지금 언론노조 산별탈퇴라는 어처구니없는 말로 KBS구성원들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있다”며 “투표철회를 촉구하고 KBS노조가 제자리에 서기를 간절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지지연설을 위해 참석한 성유보 방송장악·네티즌탄압반대 범국민행동 상임위원장은 “생각보다 훨씬 높게 KBS 내부가 뜨거워서 반갑고 기쁘다”며 “지금 이명박 정부는 말로 하는 민주정치를 거부하고 힘을 동원하는 독재정권으로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성 위원장은 “KBS 사장 해임문제가 KBS 내부문제나 권리문제라고 생각하면 큰 착각에 빠진다”며 “70~80년대 언론을 장악하기 위해 독재정권이 긴급조치를 내리고 반대진영의 목소리를 유언비어로 치부했다. 지금 이명박 정권은 이런 목소리를 괴담이라고 말하고 있다. 괴담이나 유언비어가 다를 게 뭐가 있냐. 현재 그러한 상태를 그대로 수용할 때 이제 땡명박 뉴스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 ⓒPD저널
언론노조 위원장 출신인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당에서 대외적인 활동이 금지 돼 있었지만, 죽어가고 있는 KBS를 살리지 못한다면 안 된다는 절망에서 나오게 됐다. 함께 주먹 쥐고 외쳤고, 함께 투쟁했던 심정으로 나서 언론노조 위원장이 됐던 권영길이 돼서 여러분들과 함께 하겠다는 것을 말씀 드리기 위해 나섰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이어 “90년 4월 투쟁 이전 여러분의 선배들은 KBS에 다닌 다는 것을 말하지 못했다. 취재를 나가면 돌팔매를 맞았다. 당시 군사독재 정권의 나팔수로서 하수인으로 살았다”며 “내 아들의 얼굴이 부끄러워서 KBS 다닌다고 얘기를 못했다”며 “하지만 지금 신뢰도 1위의 KBS가 돼 있지 않냐. 그 모습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오늘 회사를 나가는 정연주 사장을 만났다. 얼굴을 웃고 있는데 그 눈을 제대로 쳐다볼 수 없었다”며 “정 사장은 이제껏 제대로 된 직장 한 번 가져보지 못했다. 33년 전 동아일보에서 쫓겨나고,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수배 당하다 망명생활하고, 우리사회가 이런 분들을 한 번도 대접하지 못했다. 이렇게 가장 비참한 모습으로 퇴장 당했다”고 개탄했다.

이어 최 의원은 “정연주 사장과 PD수첩 문제는 언론을 탄압하는 고리에 불과하다. 그것을 고리로 삼아서 KBS MBC 장악 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KBS인들 “또 다시 길거리에서 돌팔매를 맞을 수는 없다”

KBS 사원 자유발언에서 국은주 KBS 제1라디오 PD는 “사복경찰을 보는 순간 83년 대학 입학했던 생각이 났다. 피 속으로부터 끓어오르는 심정이었다. 아니 그보다 더한 분노와 뜨겁게 타올랐다”고 말했다.

김명섭 KBS 탐사보도팀 기자는 “오늘 아침에 큰 애가 4학년인데 동영상을 보더니 ‘아빠! 집회 같은 거 하면 앞에 나서지 마요!’라고 했다”며 “고민이 된다. 그러나 부당하게 공영방송을 유린하고 언론자유를 유린하는 것은 분골쇄신해서 싸워야 한다”고 밝혔다.

KBS사원행동은 이날 출범식 개최 직전 KBS 사내에 주둔하고 있는 경찰과 전경버스에 대해 완전한 철수를 경찰 측에 요청했다. 이에 경찰은 KBS 본관 앞 전경차를 그대로 둔 채 KBS 내부에 주둔한 경찰병력만 뺐다가 항의하는 KBS 직원들의 숫자가 불어나자 KBS 본관앞에 주차된 5대의 전경차도 다른 곳으로 주차했다.

▲ KBS사원행동 직후 KBS본관 앞 계단에 움집한 KBS조합원들 ⓒPD저널

이에 KBS사원행동은 KBS 본관 앞 계단에서 정리집회를 갖고, 유재천 이사장에게 불법적인 공권력 투입을 항의하기 위해 신관 5층 이사장실로 몰려갔다.  

KBS사원행동은 ‘유재천! 그 이름은 반드시 KBS에서 지워야 한다’는 제목의 KBS사원행동 특보를 이사장실 문 앞에 붙인 다음 그 위에 크게 ‘X’자로 크게 테이프를 붙이고, 출입을 봉쇄했다.

KBS사원행동은 이날 저녁부터 벌어지는 촛불문화제를 KBS사원행동의 이름으로 주최하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행동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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