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로 ‘위기의 KBS’ 지켜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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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15일 KBS사원행동,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 개최

베이징올림픽으로 후끈 달아올라 있는 15일 광복절 저녁 서울 광화문 네거리. 이곳에는 올림픽 중계를 지켜보기 위해 나온 시민들의 환호 소리가 광장을 빼곡히 메우고 있었다.

그 뜨거운 열기를 식히듯 ‘보슬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길을 걸어가는 시민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때마침 중계된 남자 양궁 결승전이 나오는 대형 스크린에 두 눈을 고정시켰다. 박경모 선수가 퍼펙트 10점을 쏠 때, 시민들은 “잘한다!”는 박수와 함성으로 화답하며 TV 속의 올림픽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같은 시각.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앞에서는 ‘사수 공영방송’이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대국민호소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은 이렇게 외쳤다.

▲ KBS사원행동 주최로 15일 오후 6시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공영방송 사수 대국민호소 기자회견'이 열렸다. ⓒPD저널

“우린 정권의 나팔수가 될 수 없다. 우리 몸이 모두 바스러져 전파와 함께 공중에 뿌려지더라도 이 땅의 공영방송이 진정한 국민의 방송으로 남을 때까지 온 힘을 다해 싸울 것이다.”

KBS 기자, PD, 아나운서, 카메라맨, 카메라기자, 방송엔지니어들이 광화문 거리로 나섰다. 촛불을 들었다. 그리고 절규하듯 호소했다.

“국민의 방송 KBS가 천 길 낭떠러지 앞에 섰다. 8월 8일, 우리는 우리의 신성한 일터에 사복경찰들이 난입해 우리 사우들을 때리고 짓이기는 참을 수 없는 치욕을 당해야 했다.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이라는 험난한 길을 걸어온 KBS 공영방송은 철저히 유린당해야만 했다.”

지나가는 시민들이 수근 대기 시작했다. “KBS사람들인 가봐. 어! 아나운서도 있네.” 이형걸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에 지나가던 시민들도 하나 둘 씩 관심을 갖고 힐끗힐끗 보기 시작했다. 비에 젖은 기자회견문을 들고 앞으로 나선 김석 기자와 진정회 PD는 이렇게 외쳤다.
 

▲ 김석 KBS 기자, 진정회 KBS PD ⓒPD저널

“우리는 선언한다. 우리에게 좋은 기사, 좋은 프로그램을 방송하라는 권한을 위임하였으며 동시에 국민의 편에서 올곧은 방송을 하라는 의무까지도 부여한 국민들 앞에, 분연히 떨쳐 일어나 선언한다. 우리는 이명박 정권의 국정철학을 구현하는 ‘개’가 될 수 없다.”

33년 전 박정희 정권에 맞서 ‘펜’을 지키다 동아일보에서 해직 당한 정동익 동아투위 위원장은 “언론자유가 최대 위기에 빠졌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KBS와 동아일보 기자로 지낸 정 위원장은 “KBS 기자 시절, 취재현장과 기자실에서 KBS기자는 기자 취급을 받지 못했다. 사람 취급도 받지 못했다. 쓰레기였다. 하지만 이제 KBS는 대한민국에서 제일가는 방송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명박 독재정권에게 그런 KBS를 넘겨줄 수 없다. 선배 언론인들이 여러분과 싸움에 함께 하겠다”고 KBS 사원들을 북돋았다.

성유보 방송장악·네티즌탄압반대 범국민행동 상임위원장도 “이제 독재권력에 대한 반격이 머지않았다”며 “KBS인들이 용기를 잃지 말고, 투쟁에 함께 하길 바란다”고 힘을 보탰다.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 양승동 공동대표(KBS PD협회장)는 “언론 자유의 상징인 프레스센터 앞에 우리가 서있다”며 “20년 전의 KBS로 돌아가라고, 이명박 정권은 법과 상식을 무시하며 그들에게 굴복하라며 우리를 협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양 대표는 “우리 KBS인들은 ‘배부른 돼지’가 되지 않겠다고 시민들에게 약속 드린다”며 “다시는 정권의 나팔수가 되지 않겠다. 다시는 부당한 정권에 굴복하지 않겠다. 촛불로 KBS를 지켜봐 달라. 여러분의 촛불이 우리의 지향점이다. 시민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겠다.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 다음 카페 ‘KBS <시사투나잇>을 사랑하는 다음 WOA한 여자들’ 회원들 ⓒPD저널

이날 기자회견에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심상정 진보신당 대표, 이수호 민노당 최고위원,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노웅래 전 열린우리당 의원,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 권미혁 한국여성민우회 대표, 한서정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NGO 준비위원장 등 각계 인사와 시민 200여명이 참석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들은 촛불을 하나 둘씩 꺼내들고 광화문 네거리를 밝혀나가기 시작했다. 이에 시민들도 화답했다.

다음 카페 ‘KBS <시사투나잇>을 사랑하는 다음 WOA한 여자들’ 회원들은 ‘걱정 마 KBS야. 언니들이 지켜줄게’ ‘최시중은 냉큼 와서 누나들 시중이나 들어라’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KBS 사원들의 투쟁을 적극 지지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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