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조사와 개표 결과가 다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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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조사와 개표 결과가 다른 이유
  • 승인 2000.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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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방송사의 4·13 출구조사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pd연합회보는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을 진단하는 한 pd의 글을 싣는다. 이 글은 mbc 한학수 pd가 "현업 방송인으로서 출구조사 오보에 대해 죄송하다"며 사내 게시판에 올렸던 것으로 필자의 동의를 얻어 싣는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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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방송국과 리서치 기관이 함께 발표한 출구조사의 결과가 형편없이 빗나갔다. 어떤 기자는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고 하며 국민들의 출구조사에 대한 무지를 탓하기도 하고, 어떤 기자는 혼전지역이 30여군데나 되었기 때문이라고 하며 불가항력을 강조하기도 한다. 그것도 버젓이 기사라고 하며 나오고 있다. 그것은 일면의 진실을 담고 있지만, 잘못된 기사이며 무식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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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6|출구조사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국민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것은 이미 출구조사가 시작되기 전에도 예측된 일이다. 정치에 대한 피해의식이 강하고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않은 문화풍토를 감안하면 좀더 겸손하고 세심하게 출구조사 결과를 분석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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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9|혼전지역이 많아서 불가항력이라고 말하는 것은 과학적 통계의 가능성을 부정하는 무식의 소치이다. 혼전지역이 많기 때문에 통계학적 추측이 필요한 것이며, 불확실한 영역을 사실에 기초하여 추론하고 검증하는 것이 바로 과학이다. 비록 오차범위 내에서 당락이 결정된 지역이 많았다고는 하나, 그것은 몇몇 지역의 당선자를 잘못 예측할 수는 있어도 제1당과 2당의 당선자 총계 숫자를 추정한 것에 대해서 변명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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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2|그러면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출구조사와 개표결과가 다른 것은 무슨 이유인가? mbc와 kbs의 이번 출구조사는 전국적으로 시행되지 못했지만 대부분의 경합지역을 포괄한 것이며 윤곽이 드러난 곳은 투표전의 여론조사를 반영한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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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5|방송사와 리서치 회사는 모든 가능한 능력을 총동원하여 조사를 한 것이며 그들 나름으로는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일각에서 음모론자들이 말하듯이 "그들이 고의적으로 여당에 잘 보이기 위해 결과를 편향적으로(biased)추정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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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8|문제의 열쇠는 출구조사에 답하지 않은 "답변 거부자들"에 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답변 거부자들의 투표결과를 무리하게 추정"한 곳에 비밀이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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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1|오히려 출구조사 보다는 투표 2~3일 전에 발표된 여론조사의 결과가 더욱 사실에 가깝다. 대부분의 미디어에 발표된 그 때의 결과는 제1당 한나라당(100석 이상)이며 2당으로 민주당(95석 내외)을 꼽고 있다. 이상하다. 그렇다면, 투표당일 출구조사 때보다 부동층이 더욱 많은 시점에 조사된 여론조사인데 어찌 출구조사보다 정확할 수가 있는가?그 비밀은 부동층의 성향에 대한 추세분석(trend analysis)이 정확하게 추정된 것이기 때문이다. 즉 한 달 전부터 부동층은 서서히 자기 마음을 정해왔으며 투표일에 다가갈수록 자기의 속내를 더욱 분명하게 표시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인데, 이러한 부동층의 감소추세가 어떤 당으로 결과되어지고 있는가를 가만히 검토해보면 최후의 남은 부동층(의견 비표시자)의 투표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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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4|"출구조사 미응답자"와 "부동층"은 같은 사람이 아니다. (왜 다르냐고 묻지 마세요. 그것은 앞으로 사회학자들과 통계 전문가들이 분석해야 할 내용이니까요.) 다만 분명한 사실은 여론조사에서 지지후보를 표현한 사람들은 출구조사에서도 대부분 의사표시를 했으며, 또한 여론조사 때보다 출구조사 때에 비응답자들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할 사실은 "여론조사 때는 부동층이었으나 출구조사 때는 응답한 사람들"이 고스란히 "예전의 부동층을 대표한다"고 추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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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7|즉 부동층이었다가 출구조사 때 응답을 한 사람들은, "이제는 남들에게 말해도 좋을 만큼"의 자기논리를 갖추었다고 생각한 사람이거나 혹은 부동층 내부에서 놓고 볼 때 상대적으로 "외향적"인 집단이다. 그들은 그런 특성을 가진 집단이지 이전의 부동층을 대표하는 집단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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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0|부동층이었다가 출구조사 때 응답하는 집단은 민주당 지지자와 민주노동당 지지자가 많았다. 부동층이었던 사람들 중에서 출구조사에도 응답하지 않은 사람들은 주로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많았다.(왜 그러냐고 묻지마세요. 이거야말로 사회학자들의 연구주제니까요.) 다만 이런 사실을 애써 무시하고 무슨 무슨 최고의 예측 시스템 운운하면서 과학자 행세하다가는 망신을 당하기 쉬울 것이다. 아마 여론조사와 출구조사의 결과가 달리 나왔을 때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그러나 언론은 정도를 걸어야 했다. 당황스런 사실의 내막 즉 여론조사와 출구조사가 차이가 상당하게 난다는 사실, 그리고 출구조사의 비응답률이 얼마이므로 이 추정에는 어느 정도의 한계가 있다는 사실, 그런 연후에 한 발 더 나아가 진짜로 승부수를 띄우려거든 출구조사의 결과에 대한 "질적인(qualitive) 분석"을 덧붙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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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3|나보다 더 전문가들인 리서치 회사의 간부들이 이제까지 말한 사실을 몰랐을 리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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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6|리서치 회사간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는 방송사간의 지나친 경쟁이 저널리즘의 근본을 잃게 한 것은 아니었을까? 좀 더 겸손하게 분석하고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줘야 하지 않았을까? 백보 양보해서 개표 뒷날 방송사의 사과방송이라는 것도 아쉽기 그지없다. 그저 잘못했다 뿐이지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는지 보여주질 않았다. 무엇을 사과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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