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제작기] 미국발 금융위기가 던지는 근본적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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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인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추석연휴 마지막날,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설마했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보유하고 있는 자산이 우리나라 증시규모보다 많고, 굴리고 있는 자산은 웬만한 나라 재산보다 크다는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것이다. 대마불사라는 신화를 깨뜨린 것은 물론 과연 달러중심의 세계 금융 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기나 한 것일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주는 대사건이었다.

달러체제, 공포의 균형

금본위 체제가 무너지고 브레튼우즈에서 새로운 질서로 구축된 세계경제는 달러에 기대고 있다. 미국을 제외한 각국 중앙은행는 무역 수출로 번 돈을 달러로 바꿔 비축해 놓는다. 이 비축한 달러 및 벌어온 달러가 국제 통화 시장의 근간을 이루고 있고,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미국정부는 얼마만큼의 달러를 찍을까를 통해 세계 경제의 안정성을 담당하는 역할을 나눠맡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10여 년간 벌어진 일들을 살펴보면 거대소비시장으로서 미국은 엄청난 재정적자를 감내하면서 달러소비국으로서의 역할을 유지했고, 아시아와 신흥공업국은 막대한 수출을 유지하면서 달러를 중앙은행 및 기업에 비축했다. 그런데 이 아시아와 신흥공업국의 달러는 다시 투자수단을 찾으면서 월가의 각 금융기관 특히 골드만삭스, 리먼브러더스 등 초거대 투자은행으로 다시 흘러들어갔다. 결국 미국은 재정적자를 월가의 금융기관의 달러유입을 통해서 막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을 이찬근 교수는 ‘공포의 균형’이라 불렀다. 미국은 재정적자를 통해 달러를 흐르게 하고, 아시아는 월가의 금융에 달러를 다시 투입함으로써 수출을 통한 국가 성장을 유지해온 것이다.

균열되고 있는 달러중심체제의 사례, CDS

막대한 재정적자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제조업 규모에도 미국이 버틸 수 있었던 마술은 사실 월가에 있었다. 90년대 이후 월가의 중심으로 떠오른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등 투자은행들은 자산의 40에서 50배에 달하는 유동자산을 운용한다. 어려운 말처럼 보이지만 쉽게 설명하면 100원의 자산으로 4000원에서 5000원의 돈을 굴린다는 말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각종 파생상품 덕분이다. 우리에게도 익숙해진 주식 시장에서의 공매도나 풋매도 같은 것들이 파생상품이다. 베팅과 예측을 통해 적은 돈으로 많은 돈을 거는 행위. 사실 위험성으로 치면 도박에 버금가는 짓이었다. 

이러한 위험천만한 투자행위를 하면서 투자은행들은 자신들의 위험성을 다른 투자은행이나 금융기관에 전가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는데 그것이 바로 지급보증채권 즉 CDS(Credit Default Swap)이다. 아주 단순히 말해보면 CDS는 보험을 말한다. 만약 내가 대출을 해줬는데 상대방이 미심쩍다면 3자에게 수수료를 주고 상대방이 파산했을 경우 대신 갚아주도록 한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보험을 여러 군데로 분산해서 잔뜩 들어놓으면 부실대출이 생겼을 경우 한군데만 무너질 것이 2, 3차로 연쇄적으로 무너지게 된다는 사실이다. 보험이 보험이 아니라 ‘너죽고 나죽자’식의 발목잡기가 되는 것이다. 결국 얽히고 설킨 CDS 덕분에 우리는 리먼의 파산이 어떻게 돌아돌아 우리에게 파장을 미칠지 계산조차 못하는 상황이 되버린 것이다.

PD들이여, 월가로 출장을 가라! 아니 월가에 눌러앉아 있으라!

리먼의 파산은 그런 의미에서 그 파장과 여파가 한 기업의 파산과는 명백히 다르다. 얽히고  설킨 전 세계 금융시스템, 우리가 살아가고 있던 경제시스템의 근간이 아래서부터 균열되고 있다는 의미심장한 징조인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세계적인 변환의 시작, 그 초입에 서있는지도 모른다. 앞으로 다가올 변화는 우리가 경험했던 어떤 것보다도 더 깊고 더 큰 것일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 안주식 KBS 스페셜팀 PD

그 변화의 예후가 리먼의 파산으로 드러났다. 우리는 시대를 앞서읽지 못하는 것이 어떠한 국가적 재앙을 갖고 오는지 IMF사태를 통해 뼈져리게 배운 경험이 있다. PD들이여 경제학 책을 다시 읽자. 월가로 장기출장을 가자. 시대의 변화가 태풍전야의 먹구름 몰려오듯 스멀스멀 몰려오는 것이 느껴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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