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실 보도, 왜 언론은 자살을 부추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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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중계식 보도, 자살 방법 묘사 논란…정부는 ‘인터넷 통제’ 발상

▲ 故 최진실씨의 매니저가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나오자 취재진들이 매니저 차 주변으로 몰려 들었다. ⓒPD저널

故 최진실씨 자살 보도를 놓고 언론들이 유가족들과 지인의 오열장면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등 고인의 죽음을 지나치게 자극적으로 보도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상파와 케이블 각종 연예 정보 프로그램, 종합일간지, 인터넷 신문 등을 합쳐 300여명에 달하는 취재진들은 최씨가 숨진 지난 2일부터 서울 서초구 잠원동 모 아파트를 비롯해 사건을 담당한 서초경찰서, 빈소가 마련된 병원 등에 흩어져 현장 소식을 중계했다.

특히 케이블방송 tvN, ETN, YTN star의 경우 한국자살예방협회가 “자살은 전염된다”며 보도를 최소한으로 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묵살하고 중계차까지 동원하며 방송했다. 우려스럽게도 ‘베르테르 효과’를 증명하듯 트랜스젠더 연예인 장채원씨를 비롯해 지난 며칠사이 10여명에 달하는 이들이 목숨을 끊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사채설에 시달리다 죽음을 택한 故 최진실씨의 자살을 놓고 보수언론들은 연일 ‘루머’ ‘괴담’ ‘악플’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경찰 역시 사채설을 퍼뜨린 증권사 직원 4명을 소환하며 사설정보지 출처를 캐는 등의 수사를 벌였다. 이에 정부·여당은 ‘악플’ 근절을 내세우며 ‘사이버 모욕죄’ 신설을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에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정부에서 예전부터 인터넷 통제를 목적으로 사이버 모욕죄를 도입하려 했다가 막히자 이번 사건을 이용해 보수신문에서 이 법이 ‘악플’을 방지하는 취지인 것처럼 호도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창룡 인제대 언론정치학부 교수 또한 “사이버 모욕죄 신설은 순기능과 역기능을 모두 갖고 있어 최후의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 故 최진실씨 빈소가 마련된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 조문 오는 연예인들을 취재하기 위해 취재진들이 진을 치고 있다. ⓒPD저널

추측성 보도에 대해 기자들의 자성의 목소리도 뒤따랐다. 한 인터넷신문 연예부 기자는 “故 안재환씨 사망 사건 당시에도 과열된 취재경쟁 탓에 출처가 불명확한 사실들을 기사화하는 등 하루 500개 이상의 기사가 양산됐다”며 “제목만 자극적인 내용으로 바꾸고 내용은 똑같이 쓰면서 이런 분위기를 조성한 몫도 크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언론의 이른바 ‘인터넷판’ 장사도 도마 위에 올랐다. 최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 이들은 인터넷 화면을 큰 사이즈로 교체하고 선정적인 사진들로 장식했다. 특히 중앙은 지난 2일 고인의 자살방법을 상세히 묘사하며 압박 붕대의 구입경로, 가격 등을 제시해 논란을 일으켰다.

케이블 연예 정보 프로그램의 무차별 보도에 따른 문제점도 불거졌다. 한 연예부 기자는 “故 안재환씨 사망사건의 경우 형사1팀 1반 김 모 반장이 사건 관할인데 케이블 E 방송사는 사건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형사1팀 2반 서 모 반장을 인터뷰 해 방송으로 보냈다”며 “TV 나오는 맛에 우쭐해서 나오는 일부 형사들도 문제지만 그런 형사를 인터뷰하는 언론이 더 큰 문제”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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