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방송사들 정부에 생존 대책 마련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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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역방송협회 성명 발표… “생존 자체가 힘들게 될 것”

▲ 자료사진. 지난 4월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지역방송 정책 정책 수립 촉구 기자회견' ⓒPD저널

정부가 내년까지 민영미디어렙 도입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한 가운데 19개 지역 MBC 계열사와 9개 지역민영방송사로 구성된 한국지역방송협회(공동회장:김윤영·박흥석 이하 협회)는 정부에 민영미디어렙 도입 논의에 앞서 지역방송을 비롯해 상업적으로 취약한 매체에 대한 생존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협회는 23일 성명을 통해 “현재 8조원대인 국내 방송광고 시장에서 지상파 광고시장은 30%에 불과하고 향후에도 지속적인 감소세가 전망된다”며 “지금처럼 밀어붙이기 식으로 민영 미디어렙 제도를 도입할 경우, 수십년간 과도한 중앙집권적 구도 속에서 우리 사회의 다원성과 문화원형을 지켜온 보루인 ‘지역’을 소재로 한 잠재적 콘텐츠의 양적 질적 하락은 물론 지역방송사의 생존 역시 벼랑으로 내 몰릴 것이라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협회는 이어 “정부가 민영 미디어렙 도입 논의를 하기 전에 지역방송을 비롯해 상업적으로 취약한 매체에 대한 구체적인 생존 대책을 수립할 것을 재차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끝내 지역방송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가?

한국 방송의 근간을 지탱해 온 오아시스, 지역방송의 샘물이 말라가고 있다.
지역방송은 서울 소재 지상파 방송사들이 치열한 시청률 경쟁을 벌이는 틈 사이에서 최소한의 시청자 주권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공익적이고 공공적인 소재로 ‘문화 다양성’ 가치 확보를 위해 경주해 왔다. 정부는 ‘지역의 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이라 외치지만 정작 정책 방향은 거꾸로 가고 있다. 논란의 핵심에는 ‘민영 미디어렙 도입’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 방송계에서 민영 미디어렙 도입이 논의되기 시작한 때는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축소되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시장 규모를 확대해 방송의 공익•공공적 역할과 관련 콘텐츠 제작 재원을 충분히 확보하자는 취지였다. 그렇다면 현 정부 출범 이후 급속하게 진전되고 있는 방송광고제도 개편 논의의 본질은 무엇인가? 충분한 논거와 절차적 합당성을 지니고 있는가? 제도 도입으로 당장의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방송 등 취약매체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가? 의문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논의 과정을 지켜보노라면 당혹해 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8조 원대인 국내 방송광고 시장에서 지상파 광고시장은 30%에 불과하고 향후에도 지속적인 감소세가 전망된다. 매체가 다양해지면서 지상파의 광고비율이 감소하는 것은 불가항력적일 수 있다. 지상파 사업자들이 방송광고시장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누렸던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 이 같은 여건을 전제로 민영 미디어렙이 도입된다고 가정해보자. 그나마 서울 소재 지상파는 대응 여력이 있다.

문제는 지역 지상파 방송사들이다. 민영 미디어렙 제도가 도입되면 상대적으로 시청률이 낮고 수익성을 내지 못하는 시사와 교양 프로그램들은 광고주들에게외면 받을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것은 이들 장르들이 한해 5천여 편에 이르는 지역방송 제작 프로그램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지역방송의 정체성을 이루는 핵심이라는 점이다.

결국 지금처럼 밀어붙이기 식으로 민영 미디어렙 제도를 도입할 경우, 수십 년간의 과도한 중앙집권적 구도 속에서 우리 사회의 다원성과 문화원형을 지켜온 보루인 ‘지역’을 소재로 한 잠재적 콘텐츠의 양적•질적 하락은 물론, 묵묵히 콘텐츠 생산기지 임무를 수행해 왔던 지역방송사의 생존 역시 벼랑으로 내 몰릴 것이라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이런 점에서 지난 10월10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3차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 계획안에 적시된 한국방송광고공사 기능조정 방안은 5천여 지역방송 종사자들에게 황당함을 넘어 분노를 안겨주고 있다. 이토록 중요한 사안을 추진하면서 사전에 지역방송인들의 의견을 제대로 듣기라도 했는지, 방송광고 시장의 경쟁도입 방안 마련 기한을 왜 굳이 2009년 말로 못 박은 것인지, 심지어 애매하기 짝이 없는 특수방송이라는 용어까지 느닷없이 거론하며 ‘지역방송’을 굳이 누락시켜야만 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듯이, 민영 미디어렙 도입을 놓고 그간 문화체육관광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벌인 낯 뜨거운 영역싸움을 보노라면 현 정부가 방송광고시장 개편을 통해 노리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의혹은 증폭되기만 할 뿐이다. 민영 미디어렙 도입 목적이 현행 코바코 체제의 시장 자율성 침해 요인을 없애기 위해서라고 하면서도 정작 부처 간에는 조율도 되지 않은 정책들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정부 스스로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하지 않겠는가? 겉으로만 ‘소통’을 외치는 꼴이다.

지역방송은 그동안 연계판매 제도를 비롯해 현행 코바코 체제의 순기능들에 대해 누차 설득해 왔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구호를 현실화하기 위한 첩경은 바로 지역방송이 지역성을 최대한 담아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한국지역방송협회는 정부가 민영 미디어렙 도입 논의를 하기 전에 지역방송을 비롯해 상업적으로 취약한 매체에 대한 구체적인 생존 대책을 수립할 것을 아래의 요구사항과 함께 재차 촉구한다.

첫째, 지역방송은 곧 ‘문화 다원성 구현’과 직결된다. 문화 다원성과 매체 간 균형발전을 이뤄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는 정부는, 방송광고 연계판매 제도의 존속을 비롯해 방송의 다양성과 지역성 구현을 위한 재원구조 마련 등 구체적 대안들을 책임감 있게 제시하고 지역방송과 긴밀히 협의하라.

둘째, 현재 지역방송은 키스테이션사를 중심으로 네트워크화 돼 있다. 공공재이자 유한재인 전파를 이용해 방송사업면허를 받은 만큼 민영 미디어렙 도입으로 훼손이 우려되는 네트워크의 지역성과 공익성을 보완하기 위해 키스테이션사들이 구체적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라.

셋째, 한국지역방송협회 회원사들이 지난 10월14일과 16일 두 차례에 걸쳐 기획재정부에 발송한 관련 질의 공문에 대해 조속한 시일 안에 성실하게 답변하라.

2008. 10. 20 / 한국지역방송협회

원주MBC 대표이사 김윤영 / 대구MBC 대표이사 김동철 / 대전MBC 대표이사 유기철 / 마산MBC 대표이사 박노흥 / 청주MBC 대표이사 김재철 / 울산MBC 대표이사 이완기 / 진주MBC 대표이사 정일윤 / 여수MBC 대표이사 서정훈  / 충주MBC 대표이사 정수열 / 포항MBC 대표이사 조학동 / 부산MBC 대표이사 전용성 / 광주MBC  대표이사 윤영관 / 전주MBC 대표이사 장태연 / 춘천MBC 대표이사 정흥보 / 제주MBC 대표이사 조승필 /  강릉MBC  대표이사 이채원 /  목포MBC 대표이사 유창영  / 안동MBC 대표이사 전우성 / 삼척MBC 대표이사 신용진 / KBC광주방송 대표이사 박흥석 /(주)KNN 대표이사 이만수 / TBC대구방송 대표이사 이노수 / TJB대전방송 대표이사 이중기 / UBC울산방송 대표이사 김종걸 /JTV전주방송 대표이사 김택곤 /CJB청주방송 대표이사 이두영 /GTB강원민방 대표이사 박용수 /JIBS제주방송 대표이사 김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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