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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인권] 송경재(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인터넷은 본질적으로 네트워크들의 네트워크(network in networks)적인 특성을 가진다. 인터넷은 네트워크화된 커뮤니케이션의 도구이기 때문에 인터넷 뉴스만이 아니라 이메일, 홈페이지, 블로그, UCC 등 네트워크로 연계하는 상호작용적인 기능을 한다. 이점이 인터넷과 기존 신문, 방송, 라디오 등 올드 미디어와의 차이이다.

하지만 2002년 6월 27일 헌법재판소가 적시한 열린 네트워크 구조로서 상호작용적이고 참여적인 인터넷 미디어는 한국에서 지금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아니 시민의 기본 권리인 표현의 자유가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 적확한 표현일 것이다.

▲ 국회 본회의 장면
가장 큰 위협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개정이다. 이 법의 입법취지는 정보통신망의 이용촉진 및 이용자의 개인정보 보호와 함께 건전하고 안전한 정보통신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정보통신망법’은 지금 정권의 필요에 따라 개정을 거듭하며 ‘누더기법화’ 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구(舊) 정보통신부 담당자도 자인했지만 지난 10년간 무려 22차례나 개정된 법이 바로 이 법이다.

그렇다면 왜 이 법이 인터넷 미디어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일까? 당초 ‘정보통신망법’은 국가기간망을 위한 법이다. 그러나 현재의 ‘정보통신망법’은 오히려 이러한 망을 이용한 사업자들(인터넷 서비스 사업자 : ISP)을 규제하는 법이 되었다. 문제점은 현행 44조에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제44조2는 ‘정보의 삭제요청 등’에 근거하여 ‘정보의 삭제요청에도 불구하고 권리의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거나 이해당사자 간에 다툼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해당 정보에 대한 접근을 임시적으로 차단하는 조치’를 말한다. 이러한 임시게재 중단조치는 사실상 삭제조치나 마찬가지이다. 즉 게시자의 동의도 없이 이 글이 없어지거나 블라인드 처리되는 것이다. 그리고 보다 중요한 것은 그 글이 사실이라도 차단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제한적 본인확인제(속칭 인터넷 실명제)의 강화도 문제다.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는 기준이상의 사용자가 방문하면 게시판에 글을 쓸 경우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실시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정부에서는 이 기준을 더욱 강화하려 하고 있다. 이 조항은 시행령만 바뀌면 되기 때문에 법의 개정 없이도 가능하다. 인터넷 실명제의 문제점은 이미 누누이 강조되었기 때문에 부연하지 않아도 그 피해는 예견된다. 사실 익명성의 피해는 어느 정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인터넷에서의 익명과 실명제는 각각의 장점이 존재한다. 그래서 미국의 연방대법원은 익명은 한번 손실되면 다시 찾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하고 그 자유도 보장하고 있다. 한국이 미국적인 정치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다르게 해석할 여지도 있지만 UN이나 국제적인 가이드라인에도 미치지 못하는 표현의 자유 훼손 우려도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사실 익명과 실명의 문제는 제도문제라기보다 인터넷 기업과 네티즌들 간의 규범적인 문제 즉 시민성에 대한 문제이다. 반드시 실명이어야만 인터넷에서 악성 게시글이 사라진다는 것은 규제의 실효성에 대한 과신일 수도 있다.

이처럼 현행 ‘정보통신망법’의 규정만 해도 상당한 문제요소가 있다. 여기에 최근 한나라당에서 발의한 것이 “사이버 모욕죄”를 삽입한 것이다. 이 조항의 핵심은 반의사불고죄의 적용이다. 피해자 고소가 없어도 수사기관이 수사해서 재판을 받게 한다는 것이다. 과정에서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을 경우 처벌을 못한다. 하지만 이 조항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법부가 판단해야 할 법률적인 적용을 행정부, 나아가 수사기관이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수사기관의 수사가능성이 상존한다면 겁주기 효과(chilling effect)는 충분하다. ISP는 게시판을 축소할 것이고 나아가 운영자인 기업들은 아예 자체적으로 문제가 되는 글을 차단하게 될 것이다. 바로 국가권력이 시장을 윽박질러 시장검열을 하게 만드는 무서운 상황이 직면할 수도 있다. 인터넷 법학자인 레식은 미국의 규제환경을 소프트웨어와 시장이 형성하는 코드(CODE)가 지배할 것을 우려했지만 한국은 국가와 시장이 공모하여 네티즌의 표현의 자유를 차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놀라운 법이 준비되고 있다는 것이야 말로 민주주의의 심각한 퇴보가 아니면 무엇일까?

필자는 인터넷 무정부주의자 또는 정보자유주의자는 아니다. 하지만 ‘정보통신망법’이 현재도 강력한 규제법인데 거기에 더욱 강화된 형태로 개정된다는 현실이 두렵다. 인터넷은 한번 규제하기는 쉽지만 결국 그로인한 피해는 사회적 비용이 되고 국민들 모두의 민주주의의 기본권이 침해될 수 있는 요소가 다분하다.

▲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한국에서 인터넷 미디어를 둘러싼 생태계가 등장한지는 불과 14년이다. 인터넷은 아직 초기 미디어로서 규제보다는 보호하고 발전시켜야할 분야가 많다. 물론 그렇다고 불법적이고 탈법적인 것까지 보호할 수는 없다. 사회에서 용인되는 사회적 합의와 동의하에서 무엇보다 사용자인 네티즌들이 참여하는 논의 속에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규제를 최소화하는 자율적인 장치의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규제는 가장 마지막에 우리가 선택할 수도 있다. 규제가 시작되었을 때의 피해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방향, 바로 시장과 정부에 의한 감시와 규제라는 정보 리바이어던(Leviathan)을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송경재 /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언론인권센터(http://www.presswatch.or.kr/) 1인미디어특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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