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성인프로’ 10대 임신에 영향을 미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승우의 미디어리터러시(30)]

▲ 고승우 박사
성적 자극이 강한 도발적인 TV 프로를 시청한 십대 청소년이 향후 3년 동안 임신할 확률은 그런 프로를 보지 않은 청소년보다 2배에 달했다. 이는 미국 민간연구소인 랜드(RAND)의 연구자인 아니타 찬드라가 이끄는 연구팀이 지난 2001년부터 2004년까지 12세부터 17세의 10대 청소년 2,003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밝혀졌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소아과의사협회지 11월호에 실렸다.

TV 시청과 십대 임신을 연결시킨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연구들은 십대가 TV에서 많은 ‘섹스물’을 시청했을 때 어린 나이에 성관계를 가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사실만을 밝혀냈었다.

연구팀은 연구에 참여한 10대들 중 TV 속 인물들의 키스 장면을 시청한 횟수와 성관계나 스킨쉽 등을 본 횟수, 성관계에 관해 이야기하는 장면을 본 횟수 등을 조사했다. 연구팀은 이와 더불어 2000년부터 2001년 사이에 방영된 TV 프로를 분석, 성적 내용을 담고 있는 지 여부를 조사해 23개 무료 및 케이블 TV의 시트콤, 드라마, 만화영화 등을 연구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들 TV 프로 가운데 코미디 프로가 가장 노골적인 성적 내용이 많았다.

그 결과 성관계 장면 등이 자주 노출되는 시트콤인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와 프렌즈(Friends) 등을 시청한 10대 청소년들이 그렇지 않은 청소년들에 비해 임신을 하거나, 임신을 시킬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시트콤은 우리나라 케이블 TV에서도 방영되고 있다. RAND 연구팀의 주요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다. 

조사 대상이 된 2,003명의 10대 중 718명이 연구 기간 중 성적 활동을 하게 됐으며 특히 성적인 장면 노출이 많은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임신을 하거나, 임신을 시킬 확률이 더 높았다. 성적 장면 노출이 많은 프로그램을 자주 시청한 청소년들의 25%가 임신을 하거나, 임신을 시켰으며 이런 프로그램을 최소한의 수준으로 시청한 10대들의 경우 12%가 임신을 하거나, 임신을 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10대들 대부분은 하루 일과 중 평균 3시간 이상을 TV 시청에 할애하고 있으며, 성적 내용이 담겨 있는 TV 프로그램을 자주 시청한 아이들은 조기에 성관계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적 요소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뮤직비디오를 시청한 10대일수록 성병에 걸릴 확률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TV 프로는 성적 행동의 긍정적인 측면만을 부각시킬 뿐 그 위험성을 전하지 않아 십대에게 무절제한 성관계를 갖도록 유도한다. 즉 십대 청소년이 책임감 있게 행동할 준비를 하기 전에 일을 저지르게 만들었다.

TV나 일반 미디어에서 성은 흔히 성병과 같은 위험이나 원치 않는 임신과 같은 불행한 결과와 관계없는 행동으로 묘사된다. 청소년이 TV 등에서 얻게 되는 메시지는 성적 행동을 촉진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상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TV에서 성적 흥분을 일으키는 프로를 시청하는 것이 청소년의 성적 행동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실증적 연구는 거의 없었다.

RAND팀이 연구를 실시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미국 전역의 12~17살 소년과 소녀 2,003명을 상대로 지난 2001년 전화를 통해 TV 시청 습관에 대해 질문했다. 조사 대상 청소년들에게는 당시 십대 청소년 층에서 인기가 있고 많은 성적 내용을 담고 있는 TV 23개 프로를 얼마나 자주 시청하는지에 등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십대들은 두 번에 걸쳐 인터뷰 가 실시되었는데 마지막으로 실시된 2004년 임신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연구팀은 TV 프로에서 방영되는 성적 묘사를 몇 가지로 분류했다. 첫째, 키스나 애무, 암시된 또는 실제 묘사한 성교와 같은 성적 행동. 둘째, 실제 일어나거나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성이나 성적 욕망 등에 대한 대화. 셋째, 성적 행동과 관련한 위험이나 안전조치 즉 성적 욕망의 자제, 피임, 성병이나 에이즈와 같은 질병에 대한 언급이나 행동. 이상과 같은 분류에 따른 연구결과 TV에서 성적 프로를 과도하게 시청한 청소년은 성교와 같은 직접적 성적 행동을 하는 경향이 높았다. 성적 프로를 가장 많이 시청한 12살 청소년은 그런 프로를 가장 적게 본 14~15살 청소년과 같이 행동했다.

조사 결과 여학생 가운데 58명이 임신했고, 소년들 가운데 33명은 소녀를 임신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한 비율은 23개 TV 프로를 정기적으로 시청한 그룹에서 거의 보지 않은 그룹보다 두 배나 많았다. 조사 대상 청소년가운데 나이가 가장 많은 그룹에서 임신이 더 많았으나 도발적인 프로를 시청한 그룹에서는 모든 연령층에서 임신비율이 고르게 나타났다.

이번 연구결과 섹스와 관련된 TV 프로 시청이 미치는 영향은 다음과 같이 추정 가능하다.

성적 내용을 담은 TV 프로는 십대의 성적 활동 시기를 앞당긴다. TV에서 성과 관련된 대화를 방영하는 것은 성적 행동을 방영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가 있다. 피임이나 임신에 대한 TV 프로는 십대에게 성의 위험이나 불행한 결과 등에 대한 교육 효과가 있다.

미국의 십대 임신 비율은 지난 1991년 이래 급격하게 감소했지만 다른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높다. 15~19살 연령층의 소녀 1백만 명이 매년 임신하고 있으며 이 그룹 소녀의 20%는 성적 활동이 왕성한 여성의 20%를 차지한다. 대부분의 임신은 의도하지 않은 것이다. 아이를 출산한 젊은 여성들은 휴학하거나 공적 지원을 필요로 하며 가난 속에 살고 있다.

미국의 십대 임신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높고 그 원인에 대한 논란이 그치지 않는다. TV 시청만이 이 그 원인이라고 볼 수 없지만 이번 연구는 TV가 의미 있는 역할을 한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제시했다.

십대를 상대로 한 전반적인 성 교육이나 성적 자제를 강조하는 프로그램은 어린이들에게 성의 위험과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을 일깨운다. 학교에서 성적 자제를 촉구하는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지만 어떤 방식이 최선인지는 더 연구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대세다.

이번 연구결과가 사회에 주는 메시지는 명백하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십대가 되기 전에 성에 대해 자녀와 대화를 하는 것이다. 부모는 동시에 자녀들이 시청하는 TV를 같이 시청하고 성적 내용에 대해 설명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특히 성적 행동의 부정적 결과 등을 정확하게 이해시켜야 한다. TV방송사는 성의 위험에 대해 좀더 현실적으로 방영해서 성병이나 불행한 임신 등에 대해 십대 청소년이 알도록 해야 한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