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 대기업 정책’ 방송법 시행령 의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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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클리핑]지역신문, 정부 ‘지역언론정책’ 비판 공동 대응 나서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가 26일 대기업의 방송소유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해 파문이 일고 있다. ‘자본의 방송진출 길 터주기’라는 논란 속에 방통위가 의결을 강행하자, 언론·시민사회단체들은 헌법소원을 준비하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방통위가 의결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의 골자는 지상파 방송 및 보도·종합편성 채널을 소유할 수 있는 대기업 자산 상한선을 3조원에서 10조원으로 완화하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재계 자산순위 20위권의 대기업들도 지상파 방송, 보도·종합편성 PP(프로그램 공급자) 사업 진출이 가능하다.

▲ 한겨레 11월 27일 2면

〈한겨레〉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방통위원들의 의견은 여야 간에 극명하게 갈렸다”고 전했다. 송도균·형태근 등 한나라당 쪽 위원들은 10조원으로 대기업 기준을 완화하는 원안을 지지했고, 이경자·이병기 위원은 민주당이 국회에 제출한 5조원으로 수정 의견을 냈다.

의견이 팽팽한 가운데 최시중 위원장은 “전대미문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10조가 아니라 50조 100조까지 열어서라도 산업으로서 방송의 파이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표결을 강행해 3대 2로 원안을 가결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한겨레는 “방통위가 대기업의 방송소유 규제를 완화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함에 따라 자본권력의 방송·언론 지배력 강화 논란은 더욱 첨예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의결로 동부, 대림, 현대건설 등 국내 재계 순위 23위 이하 35개 기업의 방송 진출이 추가로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은 즉각 성명을 내고 “경제규모 확대를 핑계로 재벌 대기업에 방송을 허용하고 케이블 사업자의 겸영범위를 확대시켜 유료방송의 확장과 독과점을 합법화시키고자 한다”며 “방송법이 따르고 있는 대기업 기준이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기준인 자산규모 5조원 이하로 기준을 재조정하라”고 요구했다.

언론노조는 대기업의 방송진출이 기업의 이익을 고려한 정보 왜곡을 낳아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게 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할 방침이다.

SO 시장점유 제한 기준, 전체 방송권역 1/5에서 1/3로 확대

〈한국일보〉는 이번 방송법 시행령 개정에 대해 “7월 개정안 마련 이후 대자본의 언론 진입을 우려하는 시민단체들과 정치권의 반발이 컸고 이로 인한 공청회 파행과 의결 보류 등 난항을 거듭해온 터라 실제 시행이 되더라도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디어업계 주변에서는 현 정부의 대표적 ‘친 대기업 정책’인 이번 방송법 시행령 의결이 시장상황 악화로 인해 실효를 발휘하기에 적합한 시기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개정된 시행령은 규제개혁위원회와 법제처 심사를 거쳐 국무회의 이후 이르면 연내 시행이 가능하다.

한국은 “개정안은 대기업의 방송 진출 장벽 완화 외에도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시장점유 제한 규제를 풀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SO의 시장점유 제한 기준을 전체 방송권역의 5분의 1에서 3분의 1로 늘려줘 케이블TV사업자 등 대형 SO들의 시장 지배를 쉽게 해주는 장치도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진입 장벽이 대폭 낮아졌지만, 해당 대기업들 가운데 누가 과연 방송시장에 발을 내밀 것인지에 대해선 비관적인 반응이 대세다. 한국은 “방송사 인수는커녕 보도PP 사업을 하려고 해도 초반에 수백억 원의 투자가 필요하고, 더구나 시장이 얼어붙어 있어 높은 리스크를 안고 미디어 사업에 쉽게 뛰어들 기업은 없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진단”이라고 전했다.

한국은 이어 “대형자본이 유입돼 미디어 환경이 향상되기엔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이라는 추측”도 함께 전했다. 한 유료 미디어업체 관계자는 “과거 케이블TV사업 진흥을 위해 여러 규제가 풀렸을 때 방송에 손을 댔던 기업들이 대다수 이익을 보지 못하고 손을 뗐던 사례가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대기업들이 쉽게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대기업의 방송시장 진출 장벽을 사실상 5조원으로 정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이미 최문순 민주당 의원이 국회에 제출한 상황이어서 방송법에 뒤지는 시행령 개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최문순 의원 측은 “시행령 의결이 이뤄졌더라도 국회에서 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시행령과 모법인 방송법이 충돌하는 일이 벌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 한국일보 11월 27일 33면

방통심의위, YTN 블랙투쟁에 ‘시청자에 대한 사과’ 중징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명진)가 26일 전체회의를 열고 YTN 앵커와 기자들이 검은색 의상을 입고 뉴스 프로그램을 진행한 이른바 ‘블랙 투쟁’에 대해 ‘시청자에 대한 사과’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전국언론노조 YTN지부(위원장 노종면) 조합원들은 지난달 8일 낙하산 사장 임명 강행에 항의하고 공정방송을 촉구하며 일부 뉴스 프로그램에서 검은색 의상과 넥타이, 리본 등으로 ‘근조’의 뜻을 나타냈다.

한편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YTN 노조원들의 저지에 가로막혀 한동안 출근하지 못했던 구본홍 사장은 26일 새벽 전격적으로 집무실에 출근했으며, 이번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퇴근하지 않고 사장실에 머물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신문사 “정부 지역 언론 정책 폐기하라” 공동 대응 나서

지역신문사들이 정부의 지역 언론 정책에 반발, 공동 대응에 나섰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산하 11개 지역신문지부는 26일 정부의 지역 언론 정책을 비판하는 공동성명서를 1~2면에 게재했다. 일부 신문은 27일자에도 특별 지면을 할애, 관련 기사를 실었다.

〈경향신문〉 에 따르면 지역신문들은 ‘지역신문 고사정책은 안된다’라는 성명에서 “정부와 한나라당은 4대 신문지원기구 통폐합 및 2010년 시한 만료를 앞두고 있는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의 자동폐기 등 지역신문을 고사시킬 최악의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밝혔다.

지역신문들은 또 “우리는 민주주의 발전에 역행하는 이 같은 정부와 여당의 움직임에 커다란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면서 “정부와 한나라당은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의 시한을 연장하고, 신문지원기구 통폐합 정책을 철회하며, 삭감된 내년 지역신문발전 지원예산을 복구·강화하라”고 요구했다. 성명은 이어 “정부와 한나라당이 나서지 않는다면 지역신문들은 우리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강력한 공동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신문〉, 〈경상일보〉 등은 27일자에서도 정부의 지역 언론 및 여론다양성 훼손 정책, 신문 불법경품 방치 실태 등 관련 기사를 실었다.

▲ 경향신문 11월 27일 2면
방통위, 케이블 지역채널 놓고 ‘규제·진흥’ 혼선

방송통신위원회가 케이블 지역채널이 ‘규제 대상’이냐, ‘진흥 대상’이냐를 두고 내부 혼선을 빚고 있다.

〈전자신문〉은 “지역 지상파를 주업무로 하는 방통위 지역방송팀에서는 종합유선방송(SO)의 지역채널의 위법성 여부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SO를 총괄하는 뉴미디어과에서는 지역 케이블TV를 지역밀착 미디어로 육성하자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이와 같이 보도했다.

지역방송팀은 지역방송의 규정에서 지역 지상파방송만을 포함하며 지역 SO들은 별도의 매체라는 입장이다. 신문은 “방송발전위원회 논의 등을 통해 SO들이 단순 생활정보제공에서 범위를 확대, 사실상 보도 기능을 하고 있는 것에 우려 섞인 시각이 있다”고 전했다.

SO들이 방송권역을 지키지 않고 지역소식 이외에 광역 소식까지 다루면서 여론 형성, 보도 기능까지 하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특히 최근 회의에서는 IPTV가 직접사용채널이 없으므로 케이블 직사 채널도 폐지할 수 있다는 논의까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지난 26일 케이블TV방송협회 주최로 경기도 산정호수 한화리조트에서 열린 ‘SO 보도제작 실무교육’에서 방통위 관계자는 케이블 지역채널 활성화 정책 방안을 발표했다.

발표문에서 방통위(뉴미디어과)는 지역채널이 공익성과 지역성을 구현하는 매체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필요하며 지역 지상파보다 지역 밀착된 매체인 만큼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 “지상파 3사, 김현희에게 사과해야”

1987년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사건의 범인으로 알려진 김현희가 지난달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대표에게 73쪽짜리 자필 편지를 보내 “노무현 정부 때 국가정보원이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를 동원해 KAL기 사건이 조작됐다는 의혹을 부풀리는 공작을 꾸몄다”고 밝혔다. 이에 〈조선일보〉가 참여정부와 지상파 3사에 책임을 묻고 나섰다.

조선은 “2003년 11월 MBC PD수첩을 시작으로, SBS, 이듬해 KBS가 ‘김현희는 안기부가 조작한 인물’의 가능성을 담은 방송을 내보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같은 단체도 기자회견을 갖고 의혹을 제기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편지에서 “2003년 10월 국정원 모 직원으로부터 ‘국정원 내부가 시끄러우니 외국으로 이민가라’고 권고 받았는데, 국정원 담당관으로부터 수차례 MBC PD수첩에 출연하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완강히 거부한 게 큰 화근이 됐다”고 밝혔다. 김씨는 “방송 3사 기자들이 일제히 집 주변을 취재하기 시작했고 결국 사는 곳이 노출돼 어느 날 새벽 아이들을 업고 피신해야 했다”고 밝혔다.

▲ 조선일보 11월 27일 31면
조선은 “MBC PD수첩은 2003년 11월 18일 ‘16년간의 의혹, KAL 폭파범 김현희의 진실’을 내보내며 ‘김현희는 북한 공작원이 아니다’고 주장해 온 사람들에게 수백 만 시청자들 앞에 서는 무대를 만들어줬다”며 “지난 4월 미국 쇠고기의 광우병 의혹을 만들어낼 때와 비슷한 선동방식”이라고 주장했다.

닷새 뒤인 11월 23일에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기자회견을 갖고 ‘7대 의혹’을 제기했고, 11월 29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도 같은 내용을 다뤘다. KBS는 이듬해 5월 〈일요스페셜〉에서 2부작으로 방송했다. 이에 대해 조선은 “김씨를 향해 국정원과 방송 3사, 각종 단체들이 총공세를 편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씨는 “MBC와 SBS는 나의 출연 거부가 못마땅했는지 거주지를 촬영해 노출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선은 “그는 신분과 거주지가 노출되면 언제든 북한의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인물”이라며 “실제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전처(前妻) 성혜림의 언니 아들로 남한에 귀순해 북한 체제를 공개 비판했던 이한영씨는 1997년 북한 공작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살해됐다”며 억지로 끼워맞추기까지 했다.

노무현 정부가 만든 각종 과거사 위원회도 김씨를 가만두지 않았다. 2005년 국정원 ‘과거사발전위’, 2007년엔 ‘진실화해위원회'가 김씨를 조사하려 했지만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씨는 “이미 사법부가 세 번이나 재판한 것을 과거사발전위가 4심을 하고 진실화해위가 5심을 하는 행위는 인민재판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조선은 “1987년 사건 당시 김씨를 집중 조사했고 이후 줄곧 김씨를 보호 감독해 온 국정원이 정권 코드에 맞추겠다며 지난 5년 동안 이런 일을 벌여 왔던 것”이라며 “노무현 정권 5년 동안 벌어진 ‘과거사 뒤집기’의 광풍이 남긴 부끄러운 흔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씨가 편지에서 주장한 내용이 사실인지를 규명하는 작업을 즉각 시작해야 한다”면서 “막대한 국가 예산으로 운영되는 국정원과 노무현 정권 등장 이래 우후죽순(雨後竹筍)처럼 돋아나 국민 세금을 빨아먹었던 과거사위원회가 정권과 코드를 맞추기 위해 연약한 한 여성을 박해해 왔던 ‘권력 테러'의 진실이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 그리고 그 총대를 앞장서 메 온 방송 3사는 스스로 진실을 밝히고 사과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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