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장기하·이승열, 그들이 스타가 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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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현장] 음악 프로그램 ‘전성시대’, 뭘 골라 볼까?

음악 전문프로그램이 뜨고 있다. 그것도 아이돌이나 기존 대형가수에 집중했던 것에서 벗어나 TV가 본격적으로 다양한 음악 장르를 포용하고 있다. 홍대 인디밴드인 ‘장기하와 얼굴들’이나 모던락 밴드 이승열, ‘W&whale’과 같은 일렉트로니카 밴드 등 다양한 얼굴들이 TV에서 새롭게 해석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26일 첫 방송을 마친 MBC 새 음악프로그램 〈음악여행 라라라〉는 〈수요예술무대〉 〈김동률의 포유〉 이후 명맥이 끊긴 심야 음악프로그램의 성격을 잇고 있지만 그 성격과 포맷은 전혀 새로운 형태로 첫선을 보였다.

KBS 2TV 〈이하나의 페퍼민트〉 역시 노영심, 이소라, 윤도현을 잇는 정통 음악프로그램으로서 닻을 올렸다. EBS 〈스페이스 공감〉도 “그곳에 가면 진짜 음악이 있다”는 캐치프레이즈처럼 다양한 뮤지션 소개와 실력파 신인발굴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에 SBS 〈김정은의 초콜릿〉이나 케이블 채널 Mnet 〈마담B 살롱〉과 같은 프로그램도 대중적인 취향에 각각의 색깔을 더하며, 각자의 개성 찾기에 나섰다.

최근 음악전문 프로그램이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아니, 프로그램을 통해 주목받는 가수들이 생기면서 프로그램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고 표현하는 게 더 맞는지 모르겠다. 각 방송사마다 경기침체에 따른 제작비 절감을 선언하고 나섰지만, 음악 전문프로그램은 각자 나름의 형식을 취하며 시청자들을 모으고 있다.

6년 7개월의 대장정을 마치고 폐지된 KBS 2TV 〈윤도현의 러브레터〉의 후속작으로 〈이하나의 페퍼민트〉(이하 페퍼민트)가 신설됐다. 또 김국진 김구라 윤종신 신정환 등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 팀이 진행을 맡은 〈음악여행 라라라〉(이하 라라라)도 신설됐다. EBS 〈스페이스 공감〉은 올해 3월 1000회 공연의 기록을 세웠고, 배우 김정은이 진행을 맡은 SBS 〈김정은의 초콜릿〉도 각계각층의 연예인들이 초대 손님으로 출연 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색깔 있는 음악 프로그램의 경쟁

KBS 〈페퍼민트〉는 MC 선정에서부터 배우인 이하나가 캐스팅 됐다는 점에서 상당히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 김정은과 마찬가지로 가수가 아닌 배우 이하나가 음악 전문 프로그램을 맡게 돼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던 것이 사실. 그러나 시청자들은 그런 모습에 호의적인 목소리를 보냈다.

류명준 KBS 〈페퍼민트〉 PD는 이하나의 파격 캐스팅에 대해 “KBS 심야음악 프로그램 전통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 PD는 “이소라, 윤도현, 노영심 모두 캐스팅 당시에는 언더였다”며 “윤도현도 그 당시 캐스팅했을 때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하나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 KBS 2TV <이하나의 페퍼민트> ⓒKBS

그렇다면 〈페퍼민트〉는 어떤 변화를 주고 있는 걸까. 차우진 대중음악평론가는 “기존의 프로그램들이 라이브가 되는 가수들 위주로 구성돼 출연진이 겹치게 되는 한계가 있었던 반면 〈페퍼민트〉는 장기하와 같은 홍대 인디씬이나 이병우 같은 뮤지션을 통해 지향을 넓히며 라이브클럽 공연 콘셉트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으로 계획에 대해 류 PD는 “〈러브레터〉 후기에 했던 미니 콘서트 형식을 계속 가져가면서 프로그램이 안정이 되면 ‘김제동의 리플해주세요’와 같은 코너도 만들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90분짜리 프로그램이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 굴곡을 줄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을 생각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는 김국진, 윤종신, 김구라, 신정환이 나란히 진행을 맡은 〈음악여행 라라라〉(이하 라라라)는 기존 음악 프로그램의 성격과 포맷을 바꿔 전혀 새로운 형태로 첫선을 보였다.

〈라라라〉가 기존 프로그램과 가장 큰 차이점은 관객 없는 비공개 녹화라는 점이다. 〈라라라〉는 제작비 절감 차원에서 MBC 일산 드림센터 녹음실에서 녹화가 진행된다. 〈라라라〉는 가수들의 열창에 환호하는 객석의 현장감을 포기한 대신 가수의 호흡도 들리게끔 타이트한 스튜디오 영상과 음악에 관한한 나름 전문적인 지식을 뽐내는 4인 MC들의 입담을 선택했다.

▲ MBC <음악여행 라라라> ⓒMBC
아직 한번 밖에 방송되지 않은 〈라라라〉가 많은 호평을 받는 것은 기존의 심야 음악 프로그램의 포맷을 차별화시켜보자는 시도 그 자체에 있다. 진행자와 시간, 장소가 다를 뿐 비슷한 분위기 일색이었던 심야 음악프로그램들 속에서 눈에 띄게 색다른 포맷의 개발은 ‘음악’이라는 주제를 TV가 얼마나 다양하게 소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사례라는 게 평론가들의 대체적인 평이다.

전진수 MBC 〈라라라〉 PD는 “애비로드 라이브라는 외국 쇼도 있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면서도 “일반 무대가 아니라 녹음실이란 공간 썼다는 것은 가수와 연주자들에게는 가장 익숙한 공간에서 편안하게 연주하게끔 해 음악적 완성도를 더 높이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음악 PD “새로운 인물 발굴은 우리 몫”

최근 음악 프로그램 PD들은 새 얼굴 찾기에 고심 중이다. ‘장기하와 얼굴들’은 지난달 21일 KBS 〈페퍼민트〉에 출연한 이후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다. 특히 이날 방송에서 옛 추억을 상기시키는 사운드와 독특한 가사가 인상적인 ‘싸구려 커피’와 ‘달이 차오른다, 가자’ 등 노래를 선보인 후 포털 사이트 검색순위에 랭크되는 등 화제를 끈 것.

인터넷에서는 장기하의 ‘달이 차오른다’를 영화 〈놈놈놈〉의 주제음악을 패러디 한 ‘달찬놈’을 만드는 가하면 그를 ‘장교주’로 추앙하기도 하는 등 대중적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류명준 〈페퍼민트〉 PD는 “반응을 보고 저도 놀랐다. 장기하는 음악적으로는 진중하면서도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좋은 캐스팅이었다”며 “4%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고정층은 정해져 있지만 이런 재미들을 느낄 수 있도록 제2, 제3의 장기하를 계속 찾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 장기하와 얼굴들 ⓒEBS
‘유앤미 블루’(U&ME Blue) 출신 가수 이승열은 MBC 〈음악여행 라라라〉가 발견한 또 다른 스타다. 지난달 26일 첫 방송에서 이승열은 그룹 ‘이바디’(Ibadi)의 멤버 거정, 저스틴킴, 기타리스트 조정치 등과 함께 스튜디오 공연을 가졌다. U2의 보노 목소리를 닮은 이승열과 그의 모던락 사운드는 시청자들에게 기존 음악과의 분명한 차별성을 보여줬다.

이날 방송에서는 이승열 1집 수록곡 ‘시크릿’(Secret)을 비롯해 유앤미블루 1집 수록곡 ‘흘러가는 시간, 잊혀지는 기억들’ 원더걸스의 ‘노바디’ 애니메이션 ‘원더풀데이즈’ OST 수록곡 ‘비상’ 등을 불렀다. 또 W&웨일(Whale)이 특별게스트로 초대돼 ‘R.P.G 샤인’을 부르기도 했다.

전진수 〈라라라〉 PD는 “이승열이라는 가수 자체가 음악 하는 사람 사이에서는 정말 실력 있는 가수로, 이 사람 하면 대중적으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적어도 음악적으로는 괜찮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며 “이걸 본 시청자뿐 아니라 음악 관계자들도 이런 사람들도 무대에 설 수 있는 무대 생겼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고 전했다.

“주류와 인디의 구분이 모호해 질 것”

EBS 〈스페이스 공감〉은 지난달 29일 인디뮤지션발굴 프로젝트 ‘헬로루키’ 연말결선 특별공연을 마련했다. 이번 공연은 올해 ‘우수 인디뮤지션 선발 및 공연 지원사업’을 통해 매월 선정된 우수 인디뮤지션 21팀 중 ‘올해의 헬로루키’를 최종 선정하기 위한 연말 결선 무대다. 여기서 선정된 헬로 루키들은 지난 10월 ‘2008 쌈지 싸운드 페스티벌’에 참가하기도 했다.

이처럼 음악 프로그램들이 인디 뮤지션들에 기회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차우진 대중음악평론가는 “〈페퍼민트〉에 출연한 장기하가 〈라라라〉에도 출연하는 것을 놓고 보면 한국 대중음악 시장 자체가 주류와 인디 구분자체가 모호해지는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특히 〈라라라〉는 전통 음악 프로그램을 복원하겠다는 여운혁 PD가 기획했다는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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