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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의 눈] 김재영 MBC 〈PD수첩〉 PD

▲ 김재영 MBC 〈PD수첩〉 PD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레이건 시대 이후 네오콘의 득세에 대해 비판을 가하면서 그들을 기존의 우파를 넘어선 “혁명적 세력”이라고 규정한다. 이 “혁명적 세력에게 중용을 기대하는 것은 소용없는 일이다”라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혁명적 세력은 민주적인 선거로 집권하지만, 그 속성은 파시즘의 형태를 취한다. 히틀러의 나치즘이 대표적인 혁명적 세력이다. “잃어버린 10년”을 주장하며 집권에 성공한 한국의 우파, 이명박 정부는 지금 바로 이 혁명적 세력의 길을 가고 있다. 보수적인 정권이라 하더라도, 선거로 선출된 합법적 정부. 민주화가 진행된 지 20년. 민주주의의 최소한의 상식을 지킬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오판이었다.  

혁명적 세력은 자신들이 생각한 대로 국가와 사회를 개조하려한다. 개조작업을 “자유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포장을 하고 그것에 반대하면, “좌파”, “빨갱이”라는 이름의 덧칠을 한다. 모든 학생을 일렬로 세우는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선생님, 대선캠프의 특별보좌관이 낙하산을 타고 보도전문채널의 수장으로 오는 것을 반대하는 기자,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이 염려되어 유모차를 끌고 집회현장에 나왔다는 부모, 경제위기를 걱정하는 사이버 논객들은 감시를 당하고, 경찰수사를 받고, 좌파낙인이 찍히고 자유민주주의의 적이 된다.   

국가와 사회를 개조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은 국회에서 시작되었다. “법”을 통해 자신들의 폭압적 지배를 합법적으로 만들기 위한 행동이다. 한나라당에 있는 양심적 목소리는 이제 그 어디서도 들을 수 없다. 지금의 한나라당은 유신시대와 전두환 정권 당시의 유사국회를 다시 보는 것 같다. 좌파색출, 공포정치, 의회는 무력화되어있고, 모든 권력이 1인에게 집중된 지금은 거의 파시즘적 상황이다.

인터넷 상의 표현이 검찰의 자의적인 해석에 의해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는 사이버 모욕죄는 유신시대의 긴급조치와 유사하고, 거대 신문사와 재벌들에게 미디어를 내어 준다는 미디어 관련 법률 개정안은 1980년 전두환 정권의 강제적인 언론통폐합을 연상시킨다. 히틀러와 박정희, 그리고 전두환을 합쳐놓은 기묘한 초상화가 그려진다.

자유민주주의는 당신이 옳고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존중하고, 절대적 진리를 거부하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한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부정하는 정치체, 국가가 있다면 그 국가를 시민의 힘으로 전복시킬 수 있다는 것 또한 자유민주주의 철학의 한 요체이다.

혁명적인 세력은 보수반동에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자유로운 시민들이 혁명적인 세력으로 변화할 수 있음을 이미 한국현대사에서 여러 번 목격하였다. 2008년 겨울 과연 이명박 정부는 대한민국의 시민들을 혁명적 세력으로 만들어 놓을까? 그렇다면 6개월 만에 다시 움직이는 시민들의 혁명적 에너지는 이명박 정부에게 더 이상 중용을 발휘하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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