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목! 이 프로그램] KBS <생로병사의 비밀> 신년특집 ‘느림의 건강학’

잃어버린 미각을 찾기 위한 캠프가 시작된다. 평소 잘못된 식습관을 가진 성인 5명과 어린이 7명. 그들이 8일 동안 진행된 ‘슬로우 캠프’에 입소했다. KBS <생로병사의 비밀>은 새해 특집으로 마련한 2부작 ‘느림의 건강학’(방송 8일, 15일)을 통해 이들의 눈물 나는 음식과의 투혼을 카메라에 담았다.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 음식의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아이들이다. 특히 80년대 이후 태어난 아이들의 입맛은 특히 문제였다. 이번 캠프에 입소한 어린이 7명들도 식습관에 문제가 심각했다. 양파를 전혀 먹지 못하는 중학교 2학년 민선이, 눈물이 날만큼 김치 먹는 게 싫다는 초등학교 6학교 윤상이, 군것질쟁인 윤경이, 혼자서도 피자 1판을 거뜬히 먹어치우는 대식가 초등학교 3학년 상민이. 고기 마니아 초등학생 쌍둥이 리안과 리사, 달고 짠 음식만 좋아하는 태헌이.

▲ KBS <생로병사의 비밀> 신년특집 2부작 ‘느림의 건강학’

제작진은 이들에게 개인별 처방과 미션을 제공했지만 오랜 기간 동안 패스트푸드와 가공식품에 길들여진 식습관과 입맛을 단시간내에 바꾸기란 좀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정해경 교수(호서대 식품영양학과)는 “슬로우 푸드가 아무리 건강에 좋다고 해도 맛있다고 느끼지 않으면 찾지 않게 된다”며 “슬로우 푸드를 맛있다고 느끼고 자기 맛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어릴 때부터 그 음식에 길들여지지 않으면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캠프에 참가한 성인들 역시 미각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단맛을 좋아해 음식이 달지 않으면 맛이 없다고 생각하는 캠프 참가자 김순덕씨(55)는 커피에 밥 수저로 설탕을 3스푼을 넣어야 달콤하고 맛있다고 느낀다고 한다. 토스트의 계란 프라이에도 설탕과 소스를 듬뿍 넣어 먹는 김 씨의 미각은 과연 정상일까. 미각역치 검사 결과, 김 씨는 정상인보다 2000배 정도의 농도에서 단맛을 느끼는 심각한 상태였다.

미각 역치가 높으면 그만큼 강한 자극을 원하게 되고 잘못된 식생활은 고혈압, 당뇨, 비만을 부르게 된다. 제작진은 현대인들이 설탕, 소금, 화학조미료(MSG) 등의 과다 섭취로 맛(미각) 중독 현상으로 미각이 위협받고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전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간 패스트푸드 체인점들은 동일한 맛을 내기 위해 빵 재료에서부터 감자튀김 온도에 이르기까지 생산 공정 전반에 걸쳐 철저한 표준화 작업을 시행하고 있다. 그 결과 세계인의 입맛이 획일화되고 자극적인 식품첨가물로 인해 맛을 느끼지 못하는 미각장애 환자까지 계속 증가하고 있다.

허겁지겁 먹는 현대인의 식생활 습관도 문제다. 조사결과 직장인의 72%가 한 끼 식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15분이다. 캠프 참가자 문종권 씨(38). 그는 밥 한 공기를 먹는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3분, 뜨거운 국밥도 5분이면 비운다고 한다. 캠프에서 그의 미션은 30분간 천천히 먹고 평소보다 6배 이상 느리게 먹어야 하는 ‘슬로우 푸드’ 식단이다.

분당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이동호 교수는 “음식을 천천히 씹는 경우,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가 평소보다 훨씬 많이 된 것이 보고됐다”며 “많이 씹음으로 해서 분비된 침 안에 아밀라아제 등의 여러 가지 성분들이 췌장 기능에도 긍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슬로우 푸드’는 단순히 식습관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건강을 바꾼다고 제작진은 조언한다. 제작진이 찾아간 일본 후쿠시마 소학교는 아이들에게 맛 교육을 실시한다. 한 달에 한번 이 학교엔 급식에 사용된 재료를 직접 농사지은 지역 주민들이 찾아온다. 이들이 진행하는 먹을거리 교육을 통해 아이들은 자신이 먹는 음식이 어떻게 길러졌는지 그리고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를 익힌다. 자연스럽게 이런 과정을 통해 그 지역 농산물에 대한 자부심과 친근감을 배우고 식습관도 바로잡히게 된다고 한다.

제작진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식탁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야 한다고 제안한다. 김치, 된장, 고추장 등 오랜 시간 발표와 숙성을 거친 식품이 대부분이었던 1970년대 우리 밥상. 당시 당뇨병 환자는 전체 인구의 2%에 그쳤지만 2005년에는 8.1%에 달했다. 100명중 8명이 당뇨병 환자란 셈이다. 제작진은 슬로우 캠프를 통해 참가자들이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건강을 지키는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의 건강한 삶을 위해 식탁의 속도를 늦추는 슬로우 푸드를 권한다”며 마지막 메시지를 전한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