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 한나라당 의원의 ‘이실직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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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나라당 정병국의원이 주목할 만한 발언을 했다. 그는 3일 열린 방송학회 주최의 ‘방송법 개정안 대토론회’에 참석해 “방송법 개정안을 경제살리기법이라 말하고 있으나 여론 다양성이 첫 번째고 일자리 창출 등 산업적 효과는 부수적인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한나라당 미디어특위위원장으로서 이른바 7대 미디어법안 발의를 주도했다는 점에서 이는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그동안 한나라당의 상투적 레토릭을 뒤집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날 아침까지만 해도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정부·여당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미디어법을 비롯해 출자총액제 폐지, 금산분리 완화 법안 등을 통과시키고자 한다”며 “이 모두가 경제를 살리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법안들”이라고 주장했다. 불과 몇 시간 뒤 정병국 의원이 전혀 다른 맥락의 발언을 한 것이다. 이실직고라고나 할까. 손발이 맞지 않는 채 속도전을 밀어붙이는 집권 여당의 본색이 드러났다고나 할까.

▲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
기실 정부여당이 미디어법안의 명분으로 내건 일자리 2만 6천개 창출이니 경제살리기니 하는 논의에 대해서는 학계, 시민단체에서 그 허구성을 수차례 지적한 바 있다. 대통령, 총리, 방통위원장, 당 대표 등이 일제히 복창했던 이 구호가 얼마나 공허한 것인지는 미디어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식견이 있으면 다 알 일이었다. 그런데 이제 비로소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여론다양성이 문제라고 실토했다. 이 얘기는 현재 지상파 방송이 주도하는 신뢰도와 영향력이 마음에 들지 않아 이를 깨뜨리겠다는 속셈을 자인한 것이다.

정 의원은 이날 또 “대기업과 신문에 지상파 지분을 20%까지 열어놓은 안이 지고지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여론 독과점이 우려된다면 국회에서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언명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정 의원의 발언이 미디어법안에 대한 여론을 직시하고 유연한 자세를 보이는 것인지 혹은 상대를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제스추어인지는 미지수다. 제비 한 마리로 봄이 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봄은 그 제비 한 마리로부터 시작한다. 힘의 논리만 신봉하는 한나라당의 풍토에서 정 의원이 봄을 앞당기는 한 마리 제비가 될 것인지 지켜 볼 일이다. 2월 4일은 입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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