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의 징계야 말로 배신이자 해사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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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노조, PD협회·기자협회 잇따라 성명 “징계 철회하라”

SBS가 전국언론노조 총파업에 참여와 관련해 심석태 노조 위원장을 비롯해 노조 간부들에게 ‘감봉’ 등의 징계를 내려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SBS는 SBS는 지난 6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심석태 위원장을 2개월, 임기현 사무처장은 1개월 감봉 조치하고, 양만희 공정방송실천위원장에게는 1주일간의 근신 조치를 결정했다. 또 총파업에 참여한 일반 조합원들에게도 구두 경고하고,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근무 시간 중 파업에 참여한 시간만큼 월급에서 차감하기로 했다.

▲ SBS노조 본사 조합원 40여명이 지난해 12월 29일 명동 거리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선전전을 벌이고 있는 모습. ⓒPD저널
이와 함께 SBS는 하금열 사장의 담화문을 6일 발표하고 “이미 수차례 밝혔듯이 ‘미디어 관련법 저지를 위한 파업은 불법파업’”이라며 “‘불법 파업에 대한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금열 사장은 담화문에서 “악화되는 경제상황과 전환점에 선 방송환경을 돌파해나가기 위해서는 노사화합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징계 대상자는 노동조합 전임자로 국한하고 파업에 참여한 일반 사원들에 대해서는 ‘구두 경고’조치만 내리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사한 불법 파업이 재발할 경우 회사는 법과 사규의 집행을 ‘한층 더 엄격하게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지상파 방송이 ‘생존 그 자체를 위해 싸워야 하는 시대’로 접어든 이 급격한 상황 변화 앞에서 노사관계에 관한 기존의 고정관념도 이제는 새롭게 정립돼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노조, PD협회·기자협회 잇따라 성명 “징계 철회하라”

이에 대해 전국언론노조 SBS본부는 즉각 성명을 내고 “사측은 우리 조합원들이 방송 현업에 아무런 지장을 초래하지 않도록 배려하면서 강추위를 뚫고 파업 집회에 참석했던 것에 대해 징계라는 칼날을 마음껏 휘둘렀다”고 성토하며 “파업 관련 징계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SBS본부는 성명에서 “우리는 파업으로 방송 현업에 아무런 지장을 초래하지 않았고, 따라서 아무런 재산상의 손실은 물론 업무 관리상의 문제도 일으키지 않도록 조치했다”면서 그러나 “집행부에 대한 몰상식한 징계도 모자라 파업 참가 시간을 따져 임금을 삭감하겠다는 구차하고 치졸한 발상에 대해서는 안쓰럽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사측은 지금이라도 파업 관련 징계를 철회하라. 그 길만이 조합원들의 분노를 가라앉히고 정상적인 노사 관계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라며 “또한 조합원 전체를 공공연히 협박하고 있는 부당한 사장 담화문도 거두어 들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SBS PD협회와 기자협회도 각각 성명을 내고 파업 관련 징계를 규탄했다.

PD협회(회장 이광훈)는 ‘노조 집행부에 대한 징계는 철회되어야 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어려운 시기에 우리도 힘과 지혜를 모아 위기를 헤쳐 나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징계 결정은 우리들의 의지를 꺾고 있다”며 “회사는 법과 사규를 어겼으니 징계를 해야 한다는 형식 논리에 빠져 우리들의 의지를 꺾지 말기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기자협회 SBS지회(지회장 권태훈)도 성명을 통해 “이번 파업은 사실상 회사에 이로운 파업, 회사를 구하기 위한 파업이나 다름없고, 회사도 이를 인정하면서도 대외적으로  보이기 위한 징계 조치를 강행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우리는 이번 징계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좋은 뉴스를 만들기 위해 분투하는 기자들에 대한 배신이자 회사의 인화를 해치는 ‘해사 행위’라고 규정한다”고 비판했다.

“윤석민 컴백과 함께 노조 탄압 시작됐다”

한편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최상재)도 지난 7일 ‘SBS, 다시 1인 지배로 돌아가는가?’란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SBS 사측은 즉각 조합원 징계를 철회하라. 그리고 정권에 굴종한 부끄러운 행태를 사과하라”며 “우리의 이 요구가 끝내 거부될 경우, 우리는 SBS 사측을 재벌방송, 조중동 방송에 찬성하며 한나라당의 방송 장악에 협조하는 세력으로 간주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하게 응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성명에서 “재허가 당시 SBS 비상임 상무급 경영위원이었던 윤석민 씨는 소유, 경영 분리를 약속하며 SBS를 떠났지만, 이 달 초 SBS 홀딩스 부회장으로 돌아왔다. 때를 맞춰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이 시작됐다”면서 “SBS가 윤세영 회장에서 윤석민 부회장으로 경영권을 넘기는 과정을 노조에 대한 무차별 탄압으로 시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권이 바뀌었으니 노조를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속셈을 마음껏 드러내 보이겠다는 것인가?”라고 성토했다.

언론노조는 이어 “SBS는 정권의 압력에 굴복해 ‘민영방송이 더 조종하기 쉽다’는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말을 정확하게 입증했다”면서 “우리는 오늘 KBS나 YTN처럼 낙하산 사장을 투하하지 않아도 어떻게 민영방송이 권력에 ‘알아서 기는지’ 똑똑히 확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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