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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1년 평가] MB정부와 낙하산, 정언 갈등의 시작

이명박 정부가 오는 25일 출범 1년을 맞는다. 그러나 출범 만1년도 지나지 않은 이 정부 아래에서 방송·언론계는 말 그대로 ‘비상’이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대언론 전략을 짰던 이른바 ‘언론공신’들을 위한 정권의 자리마련이 여전히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또 현재의 여당이 야당이던 10년의 시간 동안 악연(?)을 맺게 된, 그리고 2년 전 대선에서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였던 이 대통령의 BBK 논란을 비판적으로 보도한 방송·언론을 결과적으로 옥죄는 방향의 법·제도 손질 작업도 한창이다.

일련의 상황 속에서 KBS·MBC·SBS 등 방송사들은 파업 또는 파업에 준하는 투쟁을 전개했다. 정권 출범 1년만이라고 하기엔 유례없는 대대적인 저항이다. <PD저널>은 방송·언론인들의 저항의 이유를 바탕으로 이명박 정부의 1년 간의 언론정책을 4차례에 걸쳐 평가한다. <편집자>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방식은 상식 밖의 것이었다. 20년 동안 쌓아올린 방송민주화의 역사마저 부정하는 방식이 될 줄은 몰랐다.” 이명박 정부 출범 1년에 대한 한 방송사 관계자의 평가다. 그는 ‘상식 밖의 일’의 대표 사례로 정연주 전 KBS 사장을 해임시킨 것과 이른바 ‘날치기 주주총회’로 이명박 대통령 특보 출신의 구본홍 씨를 YTN 사장에 앉힌 일을 꼽았다.

실제로 현 정부 출범 직후 단행된 정권의 정연주 전 사장 해임과 구본홍 사장 임명 강행은 정(政)-언(言) 갈등의 불씨가 됐을 뿐 아니라, 현재 여권의 방송법 등 언론관계법 개정 움직임과 맞물려 화력을 더하고 있는 중이다.

우선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해 3월 26일 김금수 당시 KBS이사장을 만나 정연주 사장의 조기사퇴를 압박했다. 최 위원장이 방통위원장에 취임한 지 이틀째였으며, 현 정부 출범 한 달 이틀만이었다. 최 위원장은 같은 해 5월 12일 또 다시 김 이사장을 만나 거듭 사장 교체 압력을 행사했다. 결국 김 이사장은 같은 달 21일 사의를 표명했으며, 방통위는 KBS이사장에 친여인사인 유재천 한림대 교수를 선임했다.

■법 위의 낙하산= 이후 과정은 일사천리였다. 방통위는 같은 해 7월 18일 정 사장 해임에 반대하는 야당 추천 KBS이사인 신태섭 동의대 교수가 학교로부터 징계를 받자마자 곧바로 해임을 했고, 그 자리에 강성철 부산대 교수를 앉혔다. KBS이사진 구성 11명 중 여당 추천 몫이 과반을 넘는 6명으로 늘어나자, 이사회는 본격 사장 교체 작업에 나서기 시작했다. 때맞춰 감사원은 8월 5일 KBS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 정 사장 해임을 건의했다. 이사회는 8월 8일 해임제청안을 의결했고 이 대통령은 사흘 뒤인 11일 정 사장을 해임했다.

그러나 현행 방송법은 공영방송의 독립성·공공성 등을 위해 대통령에게 KBS 사장 임명권만을 부여할 뿐 ‘임면권’을 허용하지 않고 있어 학계와 정치권 등으로부터 법적 타당성 논란이 일었다. 여론 역시 부정적이었다. 정 사장 해임 직후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5.9%가 ‘정 사장 해임은 잘못된 일’이라고 답했다.

법적 타당성 논란부터 부정적 여론까지 정권의 입장에선 부담이 상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연주 해임 시나리오’가 가동된 것과 관련해 언론계 안팎에선 결국 정권과 손발을 맞출 수 있는 특정 인물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대선 당시 이 대통령 캠프에서 방송전략실장을 지낸 김인규 전 KBS 이사를 사장으로 앉히기 위한 시나리오라는 것이었다.

▲ 이명박 대통령 대선 당시 공보조직
실제로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은 “후임 KBS 사장 문제는 ‘김인규냐, 아니냐’로 요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전 이사는 KBS 사장설과 관련해 사회적 논란이 일자 사장 공모 접수 마감 하루 전인 8월 19일 응모 포기의사를 밝혔고, 지난해 10월 21일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이하 KODIMA) 회장에 취임했다. KODIMA는 최시중 위원장이 방송·통신 융합의 상징으로 내세우는 IPTV 사업의 핵심을 담당하는 곳이다.

MB 대선캠프 출신 김 전 이사의 KBS 입성은 좌절됐지만, 정 전 사장의 해임과 낙하산 사장 투입설은 KBS 안팎에 지금까지도 아물지 못한 상처를 남겼다. 정 전 사장 해임 직후 이에 반대하는 KBS 사원들이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이하 사원행동)을 구성, 정 전 사장 해임과 이병순 사장 취임 반대 투쟁을 벌인 것과 관련해 KBS는 지난해 9~10월 이른바 ‘인사숙청’을 단행했으며, 지난 1월에는 사원행동 공동대표인 양승동 PD 등 8명에 대해 파면·해임·정직 등의 중징계를 내렸다.

이후 진행된 KBS PD·기자들의 대규모 제작거부 투쟁 등으로 같은 달 29일 징계 수위를 낮출 수 있었다. 이 결과는 KBS 구성원들에게 하나의 작은 승리이기도 했지만, 정권의 뜻에 반대되면 ‘어떤 꼴’을 당하는지에 대한 ‘경고’가 되기도 했다.

■MB낙하산, 언론인 대규모 해직 불러= 아직까지 정권의 낙하산 투입 실패 상태인 KBS와 달리 YTN은 대통령 특보 출신 사장으로 인해 지금까지도 직접적인 피해 상황 속에 놓여있다. YTN 이사회가 지난해 7월 용역업체까지 동원, 주주인 사원들의 출입을 봉쇄한 이른바 ‘날치기 주주총회’로 이 대통령의 방송특보를 지낸 구본홍 전 MBC 보도본부장을 사장으로 선임한 직후부터 전개된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은 벌써 206일째(2월 11일 기준)를 맞는다.

여권 관계자들은 이 기간 동안 “YTN 사태는 민간기업의 노사분규”라고 주장하면서도 “정부소유 YTN 지분 모두 매각”, “방송 정상화가 안 될 경우 재허가가 안 날 수도 있다”(이상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의 발언으로 YTN 사태에 사실상 개입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선 구본홍 사장이 사장 내정자 신분이었던 지난해 7월 박선규 청와대 언론2비서관을 만났으며, 같은 해 8월 두 차례 최시중 위원장을 만난 사실이 밝혀져 ‘부적절한 만남’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밖에도 방통위는 지난해 12월 심사대상이 아닌 내부 문제를 이유로 YTN에 대한 재승인 심사를 보류했다.

일련의 과정 속에서 노종면 YTN노조위원장 등 6명의 해고를 포함해 33명의 사원들이 사측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다. 사상유례없는 대규모 징계다. 또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YTN 블랙투쟁에 대해 ‘시청자에 대한 사과조치’를 내리고 YTN에 동조한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검은 옷을 입고 방송을 한 MBC와 SBS 앵커들에게 의견 진술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이들에 대해선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아 ‘이중 잣대’ 논란을 빚기도 했다. ‘낙하산’엔 무관하다는 정권으로부터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 철회와 관련한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밖에도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에 이 대통령 방송특보단장 출신의 양휘부 전 방송위 상임위원이, 역시 방송특보 출신의 이몽룡 전 KBS부산총국장과 정국록 전 진주MBC 사장이 각각 스카이라이프와 아리랑TV 사장으로 임명됐다. 또 연합뉴스의 최대주주로 사장 선임 등의 권한이 있는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에는 이 대통령 언론특보 출신의 최규철 전 동아일보 이사장이 임명됐으며, 조만간 새사장 선임을 앞두고 있는 수도권 지상파 OBS에는 대통령 방송특보 출신의 차용규 전 울산방송 사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끈질긴 저항과 시청자 국민의 동의가 해법= 정부가 이처럼 ‘낙하산 인사’를 계속하는 것과 관련해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이미 KBS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공영방송의 사장이 낙하산 혹은 정부 뜻에 따른 인사로 결정될 경우 직접적으로 보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우려했다.

또 “이 같은 상황은 결국 KBS·YTN과 같이 구성원들의 반발을 낳을 수밖에 없고, 최악의 경우 결국 조직의 구성원인 방송인들이 일련의 분위기에 위축되거나 순응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낙하산을 막기 위해 기본적으로 제도적 장치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영방송이나 공기업 등에 대해 특정 정당에 소속됐거나 특정 정치 이력이 있는 이들에 대해 사장(기관장)으로의 진입을 막는 결격사유 조항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지난 1년 동안의 사례에서 봤듯 법적 장치가 있다 해도 정치권력이 강행코자 하면 막아내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며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YTN처럼 낙하산에 대한 언론인들의 저항이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YTN을 비롯한 방송인들의 저항이 없었다면 정권은 지금보다 더 빨리, 많이 낙하산을 임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방송사 관계자도 “연말연초 언론인 총파업 당시 결국 정부가 (방송법 개정 등을) 강행하지 못했던 것도 시청자인 국민들이 우리의 저항에 동의했기 때문 아니냐”며 “옳은 것을 위한 언론인들의 지치지 않는 결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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