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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인간극장>

|contsmark0|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인기다. 그 다큐멘터리를 kbs에서 만들었다? 한결같은 칭찬에 앞서 우선 두 가지 생각이 든다.
|contsmark1|돌아가지 않고 정통으로 승부 했겠구나, 라는 것과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vj들을 활용한 틈새 다큐멘터리의 맥을 잇고 있구나, 라는 것.
|contsmark2|그리고 그 프로그램의 제목을 접한다. 다큐 미니시리즈 <인간극장>. 이야말로 과거의 <인간시대>류 아닌가? 처음 가졌던 선입견은 첫 번째 방향으로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나서 프로그램을 본다. 며칠간 매일, 한창 뉴스로 활기가 넘치기 시작할 시간에 tv 브라운관은 차분하고 그리 길지 않은 다큐멘터리로 채워진다.
|contsmark3|그렇게 일주일, 내가 가졌던 고루한 선입견을 수정하기로 한다. 이는 지루함이 미덕인 정통 다큐멘터리도, vj를 이용한 엿보기 프로그램도 아니다. 고난도로 시청자의 흐름을 읽은, 오히려 트렌드를 앞질러 나간 최고의 마케팅이 빚어낸 성과물이다. 그러니 인기의 비결은 구닥다리 다큐멘터리가 괜히 새삼스레 인기를 얻게 된 시대적 우연도, 프로그램 제작 방식에 있어서 제대로 된 길을 고수했기 때문도 아닌, 철저히 검증된 "예정된 대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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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6|방송사는 공익성을 위해 도박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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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9|우리가 다큐에서 얻어낼 수 있는 것으로는 뭐가 있을까? 교훈과 감동, 또…, 아무튼 그럴싸한 단어들만 떠오른다. 여기에 "재미"를 추가시키면 우리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틈새" 내지는 약간은 얼터너티브한, 대안적인 요소로서의 다큐로 구분지어 버린다. 그리고는 어떠한 방식의 실험성도 너그러이 허용한다. 형식의 파괴, 내용의 파괴, 편성의 파괴가 이들 대안적 다큐에게는 오히려 미덕이다.
|contsmark10|그러나 다큐의 공식을 충실히 따르는 정통 다큐멘터리는 어떠한 방식의 변형도 이들에겐 모험이다. 따라서 아침 주부 시청 시간대에서 저녁 뉴스 시간대로의 편성 파격을 단행한 이 프로그램은 엄밀히 말하면 정통 다큐멘터리가 아닌 셈이다. 어디부터 어디까지를 "정통"이라고 불러야 하는가? 정확한 규정을 내리기가 쉽지는 않다. 분명한 것은 아무리 kbs라고 해도, 공익성 하나만을 위해 위험한 도박을 하는 방송사는 없다. 그러니 공익성이 최대 목표인 "정통" 다큐멘터리가 때마침 인기를 끌었다는 분석은 그다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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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3|제작진은 항상 방송의 흐름을 간파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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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6|우후죽순 생겨나던 엿보기 프로그램들. 아직도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긴 하지만 새삼 우르르 몰려들만한 새로움은 빛을 바랬다. 그리고 비교적 고품격(?)의 vj 프로그램들. 소형 비디오 카메라가 찾아다니는 세상은 신기하고 역동적이지만 단발성으로 그쳐버린다는 단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유행과 첨단이 난무하는 tv 속에는 더 이상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는 "사람 이야기"가 없다. 여기에 "아날로그는 아직 죽지 않았을 뿐더러 여전히 한 세대를 지배하고 있다"는 원칙이 개입한다. 디지털이 아날로그 세대를 감동시키는 경우는 없지만, 아날로그는 때때로 디지털에게 미처 생각지 못한 감동을 준다. 그 주기가 비교적 불규칙하긴 하지만 시기를 예측한다는 것이 완전히 불가능하지는 않으며, 그 예측이 들어맞는 것을 설사 운으로 돌린다고 쳐도 제작진의 감각이 개입하지 않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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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9|"<뉴스투데이>와 손잡고 <멋진 친구들>을 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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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2|애초에 아침 8시20분이라는 주부 시청 시간대에 다큐멘터리가 편성된 것도 분명 기사거리였을 텐데,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면 이 프로그램이 그 시간대에 남아있을 수 없다는 것은 충분히 예상된 결과였을 것이다. 물론 좋은 프로그램은 여럿이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면에서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천편일률적인 아침 시간대를 빛내주는 요소를 제거해버린 셈이며 게다가 이런 식의 다큐멘터리는 오히려 심야시간에 더 어울리지 않을까? 단지 이 프로그램만을 위한 편성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30분 분량의 5부작이라는 특성이 그 시간대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수도 있겠지만 전체적인 편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방송사의 입장에서는 "플러스 알파"의 효과를 염두에 두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덟 시와 아홉 시, 두 가지 시간대의 뉴스를 확보하고 있는 kbs로서는 다소 편성상의 여유가 있었을 것이고(이런 식의 단정이 방송사 측에는 갑갑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는 <멋진 친구들>을 지켜줄 그 무언가가 필요했을 수도 있다. <멋진 친구들>을 보고 있으면 아홉 시에 다른 채널 뉴스로 손이 가지만 <인간극장>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아홉 시가 넘어 버린다. 사람들의 취향은 무한대로 다양하지만 내가 느끼는 것을 다른 사람도 느낄 확률이 상당히 높은 매체가 바로 tv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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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5|결국 얄팍한 상술일 수도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그러한 상술을 비난하자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생각해보자는 의미다.
|contsmark26|어떤 프로그램이 성공했을 때, 특히 공익성을 바탕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성공하면 사람들은 대체로 성공의 공을 "장르"에 돌린다. 그런 평가들이 각 장르들을 키워줄 수 있는 근본적인 힘이 될 수도 있지만 장르 이면의 요소들을 배제하고 요즘의 방송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사실상 설득력이 미약하다. 또한 고난도의 편성 전략을 적절히 이용하는 것 역시 오히려 연구하고 탐색할 요소지, 장르의 공익성만으로 치부하고 넘길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contsmark27|tv 프로그램은 하나의 문화상품이다. 그 상품 가치를 빛내주는 요소가 무엇일지, 때마침 공익성을 띤 프로그램이 인정을 받고 있는 틈을 타서 생각해볼 문제다.|contsmark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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