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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총체적 불신을 이대로 둘 것인가

국민의 방송 KBS가 흔들리고 있다. 당장 9시 뉴스의 시청률이 격감하고 있다. 2월 9일의 경우 KBS <뉴스9>는 13%, MBC <뉴스데스크>는 11.4%, 그리고 한 시간 전 SBS <8뉴스>는 12.9%를 기록했다(TNS 수도권). 물론 이는 드라마 <너는 내 운명> 종방 이후의 일시적인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SBS 뉴스의 시청률이 약진하고 MBC 뉴스도 분전하는 가운데 KBS 뉴스가 저조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

KBS의 위상이 전과 같지 않음은 뉴스 시청률만이 아닌 여러 경로로 확인된다. KBS 방송문화연구소가 지난해 12월 동서리서치와 함께 조사한 ‘뉴스시청행태조사’에 따르면 신뢰도·공정성·충실도 등 여러 조사항목 중 ‘공정성’ 분야가 MBC에 밀려 2위를 차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불과 한두 해 전인 ‘대선뉴스’나 ‘총선뉴스’ 시청행태조사에서 평가 전 부문에 걸쳐 1위를 차지한 KBS의 급전직하 추락이다.

시청률 하락, 신뢰도 저하의 여파는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기자들이 용산참사 취재시 유족들의 인터뷰와 취재 거부는 물론 시위대로부터 야유와 폭행 등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촬영장비가 파손되기도 하고 머리나 손으로 카메라 렌즈를 막는 일도 비일비재다. 이는 이병순 사장 체제 하의 KBS 뉴스에 대해 거부감으로 인한 것이라는 게 일선 기자들의 지적이다. 5공 때나 있던 일이 거의 20여년 만에 재연되고 있다.

이병순 사장의 틈입(闖入) 이후 지난 7개월 동안 인사 폭거, 개혁적 프로그램 폐지, 반(反) 정연주 줄서기 인사의 중용, 사원행동측 PD와 기자에 대한 파면과 철회 등이 발호했다. 그 결과가 이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병순 사장은 인사권을 통해 조직을 쉽사리 장악했고 KBS 구성원들은 단시일내에 굴복했다. 노동조합의 방관도 한몫을 했다.

지금과 같은 취재거부는 장차 국민들의 수신료 거부로 이어지고 KBS에 대한 총체적인 불신임으로 비화될 수 있다. 최초의 자사출신 사장을 부르짖었던 이병순 사장은 연임은커녕 가장 치욕적인 선배로 기록될 것이다. 안타까운 일은 이 체제에 순치된 KBS 구성원들이 공영방송법과 수신료 인상의 알량한 셈법에 농락당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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