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을 위해 경기도 남부지역을 오가는 길에 판교 신도시 건설현장을 만날 수 있다. 바로 3년 전 〈판교, 그 욕망의 땅〉이라는 프로그램을 했기 때문인지, 벌판과 야산이었던 판교에 수십 층 아파트 숲으로 변하는 모습은 각별하게 다가왔다. ‘판교 입주가 시작되었다’, ‘판교에 지어진 10년 공공임대아파트가 호화판이다’, ‘판교가 망교가 될 수도 있다’는 등의 뉴스가 전해질 즈음 ‘용산참사’가 일어났다.
판교는 부동산에 세속적 욕망을 ‘올인’하는 한국 중산층들이 만든 상징이었다. 판교의 입지계획이 바뀔 때마다 수도권 남부의 집값은 널을 띄웠고 그렇게 뛴 집값이 또 판교의 분양가를 올리는 코미디가 반복되었고 결국 판교를 기다리는 집 없는 서민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높은 분양가가 책정되었다. 국가가 토지를 어떻게 이용해야한다, 또 주택정책은 어떠해야한다는 담론은 사라졌고, 높은 분양가에도 불구하고 판교에 분양을 받으면 로또에 당첨 된 거라는 등의 소문만 무성해졌다. 그리고 그 땅에 이제 수많은 아파트가 올라갔다. 과연 그 욕망들은 충족이 되었나? 큰 빚을 지고 중도금을 낸 중산층들, 주위 집값이 오른다고 호들갑을 떨던 주민들이 지금 행복할까? 혹시 지금 뭔지 모를 불안감에 잠을 설치고 있진 않을까.
‘용산참사’는 대한민국에서 집값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곳에서 일어났다. 매스컴에 의하면 그 주변 땅값은 지난 3년 간 미친 듯이 뛰었다고 한다. 행복한 웃음을 지었을 중산층도 있었을 것이다. 참사로 돌아가신 주민들도 얼마 전까진 자신들도 중산층이었다고 믿었다고 한다. 이 분열과 아이러니가 땅을 둘러싸고 벌어진다.
대한민국에서 부동산은 매트릭스와 같다. 중산층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지만, 결국 그 공간에서 진정으로 웃을 수 있는 존재는 사람들이 아니다. 자본과 권력만이 그 공간에서 웃을 수 있다. 나를 바라본다. 나는 이 욕망의 매트릭스에서 자유로운가? 재앙은 반복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