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PD의 눈] 공태희 OBS 〈문화전쟁〉 PD

지난 주 목요일(2월5일) 일본과 공동으로 생방송을 진행했다. 일본에서 보내주는 영상을 한국 생방송 프로그램에서 그대로 중계했다는 흔한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 PD가 일본 현지에서 일본 중계차에 탑승, 일본 기술 스태프와 생방송을 만들어야 했던 조금은 설레고 낯선 이야기다.

익숙한 위성송출을 통한 해외연결 생방송이 아니었다. 해저 광케이블을 이용한 HD 영상의 IP 송출. 한일 양국 최초의 시도였고, 양국 정부의 연구기관들이 몇 년간에 걸쳐 기획한 야심만만한 프로젝트의 테스트베드였다.

일단 참여한 방송사는 양국의 지역민방 3개사. 일본측 대표선수는 홋카이도(北海道)의 HBC, 오사카(大阪)의 MBS. 한국측 대표선수는 OBS. OBS는 중계차 PD와 현장 진행 리포터 그리고 OBS의 데일리 오후 생방송 〈투유〉 시간을 할애했다. HBC는 중계차와 기술 스태프를 제공, MBS는 IP 전송 기술과 양국 프로젝트의 전반적 사항을 프로듀싱 했다.

▲ 일본 현지에서의 생방송 중계 모습 ⓒ공태희PD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의미는 무엇보다 HD영상을 광통신망을 이용해 IP 송출한다는 신기술의 최초 구현이었다. IP를 이용한 HD영상의 자유로운 소통은 의미가 남다르다. 고가의 위성 송출방식에 기댈 수밖에 없던 외국과의 라이브 연결은 이제부터 방송 박물관의 새로운 전시물이 되는 셈이다. IT강국으로 자부하는 우리는 물론 방송 선진국 일본 역시, 방송사상 최초로 시도하는 신기술을 이용한 생방송이었다.

삿포로(札幌) 눈축제(雪祭り,유키마츠리)의 현장연결이라는 소재도 신선했다. 삿포로 눈축제는 전 세계 역사적 조형물을 거의 실물 크기의 눈 조형물(雪像)로 제작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주관방송사인 HBC는 올해 눈축제에서 대한민국 광장을 조성했고, 메인 전시물은 숭례문이었다. 화마로 인한 전소 1주년을 맞은 한국인에게 선사하는 이웃나라의 따뜻한 선물. 눈과 얼음으로 제작된 숭례문은 눈부시도록 반짝 반짝 빛났다.

외국의 중계차에서 외국의 스태프와 진행해야 하는 생방송은 쉽지 않았지만, 확실히 즐거운 경험이었다. 이를테면 이런 식.

“니방카메상(2번 카메라씨)! 아노 오죠상가 아나타노 타이뿌데스까?(그 아가씨가 당신의 타입인가요?)”

일본의 카메라맨들도 우리처럼 리허설 중간 예쁜 여성 관광객에게 포커스를 맞췄고, 그런 화면을 똑 같이 서비스 컷이라고 불렀다. 그런 유쾌한 기억 중에도, 치밀함에 있어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일본의 현장 스태프들에게는 감탄 또 감탄. 이 짧은 지면을 빌어 그들에게 감사를 보낸다.

▲ 남대문 눈 조형물 아래에서 생방송을 하고 있는 OBS 리포터의 모습. ⓒ공태희PD
생방송 전반적인 사항을 꼼꼼하게 진행했던 HBC의 오가와(小川)씨와 히라이(平井)씨를 비롯해 친절하고 완벽했던 HBC의 중계 기술스태프들. HBC와 OBS의 한일 최초 해저 광케이블을 이용한 IP 방송전송을 책임졌던 오사카 MBS의 우에노(上野)씨, 요꼬야마(山)씨 등.. 그리고 자신의 일처럼 4일 내내 통역과 진행을 도와주었던 메구미()씨, 또한 자신의 집까지 초대해 손수 만든 멋진 요리를 맛보게 해준 HBC의 저녁생방송 PD 노리코씨(典子)까지….

방송의 꽃은 생방송이라고 한다. 당연한 이야기. 생방송은 매력을 넘어 마력까지 지닌 방송계의 ‘마성의 아이템’이라고나 할까? 생방송을 준비하는 PD의 마음은 마치 그 찰나의 순간을 위해 모든 것을 남김없이 불태우는 복서의 그것과 닮아 있다. 단 한 경기를 위해 몇 년의 시간 동안 자신이 지닌 모든 재능과 노력을 불태워야 하는.

4박5일 동안, 찰나의 생방송을 위해 한일 양국의 모든 스태프들은 자신의 노력과 재능을 불태웠고, 결론은 대성공이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