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순표’ KBS 변화, 한나라당‧보수신문 주장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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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1년, '공영방송' KBS 진단' 토론회 … "사장 평가위 만들자" 제안

“KBS의 K는 Korean Government(한국 정부)보다 Korean People(한국 사람)에 가깝다.” (사회자 임동욱 광주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하지만 시민들은 KBS 기자들의 취재를 거부하고, 뉴스 시청률은 하락세다. KBS는 지금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병순 사장 취임 7개월째.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는 KBS를 진단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13일 오후 2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이명박 정부 1주년, 공영방송 ’KBS‘ 진단 토론회를 열었다.

▲ 민주언론시민연합은 13일 '이명박 정부 1년, '공영방송' KBS 진단' 토론회를 개최했다. ⓒPD저널
발제를 맡은 정재철 단국대 교수(미디어공공성포럼)는 “지난 1년 동안 KBS의 외적 독립성 위기의 근원은 무엇보다 KBS를 관영방송처럼 생각하고 있는 정부·여당의 인식”이라며 “정연주 사장 해임 후 후임 사장 선임과정에서 KBS 이사장, 청와대 비서실장, 방송통신위원장이 만난 것을 보면 공영방송 KBS를 국정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교수는 “최근 KBS의 인사, 조직, 프로그램 개편의 내용과 방향은 그동안 한나라당과 보수 신문이 주장해온 ‘KBS=좌파, 편파방송’이라는 정파적 목소리와 닮아있다. 이런 점에서 KBS 내부의 정치적 독립성은 위기 국면”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대표적인 예로 <미디어포커스>, <생방송 시사투나잇>의 폐지를 꼽았다.

이병순 사장 취임 이후 KBS의 변화에 대해 김승수 전북대 신방과 교수는 “지금이야말로 사장을 검증할 기회”라며 KBS 사장 평가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KBS 노사와 시민단체, 학계가 참여하는 사장 평가위원회를 꾸려 편성, 프로그램, 경영 등을 세부적으로 평가해 오는 11월 새 사장을 선임할 때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수영 성균관대 미디어문화콘텐츠 연구소 연구원은 ‘이병순 체제, KBS 보도는 어떻게 달라졌나’는 주제의 발제 서문에서 “KBS 보도의 변화가 과연 사장교체만으로 등장한 문제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불과 6개월만에 KBS의 신뢰도와 공정성, 시청률이 모두 흔들리고 있는 것은 지난 10년간 KBS의 방송민주화 및 개혁이 미진했고, 내적 체질이 허약했음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수영 연구원은 KBS 뉴스보도의 문제점을 △발표저널리즘 △연성화 △집중호우식 보도 △현실추인주의 △의제설정기능 오도 △경마 저널리즘 일상화 등으로 꼽았다. 그는 “집중호우식 보도란 한 가지 사건을 반복적으로, 장시간에 걸쳐 집중적으로 보도하는 행태를 말한다”며 군포 연쇄살인사건 관련 보도를 대표적인 예로 꼽았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은 “KBS 뉴스에 연쇄살인 용의자 강모씨와 김연아 선수 경기소식이 ‘집중호우식’으로 보도되는 것을 보면서, 서럽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이 화가 났다”고 말했다. 안 팀장은 “김연아 선수의 경기 모습도 중요하지만 ‘용산 참사’ 관련 보도가 묻히는 것이 속상했다”며 KBS 뉴스의 의제 설정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또 “UN이 정한 철거관련 7가지 인권 기준이 있는데, 어느 방송에서도 이를 지적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유진 민언련 사무처장은 “KBS는 지금 한국을 대표하는 지상파 방송은커녕 수많은 유료방송채널 가운데 하나로 전락하는 과정에 있다”며 “이병순 사장 취임 후 KBS 뉴스는 조선일보의 논조를 따라가는 경우도 있고, 대통령 홍보 또한 지나치다”고 말했다.

김유진 처장은 “KBS는 그동안 탐사보도팀이나 스페셜팀의 심층 취재로 의미있는 의제 설정을 해왔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경제 위기가 한창일 때 ‘과감하게 투자하라’는 기획시리즈를 내보냈고, 종합부동산세 논란이 한창일 때는 시사프로그램에서 종부세로 고통받는 부자들의 삶을 휴먼다큐처럼 다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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