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대 TV]감시기능 충실, 차별성은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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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 시사고발 VS 기자 시사고발

TV의 언론 기능을 가장 앞서 수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꼽는다면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꼽을 수 있다. TV 시사고발 프로그램은 87년 민주화 운동 이후 방송사 노조를 비롯해 언론사 노조 설립 등 언론민주화와 그 탄생을 같이 한다. KBS <추적60분>에 이어 MBC 그리고 개국 이후 생겨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등이 각 사를 대표하는 시사고발 프로그램으로 아직 그 빛을 잃지 않고 있다. 이같은 프로그램들은 권력을 견제하고 사회의 어둡고 소외된 구석을 밝히는 고발 프로그램의 특성상 취재 아이템 선정이나 제작과정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방송사 내·외부에서 시비거리를 일으키고 그 결과가 공영·공정방송의 잣대가 되곤 했다. 공영방송을 자처하는 방송사라면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것이 당연시될 만큼 사내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만만치 않다. 얼마전 방송권역이 확대를 앞두고 iTV가 신설한 <르포 인사이드>도 이러한 맥락이다. 이처럼 방송에서는 전통으로 자리잡은 PD 저널리즘을 표방하는 시사고발프로와 함께 94년 MBC <시사매거진 2580>을 필두로 SBS < 뉴스추적>, KBS <취재파일 4321> 등 기자 저널리즘을 표방하는 시사프로가 생겨났다. 기자가 만드는 시사프로는 보통 뉴스 보도시 한 꼭지당 1∼2분에 불과했던 시간이 여기에서는 꼭지당 15분 내외로 늘어나 뉴스 보도에 익숙했던 기자에게나 시청자에게 모험이자, 신선하게 비춰졌다.<시사매거진 2580>의 성경섭 차장은 “뉴스의 심층화라는 시대흐름에서 이런 프로그램이 나왔다”며 “시청자의 관심도 끌면서 뉴스의 빠르고 충실한 전달이 과제”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사회가 점차 개인화되면서 집단의 비리나 문제보다는 상대적으로 연성적인 소재를 선호하는 데서 기자 시사프로 탄생을 보는 시각도 있다.일반화시키긴 어렵지만 PD가 만드는 시사프로는 문제를 접근하는데 있어 기획력이나 설득력이 앞선다는 평이다. 출입처가 없는 PD들의 특성상 이해관계를 벗어나 객관적인 입장에서 문제핵심에 다가갈 수 있는 점. 부족하긴 해도 4주나 6주 정도의 기간을 두고 한 아이템을 파고들어 더욱 탄탄한 구성력을 자랑한다는 점. 이것이 방송에서 나타나는 PD 저널리즘의 특성이기도 하다. <추적 60분>의 전용길 부장은 “드러난 사실만으로 선악을 구분하기 보단 그 뒤에 감춰진 진실을 보여주는 것이 장점”이라며 “심층성이 기자 시사프로 보다 앞서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비해 기자 시사프로의 경우 전체 프로그램 포맷이 고발성 뉴스나 화제성 뉴스를 적절히 배치하고 있어 아기자기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시사매거진 2580>은 고발·휴머니즘·트렌디 순으로 아이템을 배치하고 있고 <뉴스추적>도 시사보도·발굴 고발·화제 인물로 다양화돼 있다. <뉴스추적>의 박흥로 차장은 “다른 프로와의 차별성에 중심을 두기 보다 다양한 성격의 기자를 최대한 활용한다”며 다양한 아이템이 기자의 역할에서 나온 것임을 내세웠다. 요즘 시사고발 프로의 화제는 단연 소송이다.공인들에 의한 잦은 소송은 언론의 감시역할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한편으론 시사고발프로그램이 자기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현장접근 폭로가 점차 어려워짐에 따라 그나마 쉽고 안전한 소재를 아이템으로 택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심층 취재와 기획 취재로 대변되는 PD와 기자가 만드는 시사고발프로그램이 각자의 차이와 장점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도 정체성을 찾는 한 방편일 것이다. 또 시청자들에게는 다양한 시사고발프로를 볼 기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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