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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파리=이지용 통신원

▲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은 역대 프랑스 대통령과 비교해 볼 때 국가의 큰 어른이라는 전통적인 프랑스 대통령의 이미지를 바꾸어 놓은 대통령이자 끊임없이 뉴스를 만들어 내는 뉴스메이커다. 그는 대통령 선거 유세당시 약속한 “언제나 프랑스 국민들 가장 가까이 있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인지는 몰라도 집권초기부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다방면에 왕성하게, 전방위적으로 개입하며 매일 신문과 방송에 뉴스를 제공했다.

국민들이 심각한 아이템에 식상할 즈음에는 이혼과 로맨틱한 재혼이라는 연애 아이템까지 제공해주니 언론에서는 이를 놓칠 수가 없다. 때문에 하루도 빠지지 않고 언론을 장식하는 사르코지 대통령을 빗대어 프랑스는 ‘사르코랜드’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가끔 대통령의 언론 출석률이 조금 저조할 때는 대타로 부르니 영부인께서 빈자리를 채워 주기 때문에 사르코랜드에서는 뉴스 아이템 걱정은 없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언론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출범한 이명박 정권과의 비교 모델로 심심치 않게 인용되고 소개됐다. 강력한 리더십, 자유시장 경제를 지향하는 미래주의 대통령, 저돌적인 개혁 정책…. 일부 한국 언론에서는 이명박 정권과 사르코지 정권을 비교하면서 닮은꼴 대통령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과연 그럴까? 

첫 번째 닮은 점은 두 사람 모두 집권 여당이 국회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일단 정책을 밀어붙이기에는 아주 좋은 위치에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정책 수립과 결정 과정에서 민주적인 절차와 대화를 통한 사회적인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전횡이 집권초기부터 반복돼왔고, 이와 같은 문제는 국민적 반발을 불러 일으켜 왔다.

두 번째 닮은 점은 강력한 보수언론들이 그들의 정권창출을 위해보고 읽는 사람도 불쌍할 정도로 열심히 홍보지 역할을 해왔고, 현재도 든든한 방어막이 되고 있으며 두 정권 모두 자신들의 오늘이 있는데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은 홍보자들에게 부채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사르코지는 공영방송 광고폐지법안을 통해 형제처럼 가까운 민방의 사주에게 막대한 광고이익을 제공했고 한걸음 더 나아가 강력한 미디어그룹의 필요성을 역설했다가 미디어 총회의 반대에 부딪히자 대신 신문업계 지원정책으로 논란을 봉합하며 인쇄매체의 숨통을 열어 주는 선에서 물러섰다.

▲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
그러나 사르코지 식의 밀어붙이기가 이명박 정부의 그것과 다른 점은 사르코지 정권은 공영방송 광고폐지법을 만드는 과정에 자신에게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며 비판을 서슴지 않았던 프랑스 공영방송 사장을 누구처럼 억지로 이유를 만들어 쫓아내지도 않았고 그의 임기는 공영방송법에 따라 2011년까지 보장돼 있다는 점이다. 또 공영방송법 개정문제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특별방송 녹화를 위해 방송사를 찾은 대통령의 인사를 받지 않고 대꾸조차하지 않은 France 3의 오디오 기술자는 어떠한 징계도 받지 않았다.

▲ 파리 = 이지용 통신원 / KBNe France 책임 프로듀서
얼마 전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대형버스가 필요할 정도로 많은 수행기자들을 대동하고 영국과 프랑스를 다녀간 후 일부 언론에서 프랑스의 미디어개혁 정책을 예로 들며 현재 이명박 정부가 추진 중인 미디어정책법의 당위성을 역설, 2월 내 법안처리를 위한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프랑스는 여전히 방송·신문의 겸업에 관한 ‘소유 규제’가 존재하며, 최근에 통과된 방송법 개정안 이 공영방송에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해줄 것이라는 주장은 현재로서는 검증된 내용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르코지 정권과 이명박 정권의 다른 점 하나 더. 사르코지 정권은 기자단 몰고 외국 다니면서 분위기 띄우는 기사를 만들게 하는 유치한 방법은 쓰지 않는다. 그런 기사를 읽고 보는 국민들이 창피해 할까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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