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휴대폰과 이메일도 감시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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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인권]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언론인권센터 1인미디어특별위원회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감시사회로 가려는가

지난 2일 미디어 관련 입법을 둘러싼 혼란이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100일간 논의한 뒤 국회에서 표결처리하기로 여야 간의 합의에 도달했다. 사회적으로 대립과 반목을 초래했던 사안이었지만 그나마 논의할 시간을 벌었다는 점에서 다행이다. 한편으로는 6월 임시국회에서의 표결 강행처리의 명분도 주었다는 점에서 찜찜한 합의이기도 하다. 그러나 172석의 공룡여당에 맞서 90여명에 불과한 야당이라는 한계를 넘기는 어쩌면 무리였을 수도 있다. 논의기구에서 보다 진전된 합의안이 나오길 기대한다.

그리고 또 하나 다행스러운 것이 있다. 그것은 통신비밀보호법이 이번 합의안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기한을 정하지 않고 합의처리토록 노력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정말 다행이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사회적으로 신방겸영과 대기업 출자를 골격으로 하는 방송법 개정안과 사이버모욕죄와 모니터링으로 상징된 정보통신망법에 밀려 관심이 낮긴 했지만 통신비밀보호법은 심각한 인권 침해 조항 때문에 논란이 많았다.

이번에 한나라당에서 발의한 통신비밀보호법은 지능․첨단 범죄 및 테러 대응을 이유로 개인의 위치정보 추적과 휴대폰과 e메일의 감청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통신업체는 이에 필요한 장비를 의무적으로 갖춰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통신업체가 감청장비를 설치ㆍ운영하고, 수사ㆍ정보기관은 절차를 밟고 통신업체의 협조를 받아 감청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개인의 감청이 제한되고 법적 절차를 가진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이 법은 국민이 통신을 하는데 있어 누군가가 사생활과 프라이버시 침해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려주었고 결국 국가(더 엄밀히 국정원 또는 검찰, 경찰)가 국민의 휴대전화나 이메일의 감청을 가능케 한 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국가와 통신업체가 시민을 감시한다

1993년 만들어진 통신비밀보호법의 취지는 통신 및 대화의 비밀과 자유를 보장하고 제한은 대상을 한정하고 엄격한 법적 절차를 거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은 오히려 국정원이나 검찰 등 권력기관이 생활필수품인 휴대폰으로 시민들의 일상을 언제든지 들여다볼 수 있게 될 위험성이 있다는 점에서 비판받고 있다. 결국 휴대폰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는 어떤 이야기도 하지 말아야 하고, 인터넷의 토론 공간을 급속히 위축되어 표현의 자유는 심각한 제약을 받을 것은 자명하다.

더욱이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 통신 사업자에게 감청 설비를 맡기는 것이 과연 적법한지도 의문이다. 얼마 전 유명 통신사와 인터넷회사에서 개인정보 유출로 1000만 명이 넘는 개인정보침해 사건이 난지 1년도 안되었는데 말이다. 과연 민간 통신 사업자가 얼마나 안전하게 개인정보를 보호할 지, 그리고 해킹의 위험은 없는지에 대한 타산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 경향신문 3월3일자 5면.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정치적 악용의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통신비밀보호법은 선택적인 감청과 감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정치적 악용소지가 있다. 일부 불순한 정치적인 목적이 개입될 경우 누구라도 반대파의 휴대폰과 이메일을 감시와 사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오히려 통신관계법이 아닌 정치법의 인상도 있다.

법을 만든 당신도 감청 대상이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국가인권위가 지난달 27일 인권침해 우려를 국회에 전달하기도 했다. 당시 인권위는 “수사기관이나 정보기관 등에 의해 휴대전화 등 국민의 일상적 사생활이 상시적으로 감시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조성해 개인의 프라이버시권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아직 통신비밀보호법의 뇌관은 살아있다. 폐기된 것이 아니라 상정과 논의 중이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이 법을 만든 당사자도 결국은 이 법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이 법은 개인의 인격과 프라이버시를 근본적으로 제한하고 정치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수사기관과 사적 기업에게 알몸을 보여주는 것과 같은 법이다. 이 법의 무서움을 국회의원들도 빨리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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