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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의 세상읽기]

▲ 우석훈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88만원 세대 저자)
경제학의 원래 이름이 정치경제학이었고, 나는 경제학은 여전히 정치경제학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러나 요즘의 한국에서는 ‘정치’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가라고 생각하게 된다. 어쨌든 한국 경제에 대해서 이리저리 예측해보는 것이 내가 원래 하는 일이니까, 정치 일정에 맞춰서 좀 생각을 해봤다.

아무래도 이명박 정권인 남은 5년 동안 경제는 대체적으로 마이너스 성장에 있을 것 같고, 아마 1인당 국민소득은 만불 약간 넘는 정도까지 두로 밀리게 될 것 같다. ‘다폴트’라고 불리는 채무 불이행 상태에서 다음 정권이 생겨나지 않을까 싶은데, 98년도의 IMF 경제위기와는 비교도 하기 어려운 난국이 펼쳐지는 것 같다. 어쨌든 신자유주의 + 토목자본 정도로 현 정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한데, 국가와 정권이라는 것의 관계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미국은 오바마의 등장과 함께 탈 신자유주의의 움직임을 보이는 것 같고, 일본도 참의원 선거가 열리면 아마 자민당의 오랜 집권이 끝나고 드디어 오자와의 민주당으로 정권이 넘어가게 될 것 같다. 일본 쪽의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대체적으로 이걸 고이즈미 이후의 소위 ‘네오 리베’라는 일본식 신자유주의의 종료로 예측하는 것 같다.

세상에는 흐름이라는 것이 어쨌든 존재하는 것 같은데, 한미 FTA를 축으로 ‘좌파 신자유주의’를 노무현이 역설하던 순간 신자유주의라는 경제체계이며 동시에 사회문화체계이고, 또한 정치체계이기도 한 하나의 시스템이 바야흐로 역사의 흐름에 의해서 다른 것으로 대체되는 순간에 살고 있다. 이 순간에 신자유주의 + 토목자본의 정권을 가지게 된 것, 그리고 이게 아직도 4년이나 남았다는 사실은 한국으로서는 대단히 불행하게 된 일이 아닐까 싶다. 

만약 지금의 경제위기가 이제 본격적으로 대공황의 국면을 보이게 되고, 1600원 선을 넘나드는 환율이 대체적으로 2000원 선으로 넘어가면서 한국은 디폴트 상태로 빠지게 되는 것이 아마 빠르면 지금부터 6개월 후 길면 2년 내에 우리가 겪게 될 현실적 일이 될 것 같다. 신용불량자 천만, 비정규직 천만, 그리고 국민의 80% 정도의 빈곤화, 참 투표 한 번 잘못했다가 우리도 경제적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다. 정치적으로는 잘 모르겠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적어도 시장에서는 이미 ‘경제 불신임’을 받은 상태라고 할 수 있는데, 정말로 디폴트로 들어가면 이게 바로 국제적인 경제 불신임이 아닐까 싶다.

▲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와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만나 언론관계법 등 쟁점법안 처리를 위한 최종 협상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지금의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만은 낙점인데, 한나라당 역시 정말로 한국 우파들의 실력이 이 정도 밖에 안 되는 가 싶게, 아무런 상상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못하기로 치면, 정말 못하는 게 지금의 한나라당인데, 시중에서는 차라리 아줌마를 대통령으로 앉히자, 뒷방 노인네를 앉히자는 말부터, 초등학생을 앉히면 좀 나아질 것 같다는 농담들이 요즘 왔다 갔다 한다. 정말로 정부가 가만히만 있었어도 한국 경제가 이렇게까지 수직낙하를 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4대강 정비와 이를 위한 30조원짜리 슈퍼 추경까지, 망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상태”라고 밖에는 이해하기가 어렵다. 공사 밖에는 못하는 대통령을 보면서 아마 이번 기회에 국민들이 국민경제와 공사판은 좀 다르다는 것을 제대로 학습하지 않았을까 싶다.

하여간 누가 정치를 하더라도 명박 경제와 비교해서는 잘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민주당을 보거나 정세균 대표를 보면 여기가 또 만만치 않다. 한국 정치인들의 기묘한 “누가 누가 못 하나 게임”을 보면서, 정말 한국에서 국민 노릇하기 싫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하여간 경인운하 보다는 한국이 디폴트로 가는 하이웨이가 먼저 뚫리겠다. 자유주의의 경제 이념은 ‘래세 패르(Laissez-faire)’라고 불리는 시장방임주의인데, 지금 좌파가 명박 정부에게 기묘한 ‘래세 패르’를 외치게 되는 순간이다.

촛불집회에 여고생들이 들고 나온 구호가 생각난다. “명박, 너는 아무 것도 하지 마!” 위기의 순간에 여당은 아무런 상상력을 보여주는 게 없는데, 그렇다고 야당도 뭔가 상상하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2009년, 지금의 정치경제학은 “상상하는 자에게 권력이 간다”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죽고 싶지 않다면 상상하라!” 조무래기 3형제라고 할 수 있는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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