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과 이명박 대통령에게 영광을 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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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올해의 PD상’ 수상자 김보슬·이춘근 PD

〈PD수첩〉 광우병 보도로 제21회 한국PD대상 ‘올해의 PD상’을 수상한 김보슬, 이춘근 PD에게 지난 1년은 길고도 험난했다. 뜻밖의 파장을 일으켰고, “오역을 인정하고 사과했더니 왜곡으로 몰아가는” 보수신문과 집권세력에 맞서 싸웠다. 그리고 그 싸움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번 수상은 이들에게 있어 ‘고맙고 든든한’ 선물과도 같다.

이춘근 PD는 ‘올해의 PD상’ 수상에 대해 “저희들에게 준 상이라기보다는 야만의 시대에도 꿋꿋하게 시사프로그램을 하고, 양심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격려를 주는 상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 지난 6일 제21회 한국PD대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PD상'을 수상한 'PD수첩'의 김보슬(왼쪽), 이춘근 PD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OBS
김보슬 PD는 “왜곡 논란 속에서도 방송이 원래 말하고자 했던 바, 협상의 잘못을 바로잡고자 했던 그 취지를 높이 평가해준 것 같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상의 영광을 이명박 대통령과 조·중·동에 돌렸다. “예전에 광우병 보도를 제일 많이 한 곳이 조·중·동이잖아요. 그들의 광우병 기사를 보고 공부를 많이 했어요. 광우병에 대한 기초 지식을 알게 해준 조·중·동과 협상의 잘못된 점을 알게 해주신 이명박 대통령에게 영광을 돌립니다.”

〈PD수첩〉 방송이 나간 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 앞에 사과를 했고, 추가협상을 한 끝에 문제를 조금이나마 바로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지난 3일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민동석 전 농업통상정책관은 제작진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춘근 PD는 “개인적으로 뭐라고 한 게 아니라 공인으로서 협상이 잘못됐으니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는데, 그게 명예훼손이면 민주사회라 할 수 있냐”고 한탄했다.

검찰은 기다렸다는 듯이 PD와 작가 이메일의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 PD는 “이메일이 요즘은 전화보다 더 개인적이지 않나”라며 “우리 시대에서 집안과 서가를 뒤지는 것보다 더 악질적인 사생활 침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문제가 있다면 재판에서 따지자”고 맞섰다. 이 PD는 “정치적인 수사에 저희 발로 나갈 생각은 없다”며 “그들이 거짓말하고 왜곡한 증거, 정지민의 주장을 뒤집을 근거를 다 가지고 있다. 진짜 명예가 훼손됐다면 법정에서 따지자”고 말했다.

▲ 김보슬, 이춘근 PD ⓒOBS
지난 1년의 시간은 두 사람 개인에게도 변화를 가져왔다. 김 PD는 “권력의 추악한 면을 봤다”고 말한다. 방송을 만드는데 있어서도 더 조심스러워졌다. 이춘근 PD는 “예전엔 방송의 완성도가 99%면 됐다고 했지만, 지금은 99.9999… 100%로 수렴되는 무한대의 시간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김 PD는 “다른 때 같으면 겁 안 내고 할 것을 자기검열하게 되고 위축되는 것 같다”며 “이런 일이 만연하고 당연하게 생각되면 우리 언론은 정말 위기”라고 우려했다.

검찰이 내일이라도 당장 소환을 통보하고 강제 구인에 나설지도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이들이 가장 걱정하고 신경 쓰는 대상은 바로 시청자들이다. 그래서 이들은 “힘없고 평범한 이웃을 위해 방송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방송이란 건 결국 1%의 가진 자가 아닌 99% 우리 주변의 힘없는 평범한 이웃을 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프레지던트 프렌들리’가 아니라 ‘오디언스 프렌들리’를 위해 앞으로도 나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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