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판형 변화,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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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권하 ‘중앙일보’ 기획팀장

<중앙일보>가 판형을 바꿨다. 중앙은 지난 9일자 신문에서 판형 변화를 예고했다. 이후 약 일 주일 동안 ‘판을 바꿨다’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의 기대감을 한껏 끌어 올렸다. 지난 12일과 13일에는 1995년 판형을 선보이는 ‘충격 요법’을 쓰기도 했다. 그리고 16일, 중앙은 국내 종합일간지 가운데 처음으로 베를리너판을 선보였다.

중앙 일요판인 <중앙선데이>가 지난해부터 선보이고 있는 베를리너판(가로 323㎜*세로 470㎜)은 기존 대판 신문보다는 작고, 타블로이드판보다는 약간 큰 사이즈다. 영국 <가디언>, 프랑스 <르몽드>, 미국 <뉴욕타임스> 등이 베를리너판을 쓰고 있다.

▲ 16일 베를리너판으로 발행된 <중앙일보>와 예전 <중앙일보>의 판형 비교 사진

대대적인 홍보 아래 진행된 중앙의 판형 변화는 신문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까. 중앙의 판형 변화가 성공한다면, 판형 변화가 침체기에 빠진 신문업계에 새로운 활로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비관적 전망도 만만찮다. 막대한 투자비용에 비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다.

중앙은 한 대 당 250억 원의 윤전기를 일본으로부터 들여와 윤전기 구입에만 모두 1500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스>는 “윤전기는 현찰 거래가 아니라 리스 방식으로 들여온다”며 “요즘 엔고 추세를 보면 중앙일보의 비용은 앞으로도 눈덩이처럼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베를리너판 도입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언급되는 가디언도 아직까지 금융비용 때문에 버거워하고 있다고 한다.

콘텐츠의 질이 담보되지 않는 한 외형 변화만으로 독자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판형변화와 관련해 일고 있는 궁금증을 유권하 중앙일보 기획팀장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유 팀장은 “베를리너판을 선보이기 위해 이미 2003년부터 준비를 해왔다”며 “다년간에 걸친 준비와 합리적 분산 투자로 재정적으로 큰 부담이 되지 않도록 진행해 왔다”고 밝혔다.

또 “당장은 힘들겠지만 다른 신문들도 결국 (판형 변화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중앙일보의 베를리너판 도입은 한국신문의 패러다임을 또 한 번 바꿀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음은 유권하 팀장과의 일문일답.

-지금 시점에서 판형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이유는.

“독자와 광고주가 만족하는 신문을 만들기 위해서다. 10여년 전부터 유럽, 미국 등 선진국에선 유력신문들이 판(크기)을 줄이는 것이 트렌드가 되고 있다.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 77개국의 시장 점유율 톱 10에 드는 신문의 60% 이상인 약 100개의 신문이 판(크기)을 바꾸었다. 생활패턴이 바뀌면서 기존 대판 크기의 신문이 너무 커 독자들이 읽기에 불편하다는 독자들의 지적이 쌓여왔기 때문이다. 베를리너판은 기존 대판의 정보량과 품질은 유지하면서 가로, 세로의 황금비율을 맞춘 최적의 크기로 인체공학적 사이즈로 개발된 판이다. 지하철, 버스, 비행기, 화장실 등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펼쳐 볼 수 있다.”

-어느 정도의 인력과 예산이 투입됐나.

“판형 변화는 이미 2003년부터 준비를 해왔다. 당시 국내 언론사론 처음으로 디자인연구센터를 설립해 10여명의 전문연구인력들이 새로운 판의 디자인과 서체개발에 매달려 왔다. 또 2006년부터는 일본 동경기계제작소로부터 최첨단 베를리너판 윤전기를 순차적으로 들여왔다. 300여명의 편집국 인력은 베를리너판 준비를 위해 2007년부터 베를리너판 추진본부를 구성했다. 이를 통해 취재, 편집 등 공정 모든 부분을 새로 조직하는 혁신 프로그램을 운영해왔고 광고, 판매, 발송, 윤전 등 200여명의 여타 임직원들 또한 베를리너판 도입을 위해 수년간 준비작업을 해왔다.”

-요즘 경제 상황도 좋지 않고, 윤전기 구입비용이 많이 들어 비용 면에서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중앙일보는 최고 품질의 선진국형 신문을 만들기 위해 일본 도쿄 기계제작소(TKS)에서 최신형 윤전기 6대를 들여왔다. 도입당시 대당 250억원에 달하는 첨단 설비다. 그러나 다년간에 걸친 착실한 준비와 합리적인 분산 투자로 재정적으로 큰 부담이 되지 않도록 진행해 왔다.”

-12, 13일자 1면을 예전 판형으로 낸 것은 파격적이었다.

“예전 신문을 선보인 것은 중앙일보가 그동안 이뤄낸 가로쓰기 등의 혁신의 결과를 다시 한번 독자들에게 비교해 보여주기 위해서다. 중앙일보의 베를리너판을 펼쳐든 독자들은 앞으로 기존 대판 신문이 얼마나 읽기 불편하고 어색한지 확연하게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신문을 받아들고 우리가 느꼈던 것처럼 말이다. 중앙일보의 한 임직원이 낸 아이디어였다.”

▲ <중앙일보> 3월 13일자 6면. 세로쓰기와 한자가 섞인 14년 전 판형을 선보인 것과 관련한 기사.
-주변 반응은.

“미디어 업계 전체는 물론 주요 대기업 등 광고주들까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신문협회를 비롯한 미디어 업계에서는 중앙의 혁신적인 변화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신문협회 회장단 회의의 주요 주제로 논의가 됐고, 관련 보고도 이뤄졌다. 12일 조인스닷컴과 네이버 등 인터넷에서는 관련기사가 1분 평균 1000건 이상 클릭이 이어지면서 조회자 수가 4시간만에 30만명을 넘어섰다. 신문업계에서는 연일 중앙일보에 앞으로의 일정을 물어오는 등 베를리너판의 첫 발행을 앞두고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번 판형 변화로 한국 신문 지형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하는지?

“중앙일보 베를리너판은 한국 신문사 100년을 새로 쓴다는 각오로 단행한 대역사다. 그동안 중앙일보가 업계를 선도했던 혁신적인 성과들인 전문기자제, 섹션신문, 가로쓰기를 대다수의 업계 신문들이 따라왔다. 중앙일보가 판을 바꾼 것은 독자를 만족하는 신문을 만들기 위해서다.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다른 신문들도 결국 동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중앙일보의 베를리너판 도입은 한국 신문의 패러다임을 또 한 번 바꿀 것이다."

-사실 요즘에는 신문을 구독하거나 사서 읽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판형 변화가 효과가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있다.

“영국 <인디펜던트>, <가디언>의 판형 변경 후 성공사례가 말해주듯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오늘날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동종은 물론 이종매체간의 경쟁도 치열해졌다. 독자들이 만족하는 신문을 만들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반면 독자가 만족하는 신문을 만들 때 방송이나 뉴미디어로 떠났던 독자들도 돌아올 것이다. 중앙일보는 언제 어디서나 갖고 다니기 쉽고, 펼쳐 보기에도 좋은 새로운 베를리너판 신문을 통해 인쇄매체의 매력과 강력한 흡인력을 보여줄 것이다.”

-지난 촛불정국 당시 조중동이 네티즌들로부터 굉장히 많은 비판을 받았는데 그러한 사회적 분위기나 젊은층이 갖고 있는 반감이 판형에 변화를 주는데 영향을 미쳤나.

“중앙일보는 수년전부터 베를리너판을 준비해왔기에 최근의 정치나 경제상황과는 별다른 관련성이 없다.”

-중앙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은 판형보다는 콘텐츠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디자인보다 콘텐츠에 좀 더 신경 써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새 중앙일보는 단순히 외형적인 변화를 넘어 콘텐츠의 질적인 진화를 추구한다. 우선 속보를 넘어 뉴스의 배경과 맥락, 전망까지 독자들에게 제공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중앙일보는 한국 언론 중 가장 많은 수의 대기자(4명), 전문기자(13명), 연구소(9개)가 고품격 기사를 책임진다. 뉴스 심층성을 한층 강화하기 위해 매일 2면에 대기자와 전문기자를 비롯한 고참급 기자가 쓰는 뉴스분석을 새 고정 코너로 만들었다. 새 중앙일보는 속보경쟁을 지양하고 신뢰받는 신문을 만들기 위해 국내 최초로 팩트체커(Fact Checker)시스템을 운영한다. 중앙일보 기자들이 쓰는 모든 기사는 경력 20년 이상의 베테랑 기자 3명의 면밀한 사전 검증을 거친다. 이들 팩트체커는 기사의 정확성은 물론 법과 사회적 윤리에 부합하는지도 일일이 따져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기사는 기사화 하지 않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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