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담아내는 예술이 진짜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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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세상을 바꾼 예술작품들’ 책 저자 이유리·임승수

▲ <세상을 바꾼 예술작품들> (이유리·임승수, 시대의 창)
어린 시절, 미술교과서에서 마음에 드는 그림들을 오려내 스크랩하던 버릇을 가진 한 기자와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반도체 소자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은 한 연구원이 만나 책을 내놓았다.

언뜻 보기에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두 사람. 다름 아니라 최근 대중들로부터 잔잔한 입소문을 타고 팔리고 있는 책, 〈세상을 바꾼 미술작품들〉을 쓴 이유리 〈경인일보〉 문화체육부 기자와 출판사 〈시대의창〉의 임승수 기획위원이 바로 두 주인공이다. 

“예술이 예술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예술 작품이야 말로 사회의 변혁과 혁명에 대해 치열하게 담고 있다”고 말하는 이유리 기자. 그는 “예술’이란 것 자체가 특별하고 어려운 것이 아닐 뿐 아니라 오히려 보통사람들이 즐기는 수많은 문화 자체가 예술”이라고 정의했다. 심지어 우아하게 존재를 뽐내기만 했을 듯 한 수많은 위대한 예술작품들이, 사실은 당시 사회를 담아냈고 투쟁했고 결국 사회를 바꿔냈다고 그는 확신한다.

이 책은 26개의 테마에 맞춰 다양한 분야의 예술작품들을 소개한다. 페미니즘 미술의 선도자였던 17세기의 젠틸레스키, 촌철살인의 시사만평으로 문맹률이 높았던 18세기 당시에 서민들로 하여금 통쾌하게 웃음 짓게 했던 윌리엄 호가스, 위대한 희극배우이자 빨갱이로서의 삶을 영화에도 고스란히 드러냈던 찰리 채플린, 노래로 혁명했던 빅토르 하라, 아이돌을 벗고 ‘혁명가’가 되었던 존 레논 등 17세기에 이르는 지금까지 세상과 함께 살고 세상을 바꿨던 예술가들을 소개한다.

공동저자인 임승수씨의 이력도 주목할 만하다. 수십 장 씩 되는 리포트를 거리낌 없이 써대던 인문·사회학도 사이에서 A4 1장짜리 리포트도 쓰기 힘들었던 공학도였던 그는 끊임없는 글 연습으로 자신을 변화시켰다.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에서 교육부장 등을 지내며 〈차베스, 미국과 맞짱뜨다〉, 〈나는 지금 싸이질로 세상을 바꾼다〉, 〈미국과 맞짱 뜬 나쁜 나라들〉,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등 걸출한 저작들을 세상에 소개한 소위 ‘글쟁이’가 된 것.

▲ <세상을 바꾼 예술작품들> 저자 임승수, 이유리 ⓒPD저널
그는 이 책에서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에서 왕정체제에서 공화정체제로의 전환을 꿈꾸던 급진주의자 베토벤의 정치적 성향을 들추어내는가 하면, 존 레논의 ‘이매진’에서는 맑스의 〈공산당 선언〉이 울고 갈만한 혁명을 상상한 노래라고 칭송한다. 또 밥 말리의 〈No Woman, No Cry〉와 같은 레게음악에서 “신나는 레게음악이라기보다는 사실은 운동권 노래”라며 그의 정치적 행보에 주목했다.

임씨는 “음악을 전공하고 싶어 재학 당시 작곡과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을 정도로 애착이 컸지만, 결국 그 정도에 머물렀던 갈증과 아쉬움을 이 책을 통해 어느 정도 털어낸 것 같다”고 말했다.

책을 집필하는 5개월 동안 학교 도서관을 오간 이 기자는 “취재와 병행하려하니 마른수건 짜내는 느낌처럼 몸은 두 배로 힘들었다”면서도 “정신적으로는 행복했다”고 고백했다. 올해로 기자생활 6년차를 맞이하는 그는 “선배들이 이 시기가 되면 소진되고 지치기 마련이라고 해서 전환점을 마련할 타개책이 필요했다”며 “공부에 대한 갈증이 있었고, 좋은 파트너를 만나 글을 쓰다 보니 이 시기를 잘 넘긴 것 같다”고 말했다.

임씨는 “이 책을 쓰면서 느낀 것은 지금 당장은 돈을 많이 벌고, 대중의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게 인기를 끌지라도 역사라는 채에서 걸러지면서 결국 ‘세상을 바꾸는 예술작품’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꾼 예술작품이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책이 교양서로 읽혀도 좋겠지만, 독자들이 예술이 어떤 가치를 지향해야 되는지에 대해 저자들의 고민들을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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