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신문’은 달랐다. 모두가 A를 외칠 때, 홀로 B를 외친 <조선일보>의 예감은 적중했다. 아니면 생각만 하면 생각대로, 주문이 이뤄지는 걸지도.
19일 KBS·MBC 보도로 자살한 고 장자연 씨 유족이 유력 일간지대표 등 4명을 성매매특별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들은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에 포함된 인물들로서 보도는 해당 인사들에 대한 소환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20일 전국단위 일간지들도 이 소식을 주요기사로 전했다. 하지만 ‘유독’ <조선일보>는 장 씨 유가족 고소대상에 일간지 대표가 포함돼있다는 내용을 싣지 않고, “(장자연) 문건의 진위, 실체적 진실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지지부진하면서, 괴담은 괴담대로 커지고 루머 유포자에 대한 수사는 아예 착수조자 못한 상태”라고 날을 세웠다.
조선은 또 “의혹이 묻히는 수준에서 사태가 끝나는 게 아니라, ‘장자연 문건’에 실명이 등장한 인사들이 결백 여부와 상관없이 의혹을 몽땅 뒤집어쓰고, 그 피해조차 주장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라며 경찰의 신속하고 정확한 수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의 판단(?)은 적중했다. 고 장자연씨의 자살 사건을 수사 중인 분당경찰서는 20일 오전 브리핑에서 “‘장자연 리스트’가 유포돼 관련자의 명예를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며 “일부 포털 사이트를 상대로 사이버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결국 신문사 대표 등 피고소인들을 조사하는 것보다 루머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인물 보호에 우선순위를 둔 것이다. 경찰은 “피고소인 4명 등 장자연 문건 관련 인물들의 소환 여부와 시키는 아직 말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장 씨 유족의 고소대상에 언론사 대표 등 고위인사들이 포함되자 경찰이 수사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MBC는 19일 <뉴스데스크>에서 “지난 2002년 정재계 인사들에게 여배우들을 동원해 성상납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지만, 소환 조사 한 번 없이 흐지부지된 바 있다”며 “이번에도 사건의 실체에 다가가면서 언론계 등 고위급 인사들이 등장하자, 사건을 축소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경찰에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