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다큐 경쟁력, 중앙아시아로 눈 돌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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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알타이의 외로운 생존자들’ 강정호 촬영감독

길이 2000킬로미터의 험준한 산맥. 평균 높이 4000미터를 훌쩍 넘는 척박한 바위산. 생명이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그곳에 눈표범이 산다. 경사 80도의 절벽에 서식하고 성질도 예민해 사람들의 눈에 좀처럼 띄지 않는 눈표범이 처음으로 국내 방송 카메라에 잡혔다. 자연 다큐멘터리의 최강자인 BBC조차 지난 2006년에야 촬영에 성공했다는 눈표범을 강정호 촬영감독이 카메라에 담았다. 지난 22일 방송된 〈MBC스페셜〉 ‘알타이의 외로운 생존자들’(연출 최삼규·조준묵)은 알타이 북서쪽 바위산에 사는 눈표범과 동물들, 그리고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는 몽골 유목민들에 관한 1년간의 기록이다.

▲ 강정호 촬영감독
한 시간짜리 다큐멘터리에 불과했지만, 강정호 감독이 눈표범과 붉은 여우들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알타이 산맥에서 머물렀던 시간은 무려 1년. 전화는 물론 편지도 주고받을 수 없는 고립무원에서 그는 홀로 카메라를 든 채 추위와 외로움과 싸웠다. 그 결과 눈표범이 절벽에서 떨어지는 순간까지 생생하게 포착할 수 있었다. 2개월의 기다림 끝에 얻은 장면이었다.

“기분 좋았죠. 기약하고 들어갔는데 못 찍으면 어떡하나 했거든요. 그런데 3마리가 있는 것으로 알고 들어갔는데, 새끼 두 마리는 죽어있더군요. 조금만 더 일찍 들어갔으면 살아있는 3마리를 모두 찍을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웠죠.”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어린 눈표범뿐 아니라 알타이의 포식자 늑대의 사냥 장면과 ‘하늘의 레이서’ 세이커 매의 놀라운 비행 장면 등이 화면을 생생하게 장식했다. 통역과 운전기사를 제외하면 자신밖에 없는, 더군다나 한국 사람이라고는 혼자뿐인 그곳에서 1년을 견뎌낸 결과였다.

영하 45도의 혹한보다 더 한 외로움과 싸우면서 그는 눈 녹인 물과 마른 빵으로 끼니를 때웠다. 그런 그의 모습은 지난해 MBC 〈네버엔딩 스토리〉를 통해 공개돼 감동을 전했다. 하지만 “1년 중 200일을 그렇게 생활한다”는 그는 “외롭다”는 말조차 쉽게 꺼내지 못한다.

“국내에서 작업하시는 분들도 촬영 나가면 다 그렇게 혼자서 해요. 힘들긴 힘들죠. 말도 안 통하고, 잘 듣지도 않아요. 정확한 법이나 규정이 없거든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죠. 찍다가 쫓겨날 수도 있어요. 육체적으로 힘든 거야 각오했으니 괜찮은데, 그런 게 더 힘듭니다. 한국 사람들이 한두 명 더 있으면 해결해주면 되는데, 촬영하면서 돈 걱정에 허가 문제 걱정해야지. 스트레스죠.”

▲ 〈MBC스페셜〉‘알타이의 외로운 생존자들’ 눈표범(왼쪽)과 늑대

만만치 않은 야생 속으로 뛰어든 지 어느덧 12년. MBC 〈푸른 늑대〉, 〈알타이의 제왕 검은 독수리〉, EBS 〈붉은 여우〉 등 유수의 자연 다큐멘터리들을 촬영해 온 그에게 ‘동물 촬영의 대가’라는 수식은 아깝지 않다. 이번 알타이 눈표범 촬영으로 또 한 번의 획을 그은 그는 이제 중앙아시아에서의 촬영을 탐내고 있다.

“방송을 보면 아프리카가 많이 나오잖아요. 영국이나 미국에서 거기 들어가 작업한지 40년이 됐어요. 콘텐츠가 무한히 많죠. 그런데 그들이 중앙아시아는 거의 안 건드렸거든요. 힘드니까. 우리가 우리만의 콘텐츠를 갖고 세계 시장에서 희귀성을 가지려면 중앙아시아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방송사들이 시청률이나 찍을 수도, 못 찍을 수도 있다는 불확실성 때문에 도전을 안 하는데, 세계 시장에 팔려면 눈을 돌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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