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기엔 아까운, 달콤하고 부드러운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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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스타 시즌3] ② MBC FM4U ‘이주연의 영화음악’

땅거미가 내린 뒤 온 세상을 까맣게 뒤덮은 새벽 2시, 환하게 밝은 달만이 외로이 밤하늘을 달래는 시간, MBC FM4U 〈이주연의 영화음악〉(연출 정찬형, 월~일 오전 2~3시, 이하 이영음)은 깊어가는 밤의 색깔을 더한다. 늦은 시각에 일하는 편의점 알바생, 영화감독 지망생, 소설가, 밤잠을 설치는 직장인들 등이 귀를 쫑긋 세우고 듣는 이 프로그램의 매력은 뭘까.

▲ MBC FM <이주연의 영화음악> DJ 이주연 아나운서 ⓒMBC
“이영음의 특색이라고 하면 청취자와 친밀한 느낌을 가진다는 거죠. 특히 영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1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에 집중해서 들어야 되는 프로그램이라, 대부분 한 번 듣게 되면 굉장히 팬이 되죠.”

1992년 첫 전파를 탔던 MBC FM 〈영화음악실〉을 이후 〈정은임의 영화음악〉 등이 폐지와 신설을 반복하며 ‘영화음악’은 숱한 부침을 겪었다. 2001년 〈이주연의 영화음악〉이 신설되며 1년간 방송됐지만 다시 폐지됐고, 2006년 10월 30일 부활해 2년을 넘게 이어져 오고 있다. 때문에 그에게도 ‘영화음악’ 팬들에게도 ‘이영음’의 의미는 소중하다.

이 아나운서는 “프로그램을 다시 시작하면서 데일리 뉴스와 병행하던 이전과는 달리 영화음악에 좀 더 집중해서 하고 싶었다”며 “더 잘하고 싶은 욕심에 마음을 단단히 먹고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영화도 사실 그전보다 더 열심히 보고 있고, 만족감도 훨씬 크다”고 덧붙였다. 라디오 프로그램 자체가 가지고 있는 장점과 만족감이 있지만, 영화음악이기 때문에 만족감이 더 크다는 말이다.

‘이영음’의 팬들은 ‘달콤하고 부드럽고 열량 높은 방송’이라는 칭호를 붙인다. 그만큼 내실 있고, 알차다. 영화 O.S.T가 잔잔하게 깔리며 마이크를 타고 흐르는 이주연 아나운서의 내레이션은 소개하는 영화의 장면과 장면사이를 메워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또 많은 시간을 영화를 설명하는데 할애하지만 청취자들이 보내는 사연 또한 놓치지 않는다.

때문에 각별한 이야기가 오간다. ‘이영음’의 팬인 한 청취자는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방송을 듣고 자신의 꿈을 찾아 한 대학의 영화과로 진학했다고 글을 올렸다. 이 아나운서는 “이럴 때 정말 가슴 뿌듯하다”며 같이 기뻐했다. 반면 한 영화과 학생이 한국영화의 어두운 현실을 토로하는 걱정에는 “좋아지겠죠. 좋아져야죠”라며 다독이지만 속이 상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그는 영화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간다. 그는 한준호 아나운서와 함께 지난해 9월에 열린 제2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 MC를 맡기도 했고,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등 해마다 국내에서 열리는 각종 영화제를 찾아가 공개방송을 했다.

▲ MBC FM <이주연의 영화음악> 홈페이지 ⓒMBC
지난해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기무라 타쿠야, 우에노 주리, 주걸륜 등이 ‘이영음’의 인터뷰를 통해 소개됐다. “인터뷰하는 게 즐겁다”는 이 아나운서는 이 코너만큼은 혼자서 오롯이 준비한다. 한 때 1주일에 10편 이상의 영화를 보고, 수많은 영화서적들을 공부하며 그가 힘을 많이 들인 덕에 대부분의 게스트들과 웃고 수다를 떨면서 교감한다. 하지만 가끔은 생각만큼 되지 않을 때도 있다.

자상한 이미지와 다르게 조금은 무뚝뚝하게 보였던 배우 김주혁이나 〈노다메 칸타빌레〉 등에서 귀엽고 발랄한 이미지를 보였던 일본 배우 우에노 주리의 내성적인 모습은 그에게 또 다른 의외성이었다. 영화 〈추격자〉의 나홍진 감독의 “네” “아니오”로 끊어지는 ‘단답형’ 질문에 입사 14년차인 그도 ‘허둥지둥 댈 수밖에’ 없었던 것은 배우나 감독이 작품 속에서 이미지와 실제의 간극이 클 수도 있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였다.

“(이영음이) 얕은 것, 깊은 것, 가벼운 것, 무거운 것, 진지한 것, 사소한 것, 그런 모든 것이고 싶다”고 말하는 이주연 아나운서. 그는 ’이영음’을 “낄낄거리기도 하고, 정말 아주 진지하게 영화를 얘기하면서 우리 삶과 관련된 모든 것을 다 다룰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며 “한 가지 색깔이 아니라 모든 느낌을 다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설명하며 청취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알고 있어. 나도 아는데 너도 알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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