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 재밌어. 가수도, 배우도, DJ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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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스타 시즌3] ③ SBS 파워FM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 DJ 김창완

▲ SBS 파워FM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 DJ 김창완 ⓒSBS
비틀즈는 대중음악역사상 가장 위대한 밴드로 불린다. 비틀즈가 발라드, 락앤롤, 하드락, 포크, 프로그레시브, 컨츄리 등 모든 장르를 아우르면 선보였던 곡은 그들의 창조성과 음악성, 대중성, 역사성 그리고 후대에 미친 영향력까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김창완으로 표상되는 산울림의 역사성과 영향력은 비틀즈에 비견된다. 1977년 장르를 규정할 수 없는 당시로서는 충격적이었던 산울림의 ‘아니 벌써’로 데뷔한 이래 13집(1997)까지 낸 김창완은 한국 록 역사의 산증인이다. 전주만 3분이 넘는 프로그레시브 록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같은 실험적인 음악에서부터 주옥같은 발라드 ‘창문 너머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 그리고 ‘개구장이’ ‘산할아버지’와 같은 익살스런 동요까지 그는 산울림만의 형식과 내용을 새롭게 창조해냈다.

하지만 그의 파괴성은 배우라는 영역에서도 발휘된다. 〈커피프린스〉와 같은 달콤한 드라마에서는 푸근한 이웃집 아저씨 연기를 하다, 〈하얀거탑〉에서는 안경을 벗어던지고 냉혹한 대학병원 부원장 역할을 섬뜩하게 소화해 낸다. 배우라는 옷의 또 다른 김창완의 모습이다.

◇ 31년간 쉼 없는 DJ 생활…“내겐 행운이었다”

그러면서 김창완은 동시대에 라디오와 함께 한 ‘라디오 스타’다. 그는 1978년부터 31년이라는 기간 동안, 1980년 전두환 정권의 언론통폐합 조치로 인해 TBC가 문을 닫은 3개월 제외하곤 공백 기간 없이 매일 2시간씩 꼬박 DJ로 일했다. 〈7시의 데이트〉, 〈꿈과 음악사이〉, 〈김창완의 팝스 퍼레이드〉, 〈김창완의 FM 골든 디스크〉, 〈밤을 잊은 그대에게〉, 〈김창완의 두 번째 초대〉는 그의 성실함을 증명해주는 징표다.

2000년 10월부터 SBS 파워FM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매일 오전9시, 연출 전문수, 이하 아침창)를 10년째 진행하고 있는 김창완을 지난 30일 서울 SBS 목동 사옥에서 만났다. 어느 분야에서도 실패 해본 적 없는 ‘가식 없는 천재’. 이 같은 세간의 수식어에 대해 “하하하”라며 특유의 웃음을 지어보였다.

“저를 지칭하고 설명하는 것보다 사람들의 바람인 것 같아요. 실패가 많으니까 실패에 대한 기대랄까. 기대 자체가 거북하거나 그렇지는 않아요. 다만 좀 과분한 기대를 하면 부담스럽긴 하죠.”

▲ SBS 파워FM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 ⓒSBS
친구들은 하루도 빼놓지 않고 방송사로 달려가 DJ로 일하는 그를 보며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동사무소 직원이라고 농을 던지기도 했다. “산울림은 돈 한 푼 벌어주지 않았으니까”라고 말하는 그에게 라디오 DJ와 배우 생활은 호구(糊口) 역할을 했다.

김창완은 라디오를 통해 “세상에 다가가는 법을 알게 됐다”고 한다. 수도 없는 사연을 만나며 타인에 대한 이해와 그를 통한 자신에 대한 이해가 동반됐다는 것이다. DJ를 하고나 소심한 성격도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저돌적인 펑크(Punk)음악을 하게 된 것도 DJ 영향이 컸다.

그는 〈아침창〉 방송을 진행하기 위해 사이클을 타고 매일 아침 라디오 스튜디오로 향한다. 그리고 그에게 매일 주어지는 숙제는 ‘김창완의 아침인사’를 자기 손으로 직접 쓰는 것이다. 인생에 대한 철학적 고민에서부터 계절과 아침에 대한 고찰까지, 〈아침창〉의 청취자들은 언어의 연금술사가 매일 아침 빚어내는 글을 통해 위로 받고 댓글을 단다.

그는 “때론 힘들 때도 있고, 쉽게 풀릴 때도 있다”면서도 “이른바 ‘방송적’이라고 할 수 있는 얘기들은 낯간지럽다. 그냥 떠오르는 대로 쓴다”고 말했다. 그는 “일상이 무지개나 불꽃놀이처럼 대단한 게 아닌 것처럼 아침에 쓰는 코멘트가 대단한 코멘트이기 원하지는 않는다”며 ‘아침인사’의 무게감을 전했다.

▲ SBS 파워FM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 DJ 김창완 ⓒSBS
◇ “라디오는 음악으로 심금 울려야….”

김창완은 최근 음악보다는 사연위주로 진행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대한 생각도 털어놨다. 그는 “사람들이 인생의 설명을 요구하면서 빚어지는 일”이라고 진단하며 “라디오 매체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스스로 허약하게 만들지 말라”고 요구했다.

“라디오에서도 사람들의 심금을 울릴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 자꾸만 인생을 설명하려 드니까 말이 많아지고, 음악은 뒷전으로 밀리고, 라디오가 TV화 되고, 깔깔대는 음악들이 쓰이는 거예요. 차분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간, 심금을 울릴 수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돼요. 사람이 움직여야 되는 것은 가슴속의 현입니다. 오죽하면 심금(心琴)이라고 하겠어요. 현을 움직이기 가장 좋은 것은 음악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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