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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에서] 복진오 독립PD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다. 최근 연일 톱뉴스가 되고 있는 1급 발암물질 석면성분이 들어간 베이비파우더 관련 뉴스를 접하면서 내 입에서는 이 말이 반사적으로 나왔다. 그리고 이 설마 때문에 2년 넘게 석면 문제를 취재한 나는 특종을 놓쳤다.

특종을 놓친 아쉬움은 나보다 KBS 〈소비자고발〉 프로그램 제작진이 더 클 것이다 그동안 석면 문제는 뉴스는 물론 환경프로그램과 시사고발 프로그램에서 다룬 적이 있지만 최근 유아용품 베이비파우더에 석면이 사용됐다는 것은 기존의 석면문제와는 전혀 다른 사건으로 충분히 특종이 될 만하다. 이 사실을 단독 취재한 것은 KBS 〈소비자고발〉제작팀인데 이 특종을 놓친, 아니 빼앗겼다는 표현이 더 적절한데 사연은 이렇다.

제보를 받은 제작팀은 시중에서 직접 구입한 베이비파우더 제품에 대한 석면함유 사실을 전문기관에 검사를 의뢰해 알아냈다. 그동안 추측과 의혹은 있었지만 실제로 석면이 사용된 사실을 최초로 밝혀낸 것이다. 제작진은 식품의약청을 찾아가 이 사실을 알리고 여기에 대한 입장을 인터뷰 했는데 이 과정에서 식품의약청은 발 빠르게 자체 조사를 실시해 같은 결과를 얻었다.

그 동안 아무것도 몰랐던 식품의약청은 관리 감독 기관으로서 방송 후 “주무 관청으로서 그동안 무엇을 했나”라는 비난 여론을 염려했는지 정말 신속하게 조사를 했고 더 나아가 이에 대한 조치와 대책까지 발표했다. 식품의약청의 보도자료가 배포되자 모든 매체들은 톱뉴스로 관련 사실을 다루었다. 이날은 바로 〈소비자고발〉이 방송되는 날이었는데 제작진은 방송을 앞두고 식품의약청의 배려(?) 때문에 특종을 눈 뜨고 빼앗긴 것이다. 

이런 KBS 보다는 덜 억울하지만 나도 분명 특종을 놓친 것만은 사실이다. 수년간 KBS에 제보한 동일인과 석면문제를 취재하기 위해 국내외로 다녔지만 이 사실을 주의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나뿐만 아니라 석면추방운동을 하는 환경단체 사람들도 석면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기에 제보자의 조사 제안에 모두가 “설마~ 그런 제품에 석면을 사용했겠나” 하며 지나 쳤던 것이다.

더욱이 선진국에서 이미 같은 사례가 발생해 대부분 석면사용을 금지했고 우리나라조차 2009년부터 석면사용을 전면 금지 할 만큼 그 위험성이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정부조차 설마 했던 것인데 그 설마가 사실로 밝혀져 해당 제품을 사용한 소비자는 물론 사회전체에 충격을 주고 있다. 나아가 석면의 위험성은 베이비파우더만의 문제가 아니라 화장품, 의료제품에 까지 사용된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아직도 설마 하는 분위기는 여전하다 석면을 사용한 화장품 의료용품은 그 사용량이 극히 적어 인체에 대한 피해가 꼭 발생할거라 예측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참 어쩌구니 없지만 이 말 만큼은 믿고 싶다. 나의 어린 두 아이들이 모두 해당제품을 사용해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석면제품을 사용한 모든 사람들에게 아무 이상 없이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길 바랄뿐이다.

잠시 독립PD의 생명인 야성을 잃어버린 대가로 반갑지 않은 석면특종을 놓쳤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특종이 있다. 그것은 베이비 파우더 문제보다 2주나 먼저 제기된 삼성그룹 본관건물 리모델링 과정에서 석면 중에 독성이 제일 강한 청석면이 외부로 유출된 사건이다. 이미 이 내용도 언론에 보도 된 것인데 무슨 특종인가 하겠지만 삼성본관 건물 주변에 대한 석면검출을 놓고 삼성측은 자체조사결과 석면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주장한 반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한 환경단체는 언론사와 공동조사까지 하면서 석면 검출을 주장했다.

양측이 서로 석면검출 유무를 놓고 실랑이 하는 사이 석면의 또 다른 관리감독기관 노동부는 자체적으로 삼성본관 주변에서 석면조사를 했는데 그 결과를 예정일이 지났는데도 발표하지 않고 있다. 노동부는 채취한 시료를 미국에 보내서 검사를 의뢰 했는데 이미 그 결과가 나와 발표 됐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도 시료를 미국으로 보냈는데 만일 노동부와 삼성이 미국의 같은 기관에 검사를 의뢰했다면 노동부와 삼성의 결과는 같아야 한다.

▲ 복진오 독립PD

그럴 경우 환경단체가 실수 한 것이고 반면 삼성과 노동부의 검사결과가 다르게 나왔다면 삼성은 그동안 거짓말을 한 것이기에 기업의 도덕성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다. 노동부는 환경단체의 계속되는 검사결과 공개요청에도 아직까지 아무런 발표를 하지 않고 있어 그 속내를 의심받고 있다. 어찌됐던 노동부가 결과를 발표하는 순간 특종이 된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누가 나의 특종기사의 주인공이 될지 독립PD의 정신으로 물고 늘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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