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경제대통령의 귀환과 제3의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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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전규찬 (공공미디어연구소 이사장)

지금까지 ‘미네르바 효과’는 두 가지 양상으로 나타났다. 그가 인터넷 경제대통령으로 필명을 날리면서, 인터넷토론장을 후끈 달군 것이 그 첫 번째 효과다. 소수 전문가가 독점해 왔던 먹고 사는 문제, 즉 경제에 관한 대중지성의 빅뱅을 주도하다시피 했다. 사이버스페이스가 말 그대로 혁명적으로 융기했다. 지식해방, 담론생산의 측면에서 정말로 대단한 사건이었다. 부엉이의 울음이 공화국 전체의 행복한 울림으로 이어졌다.

두 번째 효과는 그렇게 집단지성 현상의 한 가운데 있던 그가 소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었을 때, 그 주변에 가져온 치명적 위축효과(chilling effect)였다. 국가권력이 황혼의 미네르바를 ‘듣보잡’(‘듣도 보지도 못한 잡놈’이라는 인터넷 축약어) 전기통신기본법 위반죄로 덜컥 잡아들이니, 토론광장의 많은 이들이 화들짝 숲으로 숨거나 다른 은둔처로 망명을 떠났다. 공포와 환멸의 심리가 일반 대중들을 압도했고, 주류방송사 PD들도 조심스레 모여 웅성댈 따름이었다. 목소리의 죽음, 발언의 실종. 대화가 메마르고, 민심이 뒤틀렸다. 불안, 공포의 느낌만 고조되었다. 그 틈을 타 권력과 야합한 말꾼들이 다시 단상위로 기어 나와, 아무 일도 없는 듯 목청 깔고 시답지 않은 소리를 지껄여 댔다. 두 가지 모두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오랫동안 결정적인 사변으로 기억될 것이다.

▲ 한겨레 4월 21일 3면.
이제 좀 더 흥미로운 것은 미네르바 제3의 효과 가능성이다. 인신구속, 접속차단의 구치 상태에 있던 그가 무죄로 풀려나면서, 빗속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안고 사회의 품으로 되돌아오면서 생기는 기대감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미네르바가 앞으로 할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라기보다는, 미네르바 석방에 따른 상황과 의식 변동의 기대감이다. 정권의 무리수, 권력의 비상식에 맞서는 이번 판단이 사회적 합리성, 대중적 상식 회복의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을까?

허위사실을 유포해 공익을 해쳤기 때문에 공중의 적으로 처벌받아야 한다는 검찰의 주장에 법원은 ‘허위사실의 인식’과 ‘공익을 해할 목적’, ‘공연성’의 범죄구성 요건이 없다는 진실을 내밀었다. 유영현 판사의 무죄선고는 범행 의도가 없고 사회를 해칠 의사가 없는 개인을 보호해야 하고,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는 그 어떤 법보다 우선시된다는 상식의 표명에 다름 아니다. 지극히 상식에 부응하는, 상식의 보호를 위한, 상식적인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죄가 없으면 풀어주는 게 맞다는 상식에 따른 미네르바의 석방이 혹 상식 복구, 상식 해방의 재민주화 효과까지 가져올 수 있을까? 헌법에 보장된 민주주의 권리를 공권력이 쉽게 함부로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상식을 다시 세울 계기가 될 수는 없을까?    

아울러 기대감을 표해 본다. 미네르바는 자신이 진실이라고 믿은 바를 권력의 겁박을 무릅쓰고 말로써 드러내고, 그럼으로써 이성을 공적으로 활용하고 사회적 공의를 가능케 하며 또한 민주적 정치과정을 이끌어갔다. 미네르바가 견지한 이 ‘파르헤시아’적 의무감과 그에 대한 법원의 가치매김이 혹 위축된 저널리즘의 재생, 억압된 언론인들의 재출현으로 이어질 수는 없을까? “개인의 권리를 지킨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과정인지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는 미네르바의 소감이 가혹한 질책으로 다가온다.

▲ 전규찬 (공공미디어연구소 이사장)
언론인, 저널리스트들에 대한 냉정한 성찰의 촉구로 들린다. 표현의 자유, 자유의 언론은 야만적 권력 탓에 빼앗긴 게 아니라는 말이다. 우리가 열심히 자유언론을 실천하지 않고, 성실히 언론인의 주권을 행사하지 않으며, 무엇보다도 위임된 저널리즘의 책무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잃어버린 것이기도 하다는 이야기다. 자유언론 망실의 책임을 스스로 일정하게 져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인의 상식과 저널리스트적 양식을 져버린 우리에게, 그는 “앞으로는 사회비판 글을 쓰겠다”고 응대한다. 방송사 안에 가만히 앉아있기, 너무 미안하지 않은가? ‘프로듀서’로서 좀 부끄럽지 않은가? 여명의 날개 짓을 함께 펼치는, 미네르바 제3의 각성효과를 기대해 본다. 푸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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