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경기도교육감 당선자에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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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에서] 최영기 독립PD

역사는 반복된다. 한 번은 비극으로 또 한 번은 희극으로…. 정말 요즘 들어 무섭도록 체감하게 만드는 문장이다. 또한 이것은 순전히 내 개인적인 관점에서라는 것을 먼저 밝혀둔다.

얼마 전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서 김상곤씨가 당선되었다. 지난 해 7월 치러진 서울시 교육감 선거와 닮은꼴의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세간의 걱정도 보기 좋게 날려버렸다. 작년 서울 교육감 선거에서 다른 지역에서는 대부분 진 공정택 후보가 강남·서초·송파의 몰표로 당선되는 걸 보고 땅을 치고 분을 삼켜야 했던 것에 비하면 덩실덩실 춤을 추고 싶을 뿐이다.

나는 철저하게 유신정권, 군사정권 하에서 엉터리 교육을 받고 자랐다. 경쟁하라고 가르치고 경쟁의 아름다움을 찬양하지만 정작 왜 경쟁해야 하는지는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꿈을 가지라고 가끔 제정신 같은 소리도 하지만, 학생들이 진짜로 뭔가 꿈을 가지면 철없다고 길길이 날뛰는 게 바로 ‘교육’ 아니었던가? 바르게, 건전한, 단정한, 등등 온갖 가치들을 만들어 놓았지만, 대체 무슨 근거로 그것들이 바른지, 건전한지. 단정한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고, 사실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었다.

▲ 한겨레 4월10일자 5면.
도대체 공부만 열심히 하는 게 뭐가 바르다는 건가? 짧은 머리나 생머리가 긴 머리나 파마머리 보다 어떤 의미로 단정하다는 건가? 그곳이 정말 학교 이었는가? ‘감금’과 ‘세뇌’가 만발하는, 출퇴근이 가능한 교도소나 다를 바가 없었다면 엄청난 비약적, 정신분열적 발언일까?

대학에 가야한다는 것을 지상 목표로 삼을 것을 강요받았고, 성적에 의해 우열과 열등으로 분류되었다. 구태여 비유를 하자면, 1등급 가축과 2등급 가축을 가리는 일종의 도축장 같은 역할을 정확히 우리가 학교라고 부르는 곳에서 솔직히 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학을 나오고 대기업에 취직을 한다고 해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얻을 수 있고 나름 만족할 수밖에 없는 안락함이란 1등급 가축으로써의 위계의식일 뿐이다. 애초에 주인은 따로 있는 셈이다. 그래서 세상에는 타인의 자유를 두려워하고 증오하는 소수의 인간들이 존재하고, 그들이 가장 탐내는 것이 바로 ‘교육’이다. 왜냐하면, 가축이 자유롭고자 하는 순간 이미 그는 가축이 아니지 않는가?

근대화 이후로 공교육이 지대한 중요성을 부여받은 애초의 이유가 ‘지배자’가 돌아오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으나, 애초부터 그 ‘근대화’라는 것이 부재했던 이 사회에서는 너무나 손쉽게 지배자들의 손에 교육이 내맡겨졌다. 아니 오히려 그 교육시스템을 처음으로 이 땅에 만든 것이 바로 지배계층이었다. 그들이 일단 교육적 선구자의 명칭을 자처하고 나서면, 시스템 구축의 공헌으로써 정당화되고자 하는 경향을 가지고 만다. 그 삐뚤어진 교육에 대항하고자 하는 무리는 어김없이 ‘암적인 존재’ 가 되고야 만다. 더욱 슬픈 것은 항상 그 지배자 소수는 힘을 가졌고, 그들의 추종자들은 ‘쪽수’' 가졌다는 것이다. 대항하는 주체들이 가진 것은 '양심'정도이다.

바름을 알기위해서는 부조리를 이해해야 하고, 그 부조리 속에서 치열한 투쟁을 통해 얻어지는 분별력이 바로 바름 일 테고, 단정함보다는 개별성을 지닌(영혼을 지닌) 인간으로서 자신을 표상할 수 있는 스타일이 중요 할 테고, 그리고 아이들은 그 시기를 거쳐 자유로운 인간으로써 누릴 것과 감수해야 할 것들을 견딜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그런 힘이다. 바로 이러한 교육은 절대 사교육에서는 할 수 없다. 오로지 공교육에서 만 가능하다.

▲ 최영기 독립PD

나는 오래전부터 공교육 관련 이슈에는 눈을 번쩍 뜨며 관심을 갖는다. 첫 번째 이유는 지금 이 사회의 사교육 열풍이 나라를 병들게 하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라고 믿고 있고, 두 번째 이유는 내 아들에게 철철 넘치는 사교육을 시킬만한 여유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단도직입적으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당선자에게 바란다. ‘특권교육’으로 대별되는 ‘MB교육정책’의 심판을 실현해 달라! 단지 선거공약으로만 끝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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