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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지 않은 ‘무서운 영화’

|contsmark0|얼마전 비디오숍에 들러 주인아저씨에게 “무서운 영화 주세요”했다가 “저기 공포 영화 칸에서 골라보세요”라는 답을 듣고 황당해 한 적이 있다.
|contsmark1|공중파 3사에서는 비슷한 포맷으로 영화 정보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는데 이를 즐겨보는 필자는 ‘무서운 영화’가 비디오로 출시된 것으로 착각하여 이런 우문우답을 주고 받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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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아무튼 국내에선 아직 제작된 적이 없는 장르인 패러디는 할리우드에선 이미 열정적인 영화마니아층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며 계속 성장해오고 있다. 패러디 영화란 크게 성공한 영화의 기억에 남는 장면들을 전혀 엉뚱한 장면으로 뒤바꾸어 풍자한 영화를 가르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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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7|말도 안 되는 상황 설정과 어설픈 흉내, 때로는 영화의 재미를 위해 스탭까지 등장시킨다.
|contsmark8|레슬리 닐슨 주연의 ‘총알탄 사나이 시리즈’와 찰리 쉰 주연의 ‘못 말리는∼ 시리즈’로 패러디 영화는 우리 나라에서도 익숙한 장르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패러디 영화의 맹점도 있다. 패러디 대상인 영화들을 꼭 봐야만 영화를 이해하고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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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1|지금 얘기 할 ‘무서운 영화’도 최근에 히트했던 여러 흥행작들을 총망라하여 인용하고 있다. 영화는 ‘스크림’의 인상 깊었던 장면인 오프닝 씬을 재기 넘치게 풍자하며 시작해서 ‘난 네가 지난 여름에 한일을 알고 있다’로 넘어 갔다가 “난 죽은 사람이 보여요”라는 대사 한마디로 ‘식스 센스’를 패러디 하기도 하며 엉뚱한 킬러에게 쫓기는 장면에서는 ‘블레어 위치’가 되었다가, 킬러와의 결전 씬 에선 ‘매트릭스’의 공중부양 장면을 모방하고 ‘유주얼 서스펙트’의 결론으로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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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4|이렇게 영화는 수시로 튀어나오는 절묘한 풍자로 보는 이의 혼을 쏙 빼놓는다. 그리고 질퍽한 성적 농담 수위는 80년대 크게 히트했던 ‘그로잉 업’시리즈를 능가한다. 마치 미국 젊은이의 주된 관심사가 섹스인양 비춰지기도 한다. 어쨌든 전반적으로 산만하고 유치하고 역겹기도 하지만 영화광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영화임엔 틀림없다. 이렇게 자국의 흥행작들을 마음껏 조롱하며 다시 막대한 수입을 올리는 할리우드의 이중상술이 부럽기도 하고 무서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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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7|최근 한국영화는 60년대의 황금기를 다시 누리려는 듯 무서운 기세로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contsmark18|불과 얼마 전 만해도 ‘할리우드 영화는 극장에서, 한국영화는 비디오’라는 공식이 일반적이었는데 ‘쉬리’를 필두로 그 동안 한국영화들이 겪어왔던 천대와 설움을 어느 정도 벗어난 느낌이다.
|contsmark19|비약적인 한국영화 성장의 배경에는 다양한 장르 선택과 과감한 제작비 투자, 그리고 무엇보다도 과거 충무로 시스템을 벗어난 젊은 감독들의 공이 크다고 본다. 열악한 제작 환경을 딛고 성공적으로, 그리고 당당하게 할리우드 영화와 경쟁하는 영화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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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2|올 여름 유행처럼 쏟아졌던 ‘가위’를 비롯한 공포영화들과 ‘공동경비구역 jsa’에 관객이 몰리는 것을 보며 이젠 우리도 패러디영화가 한편쯤 제작돼도 장사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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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5|과거에는 일천한 한국영화로 인해 패러디를 논할 영화조차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방송에서도 외화의 시청률을 누를 만큼 한국영화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추석에도 기라성 같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을 제치고 당당히 우리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이 높은 시청률을 올린바 있다.
|contsmark26|이렇듯 제법 확보된 한국영화 흥행작들을 줄줄이 엮어 재치있게 패러디한다면 또 하나의 한국영화 흥행작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contsmark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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