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위 공청회도 ‘소걸음 행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문·방송 여론지배력 논란만 계속…논의 진전 ‘회의론’

언론관계법의 사회적 논의기구인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이하 미디어위)가 지난달 25일 100일 일정의 절반을 소화한 가운데, 합의안 도출 여부를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칠 주제별 공청회를 1일 처음으로 진행했다.

그러나 ‘신문·방송 겸영과 여론다양성’을 주제로 이날 오전 국회의원회관 101호에서 진행된 공청회는 신방 겸영 논란의 핵심인 여론지배력 정도를 판단한 기초자료 부재와 기준에 대한 이견 등의 문제를 거듭 확인했을 뿐, 공술인의 발제와 이에 대한 토론을 통한 논의의 진전은 전혀 이루지 못했다.

▲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주최로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신문방송 겸영과 여론다양성’ 공청회에서 성한표 전 한겨레 논설주간이 발제를 하고 있다.

KBS·MBC·SBS 여론지배력 19.8~68.8% v.s 조·중·동 4.2~22.1%

이날 공청회에서 가장 논란이 된 것은 여당 측 공술인인 윤석민 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부)의 발제였다. 윤 교수는 이날 발제에서 “지상파TV 3사의 여론지배력은 최소 19.8%, 최대 68.8%인 반면, 조·중·동은 최소 4.2%, 최대 22.1%에 그쳤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방송법 개정 반대론자들은 소수 지배적 신문사들의 여론독점 강화를 그 근거로 삼는데, 연구결과에 따르면 여론독점 및 과도한 여론지배력의 문제는 소수의 TV 방송사에 대해 제기되는 게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TV방송사들이야 말로 우리사회 최고 권력”이라면서 “소유제한 완화에 따라 방송시장에 경쟁력 있는 사업자들이 진입할 경우 종료 지상파TV들의 과도한 여론지배력이 완화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론지배력 논란에 공영방송 포함 여부 ‘논란’

야당 추천위원인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는 “(규제완화의 근거로) 여론지배력을 말하면서 KBS와 MBC같은 공영방송을 포함시키는데, 공영시스템을 유지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뿐 아니라 법에 의해 광고 제한이나 초과이익 환수 등의 조치도 하고 있고, 그런 수행의 결과가 영향력으로 나타나고 있는 게 아니냐”면서 “다른 상업적 매체와 동일선상에 놓고 여론지배력을 얘기하며 규제완화를 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 타당하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윤 교수는 “공영방송이 제도로 규제를 받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말하는 편파·공정성 시비에서 자유로운 청정지역이니 여론지배력 관련 논란에선 떼어놔야 한다는 전제인 것 같은데, KBS·MBC가 영국 BBC와 같다면 빼고 해도 좋겠지만 (지금 상황에선)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여론지배력 산출 위한 기본자료 부족하지만, 방송법 개정 늦출 만큼은 아냐”

이날 공청회에서 야당 측 공술인인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정부 여당이 언론관계법 개정의 이유로 일자리 창출과 여론 다양성 확보를 내세우고 있는 것과 관련해 “여당은 한국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보고서를 근거, 신·방 겸영 등을 허용하고 나면 향후 3년 동안 최소 2만 1000개, 최대 2만 6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했지만, 지난 10년 동안 SBS의 고용창출은 1600명 정도였고 MBC도 1700명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또 “KISDI 계산법대로라면 지난 2003~2007년 미디어분야에선 1만 2000여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실제로는 3021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 여당의 여론 다양성 관련 주장에 대해서도 “여론다양성 확보를 위해 법을 개정하겠다고 하면 신문 여론지배력 현황의 통계화가 선행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최소한 발행부수와 무가부수가 공개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에 윤석민 교수는 “신문들이 발행부수나 정확한 매출액을 감추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여러 기관의 노력을 통해 샘플링 자료들이 없진 않다. 물론 완결된 자료집이 아닌 파편화된 것이긴 하지만, 방송법 논의를 미룰 만큼의 심각한 자료 부재는 아니다”라고 맞받았다.

야당 추천위원인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도 “여론지배력 문제는 현재의 논란을 촉발한 핵심인데 현재 자료가 많이 분산돼 있기 때문에 통합적인 재구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윤 교수는 “모든 것을 갖추고 추진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상태에서 시작하는 경우도 많다. 또 우리나라 미디어시장의 상황이 위중하다”며 “연구자 입장에서 여론다양성과 여론지배력 문제에 대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주어진 시간 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를 참관한 SBS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최대한 완벽한 자료를 기초로 심도 있는 연구를 한 후 그 결과를 바탕으로 법 개정 여부의 타당성을 판단하는 게 당연한 수순인데, 신문의 여론지배력 여부를 판단하는 데 기초가 되는 자료가 부족함을 인정하고서도 법 개정 논의를 미룰 만큼은 아니라고 하는 건 무책임 아니냐”고 비판했다.

“MBC 공공의 적인양 하는 태도 지양해야”

야당 측 공술인인 성한표 전 <한겨레> 논설주간은 “종합편성채널 1개를 궤도에 올리기 위해선 5년 간 연간 2000억원씩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인 만큼 신·방 겸영을 위해선 대기업 참여가 불가피 한데, 이 경우 1966년 삼성의 사카린 밀수나 지난 1999년 삼성 X파일 논란에 대한 <중앙일보>의 보도를 볼 때 신문과 방송이 모기업 경영의 방패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며 신·방 겸영의 허용을 반대했다.

이에 여당 추천위원인 최홍재 공정언론시민연대 사무처장은 “1987년 박종철 사건과 관련해 조·중·동도 고문치사라고 보도했는데 MBC는 시민들의 반응이 냉담하다는 식의 보도를 했다. 이뿐 아니라, 얼마 전 민주노총 간부의 전교조 교수 성추행 미수사건에 대해서도 보도를 누락했는데, 이에 대해 MBC 보도국장은 ‘민주노총이 (MBC노조) 상급조직이니 보도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대기업 방송에만 문제를 제기할 게 아님을 주장했다.

강혜란 소장은 “최 위원이 MBC의 보도 누락을 얘기하는데 그런 논리라면 장자연 사건에 대한 보수신문의 대응이나 용산참사에 대한 KBS의 보도 등에도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미디어위 위원이라면 언론 전체를 공정하게 바라봐야 하는데 (MBC를) 공공의 적으로 놓고 공략하듯 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진행됐는데, 여야가 추천한 6명의 공술인과 20명의 위원들이 질의를 통한 토론을 이어가기엔 부족한 시간이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강혜란 소장은 “시간을 한정할 게 아니라 위원들 간 합의를 통해 공청회를 좀 더 충실히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여당 추천 위원장인 김우룡 한양대 석좌교수는 “손님을 불러 점심까지 거르게 하는 것은 결례”라며 폐회를 선언했다.

▲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가 1일 오후 서울 무교동 국가인권위 배움터에서 미디어공공성포럼 주최로 열린 ‘미디어위 중간펴아와 향후 활동방향 제언’토론회에서 미디어위 활동시한 연장을 주장하고 있다.
김 교수는 또한 기한 변경과 함께 남은 기간 상근으로 연구하는 연구단위를 미디어위 산하에 배치, 지상파TV의 여론독과점 논란이나 대기업·신문의 참여로 해당 문제가 해결되는지 여부 등을 논의하기 위한 논리적 근거를 찾아내는 활동을 담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문·방송 관련 제도 변화를 위해 영국이 2~3년에 달하는 사회적 논의를 한 것은 물론 지난 90년 방송제도연구위원회나 93년 공영방송발전연구위원회, 98년 방송개혁위원회 등도 본위원회 외 실행위원 등을 두고 평균 1년 정도 논의를 진행한 사례를 적극 수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밖에도 김 교수는 △공청회 횟수를 늘리고 후반부에 재배치할 것과 △심도 있는 논의를 위한 시간제한의 해제 등을 주장했다.

그러나 정윤식 강원대 교수는 “기한을 조정하는 문제는 중요치 않다. 통상 이 같은 협상은 막판타협이 중요하다. 매일 똑같은 공청회를 할 필요가 있나. 지금이라도 막후협상을 가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국회로 넘어가면 여야가 언론법을 놓고 정치적인 명분싸움을 하게 된다”면서 “방송법·신문법 개정 등의 최대 이해당사자이자 갈등의 주체인 KBS와 MBC, 조·중·동이 만나 협상을 해야 한다. 지난 2000년 방개위 타협도 갈등의 주체들이 논의에 참여, 협상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한편, 윤석민 서울대 교수는 “조속히 언론관계법을 개정, 신문방송 겸영과 자본의 방송참여를 허용해 미디어산업의 뿌리를 튼튼히 해야 하는데 미디어위에선 이를 위한 의견 수렴과 논의의 진전에 대한 노력 없이 (제가 발표한) 여론독과점 지수에 대한 비판만 계속했다. 비판을 한 뒤 한 단계 높은 대안을 제시할 줄 알았는데 전혀 없었다. 실망만 하고 왔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