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바꾼 아저씨들의 ‘내무반 버라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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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바꾼 아저씨들의 ‘내무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리뷰] KBS 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 김도영 기자
  • 승인 2009.05.12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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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여성 출연자가 한 명도 없는 KBS의 주말 버라이어티에 제목부터 ‘남자’를 내세운 프로그램이 있다. <해피선데이> ‘남자의 자격’이다. 프로그램의 형식은 간단하다. 일곱 명의 남자가 멘토와 함께 ‘죽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 일들을 24시간 동안 체험하는 것이다.

남자들이 여러 명 출연해 한 가지 미션에 도전한다는 형식은 리얼 버라이어티의 원조 <무한도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무한도전>과 차이점은 미션 자체가 중심에 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 번 결혼하기, 금연학교, 해병대 체험, 육아체험 등 ‘남자의 자격’이 시도한 미션 가운데 두 번 결혼을 제외하면 아이템 자체가 큰 재미를 준적은 없다. 해병대 체험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듯 ‘남자의 자격’의 재미는 하기 싫은 티를 가감 없이 드러내며 24시간을 버티는 ‘아저씨’들의 모습에서 나온다.

▲ <해피선데이> '남자의 자격' ⓒKBS
때문에 출연자들의 캐릭터 조합은 다른 어떤 프로그램보다 중요하다. 여러 프로그램에서 증명됐지만 리얼 버라이어티의 성패는 출연자들의 캐릭터에 달려있다. 각자 빛나는 캐릭터와 이들의 절묘한 조합이 프로그램의 흥행여부를 결정한다. ‘남자의 자격’ 출연진은 그동안의 이미지와 다른 새로운 캐릭터를 구축하면서 재미를 만들어낸다. 

오랜만에 주말 버라이어티에 뛰어든 이경규는 꽤 오랫 동안 한 성질 하는 ‘버럭 캐릭터’를 고수해왔다. 하지만 최근 그를 내세운 프로그램들이 잇따라 시청률 저조로 폐지되는 ‘위기’를 겪으면서 이경규는 힘 잃은 왕년의 ‘예능황제’가 됐다. 대신 ‘남자의 자격’에서 이경규는 힘 잃은 권위자의 모습으로 웃음을 선사한다. 제대를 코앞에 둔 말년 병장이 바로 밑의 후임들에게 찬밥 대우를 받는 것과 비슷한 모양새다.

놀랍게도 이경규를 꾸짖는 천적은 김국진이다. 과거 개그계를 평정했던 시절 김국진의 이미지는 순한 청년이었고, 개그 스타일도 ‘착한 개그’에 가까웠다. 하지만 공백기를 갖고 다시 돌아온 김국진은 달라졌다.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에서 김구라 등의 독설을 견뎌낸 그는 예능계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남자의 자격’에서 김국진은 대놓고 이경규를 구박하고, 심지어 베개나 이불을 던지면서 호통을 치는 ‘과격한’ 모습을 보인다. 여기에 <라인업> 등의 프로그램에서 항상 선배 이경규에게 깍듯한 모습을 보였던 ‘국민약골’ 이윤석도 종종 약해진 이경규에게 반기를 드는 등 새로운 모습으로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예능과 거리가 있어 보이는 ‘허우대 멀쩡한’ 두 미남배우 이정진과 김성민은 상반된 캐릭터로 각자의 몫을 해낸다. 이정진은 ‘바람직한’ 외모와 행동으로 작가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진중한 캐릭터이고, 김성민은 의욕은 앞서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아 고참격인 이경규의 미움을 사는 뺀질이 이미지로 웃음을 주고 있다. ‘왕비호’ 캐릭터로 독설 이미지를 굳힌 윤형빈은 형들 말 잘 듣는 순한 막내로 무난하게 버라이어티에 안착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김태원의 활약이다. 스스로 인정하듯 그는 ‘토크’가 먹히는 엔터테이너다. 김태원이 주목을 받은 것은 ‘라디오스타’, ‘놀러와’ 등에서 장황하게 자신의 얘기를 풀어놓을 때였다. 긴 설명보다 짧은 호흡으로 순간순간 웃음을 터뜨리는 리얼 버라이어티에는 아직 익숙지 않은 모습이다. 최근 방송분을 보면 김태원은 ‘병약한’ 캐릭터로 웃음을 주고 있다. 이것도 재미있지만, ‘남자의 자격’에서도 말로 웃길 줄 아는 그의 모습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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