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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가 15일로 1주년을 맞는다. 돌이켜 보면 현 정권 이후 방통융합의 기치 하에 서둘러 방송통신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방송과 통신 쪽에 있던 기존기구의 심의기능을 통합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만들었으나 법적 근거나 제도적 정비가 졸속적이었다. 단적인 예가 구 방송위 해체 이후 두 달 반 이상의 공백기간이다.

그뿐이 아니다. 심의위는 출범 이래 지금까지 기본적인 위상부터 정립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민간기구인지 정부기구인지 모호하다. 심의위원의 구성은 대통령 추천, 국회 추천 등으로 이루어지면서 위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예산의 독립성이나 운영의 자율성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다. 제반 정황을 종합할 때 심의위는 행정기구로 볼 수 있다는 견해가 학계에서 심심찮게 나오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국가기관에 의한 검열로 간주될 수도 있다.

정파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심의위의 구성은 여야 6대 3으로 나타났고 이는 첨예한 주요 현안에서 정치적 결말로 귀결되었다. 이러한 태생적 한계에서 이른바 밀실심의, 자판기심의는 당연한 결과였다. 그 정점에 지난해 심의위가 〈PD수첩〉 광우병 보도에 대해 내린 심의가 있다. 이후 시사 쟁점을 보도하는 뉴스와 프로그램에 대한 방통심의 정치심의는 미디어법 보도와 파업참가를 알린 앵커멘트에까지 가해졌다.

요컨대 지난 1년간 심의위는 자의적인 심의로 언론과 표현의 자유 침해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비판적인 보도와 인터넷 게시물에 대한 편파심의는 어렵게 이룩한 이 땅의 민주주의와 언론, 표현의 자유에 심대한 위협이 되었다. 이것으로도 모자라 심의위는 공정성 가이드라인은 만들어 방송심의에 적용하려는 기도를 보이기도 했다.

구 방송위 시절 그동안 방송계의 현안은 자율심의였다. 이 자율심의가 거의 무르익은 단계에서 돌연 MB 정권의 심의위가 등장한 것이다. 이는 방송계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국가기관에 의한 규제만능과 행정편의주의를 의미한다. 이런 지적에 대오각성, 환골탈태하지 못하는 심의위는 장차 ‘폐지’라는 압력에 당면하고야 말 것이다. 그것은 위원장의 사표 소동으로 해소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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