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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듣기 좋은 콧노래도 한번 두번”이라는 옛말이 있다. ‘듣기 좋은 콧노래’가 그러할 때 뜬금없는 장광설과 공치사는 어떠할까. 아무리 좋은 얘기도 시도 때도 없이 반복되면 지겨운 법이다. 나아가 말한 당사자가 분별없이 고장난 레코드처럼 그 말을 무시로 되풀이하면 총기(聰氣)와 진정성 또한 의심을 사게 된다. 다름 아닌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즐겨 말하는 캄보디아와 유년시절의 일화 얘기다.

보도에 따르면 최 위원장은 이번 방미 일정 중 특파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도 지난 2003년 가난에 찌든 캄보디아를 방문 이후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나서게 된 일화를 소개했다고 한다. 이렇게 분위기를 잡은 뒤 그는 이 대통령의 궁핍한 유년 시절 일화와 자신의 유사한 경험을 반추하다가 울음을 터뜨렸다는 것이다. 연합뉴스는 친절하게도 “고희를 넘긴 최 위원장이 안경을 벗은 채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말을 이어나가자 일순 숙연해졌다.”고 전하고 있다.

최시중 위원장의 캄보디아 에피소드 얘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취임 이후 4월초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첫선을 보였고 연말의 송년회 때도 나왔던 레퍼토리라고 한다. 기자들은 처음에는 ‘나름대로 순수한 마음이 있구나'하고 여겼는데, 자주 반복되어 저의를 의심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이번에 재연된 그의 ‘퍼포먼스’는 MB와의 인연을 과시하는 상투성을 넘어 ‘나의 충성심을 알아 달라’는 ‘연주지사(戀主之辭)’처럼도 보인다.

그의 눈물 소식에 캄보디아와 한국을 비교하는 것이 적절한지, MB와의 사적인 인연을 앞세우며 사실상 ‘방송통제위원장’으로서 군림하고 통치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심각한 의문을 가지게 된다. 최시중의 눈물은 정녕 ‘악어의 눈물’인가. 때마침 그의 부재중에 방통위는 청와대 보고에서 대기업과 신문의 종편 채널 진출을 기정사실화했다. 당연히 내용과 시기와 절차 모두 기만적이고 부적절하다. 참으로 최시중 위원장의 방통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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